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드와이트 요크(43)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맨유의 전설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적인 선수 경력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맨유의 과거와 현재는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를까?

아메리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온 요크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맨유의 황금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요크는 맨유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A컵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던 1998/1999시즌의 공신이었다. 당시 18골로 비유럽권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EPL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풋볼리스트’는 20일 오전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대치유수지체육공원에서 열린 ‘㈜오뚜기-맨체스터유나이티드 2014 드림사커스쿨’ 행사에 참가한 요크를 만났다. 자신의 성공적인 선수 경력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 했지만, 맨유의 황금기를 함께 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요크가 활약했던 맨유와 현재의 맨유는 사뭇 다르다. 지난 2013/2014시즌 맨유는 리그 7위로 부진했고, 이후 루이스 판할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맨유에 대한 요크의 생각, 그리고 자신의 선수 생활과 박지성(33)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어봤다.

-맨유가 트레블을 달성할 당시 드와이트 요크-앤디 콜의 공격 조합 지금까지도 최고의 투톱으로 불린다. 지금의 맨유 공격진들과 비교해보자면 어떤가?
내가 맨유에서 뛸 당시 네 명의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나와 앤디 콜, 테디 셰링엄, 올레 구나르 솔샤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니 웰백, 치차리토(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웨인 루니, 로빈 판페르시라는 좋은 공격수들이 있다. 과거 맨유가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완벽히 팀을 이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쪽에는 정확한 크로스를 자랑하는 데이비드 베컴이 있었고, 어린 라이언 긱스도 있었다. 폴 스콜스와 로이 킨도 있었다. 그 때의 맨유와 지금의 맨유는 같은 팀이 아니다. 선수들도 모두 다른 얼굴이다. 하지만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팀이며, 과도기에 있다.

-지금 뛰는 선수들 중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를 꼽는다면?
고르기 어렵다. 모두 알다시피 루니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판페르시 역시 멋진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다. 웰백과 치차리토 역시 훌륭한 선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맨유의 공격수들은 골을 넣고 관중들을 즐겁게 만들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다만 과거의 나나 앤디 콜처럼 골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에 베컴과 긱스가 있었던 우리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지금은 좀 어려울 것이다.

-트레블을 함께 일구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했다. 새 시즌은 판할 감독이 맡았다.
두 명에게는 비슷한 점이 있다. 두 감독 모두 이기는 걸 좋아하며, 자신의 신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것을 벗어날 경우에는 가차없이 혼을 낸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서 많은 해를 함께한 맨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감독이다. 판할 감독은 FC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뮌헨 등을 거친 명장이다. 그는 맨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고, 나 역시 그의 리더십과 지도력에 기대를 갖고 있다.

-지금은 비유럽권 선수가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비유럽권 선수로서는 일찍 성공을 했는데?
축구는 가장 글로벌한 스포츠가 됐다. 15~20년 전만해도 비유럽권 선수가 유럽 축구에서 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유럽의 어느 리그든 뛸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보다 쉽게 EPL, 분데스리가, 프리메라리가 등에 진출할 수 있다. 축구는 과거에 비해 더욱 세계적인 스포츠가 됐고, 미래는 더 밝다고 생각한다.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다른 어떤 제한도 없어질 것이다.

-유럽에서의 성공 후 조국인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내게 큰 의미다. 나는 내 조국이 매우 자랑스럽다. 2006년 월드컵에서 내 조국인 트리니다드토바고 최초로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매우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잉글랜드에서 축구선수로 뛰며 꿈을 이룬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나는 트리니다드토바고든, 한국이든, 혹은 북한이든 세계의 어느 곳 출신이라도 자신의 열정과 헌신, 노력을 보여준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운이 좋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증명했다. 어디서 왔든, 어떤 사람이든, 어떤 배경을 갖고 있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력하고 헌신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유럽권 선수인 박지성은 한국 최초의 프리미어리거다. 그에 대한 본인의 평가는 어떤가?
그는 최초이자 최고의 선수다. 그는 좋은 축구선수일 뿐만 아니라 좋은 남자이자 좋은 사람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늘 좋은 인상을 받았다. 맨유가 그와 함께 할 수 있던 것은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박지성은 한국의 외교관으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오늘 사커스쿨에 참여하는 아이들처럼 축구 꿈나무들이 자라났다. 우리는 또 다른 박지성을 길러내야 한다. 유소년 축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발전시킨다면 한국에서 박지성과 같은 또 다른 슈퍼스타가 탄생할 것이다.

-맨유에서 뛰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난 항상 행복하다(웃음). 아무래도 맨유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맨유에 와서 트레블을 하고 득점왕까지 차지한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맨유가 다시 트레블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아마 가능할 지 않을까? 언젠가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트레블을 달성했을 때를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정말 한 세대나 몇 세대에 걸쳐 한두 번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빛나고 영광스러운 것이다.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매우 놀라울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본다.

-맨유가 시즌 초반 천천히 시동을 걸고 있다. 앞으로의 과정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맨유는 항상 홈에서 강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홈에서 일곱 번이나 졌고,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도 홈에서 패했다. 약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직 초반에 불과하다. 알다시피 리그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초반에 좋은 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맨유는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한국에 오게 돼 행운이다. 많은 분들이 환영해줘 감사하다.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고, 음식과 문화도 최고다. 한국팬들이 맨유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맨유에 보내주는 성원을 계속 이어주실 바란다. 모든 일에 성공하길 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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