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이범영(27)은 난생 첫 이적이자 해외진출을 앞두고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훈련소를 나온 지 사흘 만인 28일 아침, 이범영은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탔다.

아직 2016년의 첫 달이 다 지나지도 않았지만, 이범영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훈련소에 있었던 지난 10일에는 아들이 태어났다. J리그 아비스파후쿠오카로의 이적이 공식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범영은 “여러 일들이 동시에 벌어졌다. 아빠가 된 것이 가장 크다. 또, 첫 해외진출이라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훈련 받는 동안 생각을 정리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2008년 부산아이파크에서 프로 데뷔한 이범영은 8년간 한 팀에서만 뛰었다. 정든 팀을 떠나는 것, 더구나 강등된 팀을 떠나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범영은 스스로에게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체되다 보면 퇴보하기 쉽다”고 했다. 이범영은 새로운 변화 앞에 서있다.

아래는 이범영과의 인터뷰 전문.

-부산에서 8년을 뛰었다. 이적이 결정된 후 기분이 어땠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입단해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감회가 새롭다. 정든 팀을 떠난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설렘이 있는 반면 아쉬움도 컸다. 반반인 것 같다. 이제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도전에 집중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지난해 좋지 않은 성적을 낸 후 떠나게 됐다.
그렇다. 팬들께 제일 죄송하다. 오랫동안 있던 팀이 강등이 됐는데, 그 결과를 두고 팀을 떠나게 돼서 죄송하다. 만회할 수 있는 것은 J리그에서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산에 오래 있던 부산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본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준다면 팬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적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해외 진출에 대한 동경은 항상 있었다. 부산에서 계속 뛰면서 이것이 실현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는데, 막상 실현 되니 부담감과 설렘이 공존한다. 이전에도 이적 제안을 많이 받아왔고 해외 진출 기회도 있었지만, 그때는 내 스스로로 도전하기에 덜 성숙했다고 느꼈다. 지금이 적절한 때라고 생각했다. 8년 동안 부산에 있으면서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익숙하다 보면 정체하게 되고, 정체되다 보면 퇴보하기 쉽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적을 결심했다.

-J리그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나?
J리그 골키퍼들은 K리그에 비해 신체조건이 좋지 않은 반면, 세밀하고 정교한 플레이를 이끌어나가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나의 부족한 점이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기자기한 플레이와 세밀함을 키워나가는 면에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후쿠오카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나?
후쿠오카 경기를 많이 봤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성실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축구 외적인 면도 매력적이었다. 구단 재정 상황이 어려웠는데, 지난 시즌에 스폰서를 186개에서 1007개까지 늘렸다고 하더라. 이번 시즌에는 15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K리그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역과 밀착하면서 구단이 운영되는 것을 몸소 느껴보고 싶었다. 집이 있는 부산하고 많이 가깝다는 점도 좋다.

-이제 막 승격한 팀에 합류하는 각오는 어떤가?
작년에 강등은 돼봤지만 아직 승격을 해본 경험은 없다.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아직 합류 전이기 때문에 팀의 목표나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일단은 다시 강등되지 않고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실점을 최소화해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

-같은 시기에 정성룡과 김승규도 함께 일본에서 뛰게 됐다.
미리 이야기하지 않아서 서로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K리그에서 수원삼성, 울산현대와 붙을 때면 라이벌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의지가 있었다. 그런 의지가 좋은 결과로 나오기도 했다. J리그에서도 서로 상대 골대에서 마주보고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런 마음이 생길 것 같다. 경쟁도 경쟁이지만 J리그 팬들이나 관계자들이 K리그 출신 골키퍼들이 잘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다 함께 잘 하고 싶다.

-이적을 결정할 때 대표팀에 대한 고려도 있었나?
대표팀에 가까워지기 위해 J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대표팀에 승선한 권순태 선수처럼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팬들이 ‘이렇게 잘 하는 선수를 왜 안 뽑냐’고 이야기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시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지 않을까?

-더 큰 무대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
이제 막 이적했기 때문에 유럽 진출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일본에 잘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노력해서 J리그 골키퍼 중 탑(TOP)에 들고 싶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볼 일이다.

-골키퍼는 의사소통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일본어 공부는 좀 했나?
했다. 4주간 훈련소에 있으면서 훈련 외에는 할 일이 없더라.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했다.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열심히 외웠다. 훈련도 열심히 잘 받았다. 전체 2등으로 수료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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