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떨어지는 물줄기 정도 인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폭포수였다.”

최영준 부산아이파크 감독이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한 말은 변명보다 자조에 가까웠다. 강등 위기의 팀을 스플릿 라운드 직전에 맡게 된 후 각오한 것 이상의 시련을 경험하게 됐다는 고백이었다. 부산은 폭포수만큼이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부산은 수원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합계 0-3 패배를 당하며 강등이 확정됐다. 부산은 1983년 대우로얄즈로 창단한 이래 네 번의 리그 우승(1984년, 1987년, 1991년, 1997년)을 차지할 정도로 영광의 나날을 보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우승 후 18년만에 기업 구단 최초의 강등이라는 굴욕을 안게 됐다.

지난해 부진, 쇄신 다짐했지만…
부진은 지난해부터였다. 부산은 2014년 K리그 클래식에서 스플릿 시스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위스플릿에 속했다. 8위라는 성적은 시즌 막바지 10경기 무패의 반전으로 가능했다. 이전까지 부산은 강등권을 헤맸다. 시즌 중반에는 11경기 연속 무승도 있었다.

당시 부산은 2014년을 최악의 해로 규정했다. 부산 선수들은 “부산처럼 전통 있는 팀이 강등권 싸움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2015년에도 감독직을 이어가게 된 윤성효 전 감독은 쇄신을 다짐했고, 시즌을 마친 직후부터 전력 보강에 힘썼다.

부산의 에이스였던 파그너와 임상협은 각각 계약 만료와 군 입대로 팀을 떠났고, 이 공백을 막기 위해 윤 감독은 공격수 배천석, 베르손, 웨슬리, 수비수 노행석 등을 영입했다. 동계 훈련 당시 윤 감독은 “팀을 맡은 지 3년째인데 올해 스쿼드가 제일 좋다”며 전력 보강에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부산은 올 시즌 초반부터 삐거덕거렸다. 첫 경기에서 승격팀 대전시티즌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5연패를 포함해 7경기 무승이었다. 5월 들어 포항스틸러스, 광주FC, 울산현대를 꺾으며 살아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부진에 빠져 5연패를 하기도 했다. 결국 윤 감독은 7월 12일 수원삼성전 무승부를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선수 영입의 실패
결과적으로 윤 전 감독의 선수 영입은 실패였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 중 웨슬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준 이가 없었다. 베르손은 컨디션 난조와 기량 미달로 7경기 밖에 나서지 못한 채 반년 만에 팀을 떠났다. 지난해부터 수비의 중심이었던 닐손주니어도 부상을 얻어 팀과 작별했다.

여름에 새롭게 팀에 합류한 외국인 공격수 엘리아스와 빌도 마찬가지였다. 정규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엘리아스는 7경기 0골, 빌은 4경기 0골을 기록했다. 빌은 수원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해 두 달 만에 경기에 나섰지만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국내 선수 영입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배천석은 포항에서의 부진을 딛고 부활을 꿈꿨으나 올 시즌 21경기 출전 1골 1도움에 그쳤다. 지난 여름 성남FC에서 부산으로 이적한 김동섭은 8경기에 출전했으나 골은 없었다. 이들 역시 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뒤늦은 감독 선임
부산은 윤 감독 사퇴 후 데니스 이와무라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감독대행 체제 후 첫 경기에서 대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의 신호탄을 쐈으나, 이후 다시 무승에 빠졌다. 감독대행 체제가 이뤄진 약 세 달 동안 부산은 강등권인 11위를 벗어나긴커녕 10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부산은 당초 이번 시즌 끝까지 감독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결국 스플릿 라운드 5경기를 남겨두고 최영준 감독을 선임했다. 감독 경험이 전무한 젊은 외국인 감독대행은 위기의 부산에 적절한 해법이 아니었다.

뒷수습을 맡은 최 감독에게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팀에 합류한지 일주일 만에 프로 감독 데뷔전을 치러야 했고, 두 달 뒤에는 팀의 잔류 또는 강등이 결정되는 상황이 놓여있었다.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있는 자원을 가지고 반전을 꾀해야 했다. 최 감독 부임 직후 이정협이 군 제대 후 팀에 복귀했으나 그마저 부상을 당했다.

올 시즌 새로 영입한 선수들은 대부분 활용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팀에 와보니 제 몫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다 부상에 신음하고 있었다. 전임 감독 시절 부상이 있는 것을 모르고 영입하지 않았나 싶다. 뛰어야 할 선수들이 치료만 받고 있으니 경기력은 물론 분위기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부산은 다음 시즌을 K리그 챌린지에서 맞이하게 됐다. 최 감독은 “구단에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라고 예정보다 앞당겨 나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남은 시즌을 치르는 동안 나 역시 욕심이 났고, 선수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내년을 위해 팀 전반의 리빌딩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 감독은 “투자가 적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옥석을 제대로만 가린다면 예산 안에서 충분히 좋은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다. 경력이나 이력에 관계 없이 원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가 있다면 선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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