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본선 경기에서 패배는 독약이다.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보약이 될 수 있다. 2013 터키 U-20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청소년대표팀이 콜롬비아와의 툴롱 토너먼트 전초전에서 0-1로 패했다. 과제도 남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더 컸다. 콜롬비아의 화려한 공격진을 꽁꽁 묶었다.

끝내 한 골을 내주고 말았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남미 챔피언을 차지한 콜롬비아를 괴롭혔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만했다. 콜롬비아는 남미청소년대회에서 무려 16골을 몰아친 남미 최다득점팀이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이날 4-2-3-1 포메이션으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김동준이 골문을 지키고 심상민, 연제민, 송주훈, 박용준이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김선우와 이창민이 중앙 미드필더, 허용준, 류승우, 강상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김현이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했다.

U-20 대표팀은 공격 상황에서 4-1-4-1, 수비 상황에서 5백으로 자유롭게 변형됐다. 허리에 자리한 김선우(20, 울산대)가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수시로 후방으로 내려왔다. 때로 센터백과 풀백의 역할을 번갈아 하며 수비 시 숫자 싸움에 크게 기여했다. 덕분에 센터백 연제민과 송주훈이 과감한 전진수비도 펼칠 수 있었다. 배후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공격 상황에서는 공격수에 가깝게 움직이던 이창민도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섰다.

김선우와 이창민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더불어 전방 공격수들의 1차 전진 압박 역시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콜롬비아는 중원에서 쉽게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힘 있는 최전방 공격수 존 코르도바와 아리손 모히카, 에딘손 앙굴로, 에르난도 메나 등 스피드와 기술을 갖춘 2선 공격수들의 개인 돌파는 위협적이었으나, 경기를 지배당하지 않았다.

개인기술이 좋은 콜롬비아 공격수들의 돌진에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 풀백과 센터백의 2인 1조 협력 수비가 경기 내내 안정적이었다. 대회에 차출되지 못한 골키퍼 이창근을 대신해 주장완장을 찬 연제민(20, 수원삼성)은 폭 넓은 활동력과 기민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수비를 이끌었다. 심상민(20, 중앙대)의 악바리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콜롬비아 U-20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레스트레포 감독은 “아시아 챔피언을 상대로 매우 힘든 경기를 했다. 우리의 강점은 볼 점유율을 장악하는 것인데 할 수 없었다”며 한국이 좋은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조였기 때문에 콜롬비아는 공을 만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결승골 득점은 콜롬비아의 몫이었지만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하고 공격을 전개한 장면은 한국이 많았다. U-20 대표 수비수들은 매끈한 패스와 전진 능력을 보여 빌드업 과정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실점 상황은 아쉬웠다. 중앙 공격수 코르도바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심상민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한 뒤 반대편으로 길게 크로스 패스를 전개했다. 세바스티안 페레스가 문전으로 강하게 연결한 볼을 교체 투입된 미겔 보르하가 수비수의 철통 방어 속에도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한국 수비의 허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콜롬비아의 공격 전략이 주효했다. 신태용 JTBC 해설위원은 “수비는 안정적이었다. 공격적으로 더 잘해주면 된다”며 실점한 수비보다 득점을 올리지 못한 공격진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U-20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일 개최국 프랑스와 격돌한다. 짧은 시간 동안 U-20 대표팀이 콜롬비아전에서 얻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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