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산] 권태정 기자= 최영준 부산아이파크 감독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냈다”고 했다. 그래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5일 오후 4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펼쳐진 부산과 수원FC의 2015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은 수원FC의 2-0 승리로 끝났다. 수원FC는 1, 2차전 합계 3-0으로 부산을 꺾고 K리그 클래식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부산은 1차전에 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경기 전 최영준 감독은 “반드시 득점을 해야 하는 경기다. 맨투맨 방식으로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려 경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은 1차전과 달리 경기의 주도권을 쥔 채 전반전을 이끌어 나갔고,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골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잔류를 위한 마지막 카드도 소용 없었다. 오히려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며 후반 35분 수원FC의 임성택에게 골을 허용했다. 2골 차 승리가 필요한 부산에게는 치명적인 시간에 실점을 한 것이다. 승부의 추는 90퍼센트 이상 기울어졌고 부산은 후반 추가시간 자파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며 무너졌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빌은 지난 여름 부산에 입단한 브라질 선수다. 올 시즌 4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최 감독 역시 “내가 부임했을 당시 훈련이 많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동기부여도 잘 되지 않아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며 훈련을 시켜왔다”고 말했다.

부산은 최전방 공격수 부재에 시달리고 있었다. 배천석, 김동섭, 엘리아스 등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정도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군복무를 마친 이정협이 팀에 복귀했으나 지난달 22일 전남드래곤즈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잔여 경기를 치를 수 없게 됐다. 고육지책으로 미드필더 홍동현을 최전방에 내세웠지만 지난 2일 1차전에서 경고누적 퇴장을 당하며 또 하나의 선택지를 잃었다.

최종전에서 빌을 선택한 것이 모험이었다. 최 감독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달리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최 감독은 “쓸 수 있는 카드를 내 쓰기로 했다. 올인을 하는 심정으로 내보내게 됐다”고 했다. 조덕제 수원FC 감독 역시 “빌이 나올 줄은 몰랐다. 경기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 잘 모르는 선수다”라고 할 정도였다.

빌은 10월 4일 포항스틸러스전 이후 두 달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수원FC의 수비수 블라단과 몸싸움을 벌이며 타겟형 공격수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했지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후반 8분 결정적인 헤딩슛을 날리기도 했지만 빗나갔다.

최 감독은 프로 감독 데뷔 두 달 만에 강등이라는 시련을 맞았다. 어려운 상황의 팀을 맡으며 나름대로의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녹록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최 감독은 올 시즌 마지막인 7번째 경기에 와서야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부산은) 떨어지는 물줄기 정도 인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폭포수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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