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코파델레이 준결승과 라리가 엘클라시코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까지. FC바르셀로나를 두 번이나 상대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까지 치러야 하는 일정은 주제 무리뉴 감독에게 지옥의 일정으로 여겨졌다.

무리뉴 감독에게 어느 때 보다 험난한 일정이었다. 바르사와 맨유라는 강력한 외부의 적뿐 아니라 내부의 적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선수단 내분설과 시즌 종료 후 경질설까지, 스페인 언론은 무리뉴와 레알마드리드를 심하게 흔들었다.

무리뉴 감독의 위기 돌파 해법은 간단했다. 승리다. 2월 26일 캄노우 원정으로 치른 FC바르셀로나와 코파델레이 준결승 2차전에서 3-1 완승을 거둔 것이 시발점이다. 이 승리로 팀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무리뉴 감독은 선수단 갈등 봉합의 상징으로 부상 중인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를 경기 후 감독 기자 회견 자리에 대타로 내세웠다. 파격적인 결정이다. 그전까지 카시야스와 무리뉴의 사이가 틀어진 것이 레알마드리드 내분의 단초로 여겨졌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승점 차가 크게 벌어지자 라리가 우승 경쟁에서 바르사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3월 2일 오후 3시, 안방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라리가 26라운드 경기에 레알마드리드는 후보 선수들을 앞세웠다. 그리고 또 한번 2-1 승리를 거뒀다. 무리뉴 감독이 안방에서 치른 엘클라시코에서 거둔 두 번째 승리였다. 주전 선수들의 휴식과 후보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현지시간으로 3월 5일 밤에 열릴 맨유전에 대비해 레알마드리드 선수단은 일찌감치 영국으로 떠났다. 무리뉴의 팀은 어느 때 보다 침착했다. 도발 대신 존중, 흥분 대신 침착을 택했다. 경기장 밖에서 이미 전쟁을 시작하는 평소 무리뉴와 달랐다. 적장 알렉스 퍼거슨에 예의를 갖췄다. 계획은 분명했다. 경기장 안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경기는 행운과 불운이 오락가락한 아수라장이었다. 아수라장 속에 무리뉴 감독은 가장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연이은 두 번의 빅매치 승리가 무리뉴의 팀에 안정감을 가져다 준 것 같았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뒤집기에 성공했다. 나니의 퇴장으로 생긴 기회에 최적의 선수 교체와 전술 변화를 시도하며 8강 티켓을 얻었다.

캄노우 원정에서 완벽한 수비 전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엘클라시코에서 후보 선수들을 이끌고 승리를 만들었으며, 맨유 원정에서 탁월한 용병술을 발휘해 감독으로써 역량을 120% 보여준 무리뉴 감독은 모든 자질 논란을 일축하고 자신이 ‘스페셜 원’이자 ‘온리 원’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보였다.

레알마드리드가 수 많은 논란에도 무리뉴 감독에 신임을 줬던 이유는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승부이자 바르사 공략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지만 일주일 사이 치른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면 무리뉴 감독이 지금까지 쌓아온 공든탑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런 심한 압박감 속에 치른 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은 모두 승리했다. 그 자신이 말한 것처럼 축구는 그에게 중압감을 주는 대상이 아니었다.

“중압감? 축구에 중압감이란 없다. 조류 독감에 관한 문제야 말로 진짜 중압감을 느낄 문제들이지. 정말로, 나느 그 닭과 새들이 축구보다도 걱정된다.”

일주일 사이 무리뉴 감독은 어느 때보다 말과 행동을 아꼈다. 결과로 보여줬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높은 명성을 얻게 됐다. 지난 일주일의 여정을 무리뉴 감독에게 지옥이 아니라 천당이었다.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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