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팀들의 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조별리그 첫 라운드는 이제 마지막 D조의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D조에는 영원한 라이벌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있다. 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을 차례로 제패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프랑스는 독일월드컵 결승 진출 외에는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프랑스도 잉글랜드보다는 낫다. 슈퍼스타를 보유했지만 늘 쓴 잔을 들이키며 ‘소리만 요란한 수레’에 비유되는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두 팀 사이에서 개최국 우크라이나와 메이저대회의 단골손님 스웨덴은 8강 진출을 위한 틈을 노린다.

※ 매치업: 프랑스(FIFA랭킹 14위)vs잉글랜드(FIFA랭킹 6위)
프랑스는 2년 전 남아공에서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대회 도중 에브라를 위시한 다수의 선수들이 프랑스 축구협회, 도메네크 감독과의 갈등으로 훈련을 거부하는 항명 사건을 일으켰다. 스스로 무너진 수탉은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대회 후 프랑스축구협회는 보르도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젊은 감독 로랑 블랑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블랑은 부임 후 남아공월드컵에 참가한 선수 전원을 한동안 대표팀에서 제외시키며 팀 장악에 나섰다. 드뷔시, 라미, 카바예, 마투이디, 음빌라 등 프랑스 리그1에서 경쟁력을 보인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이며 세대교체에도 성공했다. 유로2012 예선 첫 경기에서 벨라루스에게 일격을 맞았지만 이후 9경기에서 무패(6승 3무)를 달리며 조 1위를 차지했다. 벨라루스전 패배 후 21경기째 패배가 없다. 벤제마, 리베리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과 멕세, 라미, 르베이르, 에브라가 중심이 된 포백은 우승을 노려볼만한 경쟁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블랑 감독에 대한 선수단의 신뢰가 두텁다. 많은 이들이 우승권에 두진 않았지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반면 잉글랜드는 시끌시끌하다. 예선 때만 해도 이번에야말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느낌이 왔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실리 축구는 스위스, 불가리아, 몬테네그로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의 경쟁에서 무패(5승 3무)라는 호성적을 낳았다. 하지만 예선 막바지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루니가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을 당해 본선 2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주장 존 테리가 리그에서 안톤 퍼디난드에게 인종 차별 발언을 해 법정 출두를 앞두고 있다. 테리로부터 주장 완장을 박탈하는 과정에서 잉글랜드 축구협회와 충돌한 카펠로 감독은 대회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사령탑에서 낙마했다. 대회를 2개월 앞두고 비상시국 수습에 나선 것은 로이 호지슨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자리는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던 리버풀 선수들을 대거 선발한 점과 테리에게 리더십을 몰아주기 위해 안톤의 친형 리오 퍼디난드를 제외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대표팀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램파드, 배리, 케이힐 등 주요 선수들도 부상으로 빠진 상태.

※ 관전포인트: 프랑스 징크스에 갇힌 잉글랜드
이런 정반대의 분위기 속에서 두 팀은 통산 29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역대 전적에서는 잉글랜드가 16승 4무 8패로 앞서 있다. 하지만 최근 다섯 경기에서는 프랑스가 4승 1무로 확실한 우위를 점한 상태다. 유럽선수권에서 치른 네 차례 맞대결에서도 프랑스가 2승 2무를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유로2004 조별리그에서 램파드의 골로 1-0으로 앞서다 후반 추가시간에 지단에게 2골을 내주며 무너졌던 기억은 잉글랜드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프랑스는 에브라, 클리쉬, 코시엘니, 카바예 말루다, 나스리, 벤 아르파 등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아는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지영파가 대거 포진해 있다.

※ 출사표
로랑 블랑(프랑스 감독): “잉글랜드는 늘 프랑스를 이기고 싶어한다. 경기 전에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하면 된다. 잉글랜드는 깊게 배치한 뒤 카운터를 노린다. 그들이 파고 들 공간을 남겨주지 않을 것이다."
로이 호지슨(잉글랜드 감독): " 프랑스는 공격에 뛰어난 선수가 다수 있다. 승리를 지켜 낼 수비력도 갖췄다. 하지만 우리도 뛰어난 선수가 많다. 프리미어리그는 최고의 리그에서 매주 최고의 능력을 보여준 이들이다."

※ 풋볼리스트의 예감
프랑스-잉글랜드
2-1 (요정), 2-2 (미뽀)


※ 매치업: 우크라이나(FIFA랭킹 52위)vs스웨덴(FIFA랭킹 17위)
우크라이나에게 유로2012는 첫 유럽선수권이다. 공동개최국 자격으로서 처음 유럽선수권에 나선다는 것이 불명예일 수 있지만 그 동안 운이 따르지 않았다. 특히 유로2000 예선에서는 프랑스를 상대로 2무를 기록하며 조2위로 플레이오프에 갔지만 슬로베니아에 패해 본선 티켓을 내주며 울어야 했다. 유로2004 예선 때는 스페인과 그리스를, 유로2008 예선 때는 이탈리아, 프랑스와 한 조가 됐다. 자력으로 이룬 본선 진출은 아니지만 그들은 조별리그에서 힘든 상대를 맞아 스스로를 시험할 수 있게 됐다. 첫 상대는 스웨덴. 주전 골키퍼 쇼브코프스키와 수비의 핵 치그린스키가 이번 대회에 빠진 우크라이나는 주장 셰브첸코와 간판스타 티모슈크의 경험에 기대를 건다.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의 6만 좌석을 메울 홈 팬들도 큰 힘이다. 스웨덴은 길었던 라거벡 감독 집권기를 마치고 북유럽의 명장으로 통하는 에릭 함렌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E조 2위였지만 예선 2위 팀 중 가장 성적이 좋아 본선에 직행, 세 대회 연속 출장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한명인 즐라탄을 중심으로 요한 엘만더, 세바스티안 라르손, 킴 칼스트롬 등 뛰어난 선수도 다수 보유했다. 4년 전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이었던 조직력을 다시 재건한 스웨덴은 첫 경기에서 개최국 우크라이나 돌풍을 잠재우고 잉글랜드와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려고 한다.

※ 풋볼리스트의 예감
우크라이나- 스웨덴
1-1 (요정), 1-3 스웨덴 (미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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