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이청용이 2년 반 만에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로 돌아왔다. 이청용의 크리스털팰리스 이적 소식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풋볼리스트’는 이청용의 5년 반 영국 생활을 돌아보며 길고도 험했던 그의 시간을 엿봤다. 그 시간들을 함께한 볼턴 현지 기자의 헌사, 그리고 인터넷을 달궜던 ‘톰 밀러 나비효과’ 최종판까지 그려봤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이청용이 영국에서 보낸 5년 반의 시간이 항상 밝지만은 않았다.

2009년 여름 FC서울을 떠나 볼턴원더러스와 계약을 맺으며 영국에 진출한 이청용은 입단 초기부터 승승장구 했다. ‘2009/2010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선덜랜드전에 교체출전하며 EPL 데뷔무대를 가졌다. 볼턴에 온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다.

이청용은 데뷔 한 달 만에 데뷔골을 터트렸다. EPL 8라운드 버밍엄시티전에서였다. 후반전 교체출전한 이청용은 1-1로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을 왼발로 차 넣으며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이청용의 데뷔 시즌은 볼턴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에서 온 21세의 어린 청년은 기대에 부응하며 당당히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2009/2010시즌 총 40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었고, 볼턴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신인 선수상, 올해의 톱3 등 4관왕을 차지했다.

2010/2011시즌에는 볼턴 팬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골을 성공시키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2010/2011 잉글리시 FA컵’ 8강전 버밍엄시티와의 경기였다. 후반전 교체투입 된 이청용은 2-2로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 종료 직전 케빈 데이비스의 패스를 받아 헤딩슛으로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렸고, 볼턴은 4강에 진출했다.

2010/2011시즌을 36경기 출전 4득점으로 마친 이청용은 여전한 기대를 받으며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다른 큰 구단들이 이청용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속속 들려왔다. 하지만 이때 시련이 찾아왔다.

이청용은 2011년 7월 31일 뉴포트카운티와의 연습경기에서 톰 밀러의 거친 태클로 부상을 입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진 이청용은 오른쪽 정강이 이중골절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이청용은 약 10개월 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이청용은 2011/2012시즌 막판 두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팀을 살리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이청용 없이 시즌을 치른 볼턴은 18위를 차지해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됐다.

2012/2013시즌부터 챔피언십에서 뛰게 된 이청용은 부상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상처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볼턴에 있어 이청용은 EPL 승격을 위한 핵심 전력이었다. 강등으로 악화된 재정 상황에서도 이청용에게 팀 내 최고 대우를 해주며 붙잡았다. 이청용은 고군분투하며 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승격은 쉽지 않았다. 이청용은 2012/2013시즌 44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으며 활약했지만 볼턴은 7위에 머물러 승격에 실패했다. 2013/2014시즌에는 리그 초반 10경기 연속 무승을 거두며 부진했다. 팀의 부진에 이청용 역시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이청용은 AFC본머스와의 EPL 30라운드에서 400일만에 골맛을 보며 부활을 알렸고, 이후 45라운드와 46라운드에서 연속골을 터트리며 팀의 중위권 도약을 이끌었다.

이청용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2013/2014시즌 47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볼턴은 14위를 차지하며 또 다시 승격에 실패했다. 이청용은 개인적으로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볼턴과의 계약 기간 1년이 남은 상태에서 2014/2015시즌이 시작됐고 이청용은 여전히 팀의 중심이었다. 닐 레넌 감독 부임 이후 공격형 미드필더로 서며 신뢰를 얻었다. 초반 부진을 털어내고 8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간 것도 이청용의 공이 컸다. 이청용은 부지런함과 섬세함을 무기로 볼턴의 경기를 이끌었다.

2015년 2월. 이청용은 마침내 볼턴과의 이별을 택했다. 이청용은 크리스탈팰리스로의 이적에 합의 하며 2년 반 동안의 챔피언십 생활을 마치고 EPL로 돌아가게 됐다. 부상으로 꺾였던 이청용의 인생그래프가 다시 높은 곳을 향에 치솟을 수 있을까?

글=권태정 기자
그래픽=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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