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경기로 2016시즌의 문을 열었지만, 한국 축구의 진짜 축구는 이제부터다. 3월 12일과 13일, 양일 간 전국 여섯 개 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016’ 개막전이 열린다. ‘풋볼리스트’가 개막전을 즐기기 전에 에피타이저로 돌아봐야 할 역사,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준비했다.

새 시즌 개막을 알리는 대회는 전 시즌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 팀이 격돌하는 슈퍼컵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경우 챔피언스리그 우승팀과 유로파리그 우승팀의 UEFA 슈퍼컵을 진행한다. 그외 유럽 및 아시아 주요 리그가 슈퍼컵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K리그는 슈퍼컵을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개막전 일정의 첫 경기를 슈퍼컵 대진표로 구성한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전북현대와 FA컵 우승팀 FC서울이 첫 경기 상대로 결정된 이유다.

K리그에도 본래 슈퍼컵이 있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운영됐다. 초대 대회에서는 수원삼성이 안양LG(현 FC서울)를 꺾고 우승했다. 수원삼성은 2000년 대회에서도 성남일화(현 성남FC)를 잡고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에는 열리지 않았고, 2006년 울산현대가 전북현대를 꺾은 것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당시 연맹은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2월 말부터 시작해 각 팀의 준비 일정이 빠듯해 진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에 모두 ACL 출전권이 부여되기에 두 팀 모두 초반 일정이 험난한다. 따로 대회를 개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인지도나 주목도도 부족했다. 이에 리그 개막전을 슈퍼컵 대진으로 설정해 폐지했다. 연맹 관계자는 “개막 1라운드에 집중하기 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슈퍼컵 우승에 대한 가치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최다 우승(3회) 기록을 보유한 수원삼성의 관계자는 “영양가는 없는 우승이었다. 우승하면 기분은 좋지만 바로 다음 경기가 시작한다. 정구리그 우승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상금 규모도 작아서 전념할 이유도 없고, 우승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는 솔직한 입장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시즌을 시작하는 상황에 우승컵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산만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2년 연속 FA컵 우승팀과 슈퍼컵 의미의 개막 경기를 갖는 전북현대 관계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4년에 우리도 우승을 해봤는데 크게 와닿지 않더라. 상금이나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

현장의 소리는 새로운 대회를 별도로 여는 것이기 때문에 스폰서십 유치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정규리그 스폰서를 얻기도 힘든 마당에 슈퍼컵을 위한 스폰서를 얻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K리그는 공식 개막전을 슈퍼컵 대진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실제 집중도는 떨어진다. 공식 개막전이 열리는 날 다른 경기도 함께 열리기 때문에 전년도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의 경기에 쏠리는 집중도가 분산된다. 올 시즌 같은 경우 수원삼성이 ACL 원정 경기를 나서는 일정으로 인해 전북-서울전과 같은 오후 2시에 경기한다. 관중은 물론 시청자도 분산될 수 밖에 없다.

K리그는 공식 개막전에 전년도 우승팀 선수들을 상대 팀 선수들이 도열해 박수로 맞아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슈퍼컵이 별도로 있는 상황이었다면 연출될 수 없는 장면이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FA컵은 어떻게 보면 리그 보다 더 큰 대회일 수 있다. FA컵 우승팀 선수들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 있다”고 했다.

슈퍼컵이 일정의 부담이 된다고 하지만, 일면에서는 시즌 초반 조직력과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할 수 도 있다. 올 시즌 선수 영입이 활발했더 중국슈퍼리그 클럽 장쑤쑤닝은 빈즈엉과의 ACL 첫 경기를 치르고 중국슈퍼컵 경기를 한 뒤 전북과 격돌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고전했으나 전북전에 경기력이 올랐다. 중국 축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장쑤가 슈퍼컵을 디딤돌로 적절히 활용했다”고 전했다.

유럽 등 해외에서 슈퍼컵이 열릴 수 있는 이유는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맹이나 구단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국에서 슈퍼컵이 폐지된 이유는 그에 상응할만한 흥행이나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맹은 “팬들의 니즈가 있고 축제의 의미로 개막 전에 붐업 효과가 있다면 부활을 논의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논의는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구단 관계자는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다. 슈퍼컵이 별도로 열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실 상황이 받쳐줘야 한다”고 했다. K리그가 팬들의 사랑을 충분히 받는 날이 되면, 일정 문제 등 모든 것을 떠나 슈퍼컵은 부활할 수 있다.

글=한준 기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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