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산] 권태정 기자= 부산아이파크와 수원FC의 2015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부산 구덕운동장. 그라운드를 사이에 둔 양쪽 끝 관중석이 정 반대의 분위기로 들썩였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구덕운동장이 환호성으로 뒤집혔다. 본부석 오른쪽 수원FC의 팬들이 있는 자리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었다. 수원FC는 5일 오후 4시 열린 부산과의 2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뒀고, 수원FC는 1, 2차전 합계 3-0으로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벤치에 있던 코칭 스태프와 교체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경기를 뛴 선수들과 뒤엉켰다. 선수들은 얼싸안고 승격의 기쁨을 나눴다. 곧이어 이들은 먼 부산까지 원정 온 팬들을 향해 다가갔다. 팬들은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고, 선수들은 이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부산은 기업 구단 최초의 강등이라는 굴욕을 안았다.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산 서포터들은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그 따위로 축구하려면 나가 뒈 져라, 아이파크 나가 뒈 져라”라는 노래를 불렀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이 관중석 가까이 다가가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간혹 플라스틱 물병을 던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시즌의 마무리가 더없이 불행했다. 선수단은 숨듯이 선수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관중은 관중석 난간 가까이 붙어 부산의 구단주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성토하기도 했다. 구단주가 구단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부산이 강등까지 겪게 됐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정몽규 회장은 직접 구덕운동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했고, 이를 알고 있는 부산팬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부산은 1983년 대우로얄즈로 창단한 이래 가장 굴욕적인 날을 맞았다. 오랜 역사 동안 네 번의 리그 우승(1984년, 1987년, 1991년, 1997년)을 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우로얄즈는 이미 옛말이 됐다. 부산은 K리그 챌린지 팀으로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한쪽에서 욕설이 오가는 중에도 수원FC의 승격 세리머니는 끝나지 않았다. 부산팬들이 경기장을 떠난 뒤에도 수원FC의 팬들과 선수들은 계속해서 기쁨을 나눴다. 조명을 소등하겠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나서야 이들은 승리의 여운을 남긴 채 경기장을 나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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