[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UEFA챔피언스리그가 화려한 이유는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챔피언스리그가 주는 감동은 다양하다. 2012/2013시즌 16강 2차전 일정에는 유독 훈훈한 풍경이 많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가 벌인 세기의 대결이 더 빛났던 이유다.

#1. 친정팀 맨유 탈락시키고 세리머니 안한 호날두
요즘은 친정팀에게 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6년의 시간을 맨유에서 보낸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가 되어 친정팀을 탈락시킨 장면은 수 많은 사례 중에도 단연 돋보인다. 호날두는 1,2차전에서 모두 득점했다. 두 골 모두 세리머니는 없었다. 특히 2차전 결승골을 넣은 뒤 보인 침통한 표정은 단순히 예의를 지킨 것이 아니라 친정에 꽂아 넣은 비수에 자신도 찔린 듯 진심이 느껴졌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엠블럼을 손으로 가린 채 맨유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뭉클했다. 맨유 팬들도 적이 된 호날두에게 박수를 보냈다.

#2. 호날두에게 1000번째 경기 유니폼을 선물한 긱스
비록 8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맨유의 베테랑 라이언 긱스에게 레알 마드리드와 16강 2차전은 뜻깊었다. 그가 프로 데뷔 후 치른 1000번째 경기(국가 대표 포함)였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 벌어진 치정 사건으로 이미지에 손상이 있었지만, 긱스 역시 ‘훈훈’ 대열에 합류했다. 긱스는 자신의 1000경기 기념 셔츠를 옛 동료 호날두에게 선물했다. 심지어 이날 경기에 참여한 맨유 선수 전원이 사인까지 받아서 말이다. 대인배 중의 대인배다. 선배 중의 선배다. 큰 감동을 받은 호나두는 “긱스는 50살 까지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전했다.

#3. 무리뉴와 퍼거슨의 경기 중 밀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지만 무리뉴 감독과 퍼거슨 감독의 우정은 굳건했다. 무리뉴 감독은 맨유를 탈락시킨 뒤 “나니는 경고만 줘도 충분했다”거나 “최고의 팀이 패했다”는 말로 맨유가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상대를 치켜세웠다. 경기 도중에도 나니의 퇴장이 벌어진 뒤 퍼거슨 감독과 귓속말을 나눴다. “2년 전에 나도 같은 심정을 느꼈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무리뉴 감독은 퍼거슨을 위로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리뉴와 퍼거슨의 인연은 10년에 이른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 감독 시절부터 첼시, 인터밀란을 거치며 계속 퍼거슨과 격돌했다. 적이었지만 경기 후 와인 잔을 기울이며 축구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다.

#4. 꽃중년 베컴, 몸만 풀어도 예술
마지막 훈훈한 풍경도 맨유와 관련이 있다. 맨유의 7번으로 세계 축구의 아이콘으로 통하던 ‘꽃미남’ 데이비드 베컴의 이야기다. 어느 덧 마흔을 바라보는 베컴은 이제 ‘꽃중년’이 됐다. 최근 파리생제르맹에 입단하 유럽 축구계로 돌아온 베컴은 발렌시아와 2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터치라인 부근에서 몸을 푸는 모습 만으로도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다음에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으로 갈채를 불러모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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