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K리그 클래식 팀인 부산아이파크가 K리그 챌린지 팀인 수원FC보다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로 부산은 공격수 난에 허덕이고 있다.

부산은 2일 저녁 열린 수원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올 시즌 내내 부산에 그림자를 드려왔던 강등 위기가 실체를 드러낸 채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5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2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할 수 있다.

지난 10월 부산의 지휘봉을 잡은 최영준 감독은 1차전에서 미드필더 홍동현을 최전방에 내세웠다. 제로톱에 가까운 전술이었다. 이정협이 지난달 22일 전남드래곤즈전에서 부상을 당해 뛸 수 없게 되자 찾은 고육지책이었다.

홍동현을 전방에 세운 전술은 28일 울산현대전에서 다소 효과를 봤다. 이날 홍동현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울산 수비를 흔들었고 자신의 프로 데뷔골까지 터트렸다. 비록 1-2로 패하긴 했지만 울산전에서 희망을 본 최 감독은 수원FC와의 1차전에도 비슷한 선발 라인업을 구상했다. 측면 미드필더만 정석화에서 최광희로 대체됐다.

하지만 부산은 수원FC의 압박에 고전했다. 더불어 홍동현이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면서 2차전에 뛸 수 없게 됐다. 최 감독의 공격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경기가 끝난 후 최 감독은 “마땅한 대체 선수가 없다. 2차전에 이정협 투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발목 염좌로 2주 진단을 받은 이정협은 여전히 재활 훈련 중이다. 경기에 나서기에는 아직 무리인 상황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부상 중인 이정협의 출전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부산의 현실이다.

부산에 다른 최전방 공격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겨울 부산에 입단한 배천석, 지난 여름 트레이드로 부산 유니폼을 입은 김동섭, 브라질 출신 공격수 빌과 엘리아스도 있다. 지속적으로 정상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보다, 팀에 복귀 한지 두 달도 안된 부상자 이정협이 더 낫다는 것이 최 감독의 판단이다.

배천석은 올 시즌 21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쳤다. 1골도 시즌 중반인 6월에서야 터졌다. 김동섭은 후반기 들어 8경기에 출전했지만 득점은 없었다. 윤성효 전 감독은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배천석과 김동섭을 함께 출전시키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전 소속팀인 포항스틸러스와 성남FC에서의 부진을 딛고 부산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이루지 못했다.

배천석이 경기에 나선 것은 9월 23일 제주유나이티드전이 마지막이다. 최 감독 부임 이후인 10월 24일 대전시티즌전에서 대기 명단에 들긴 했으나 이후 다시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동섭은 최 감독의 데뷔전인 10월 17일 광주FC전에 선발 출전한 이후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답답한 공격력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여름 영입한 빌과 엘리아스도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빌은 4경기 0골, 엘리아스는 7경기 0골을 기록 중이다. 수원FC에서 공격수 자파, 미드필더 시시, 수비수 블라단이 각자의 위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7월 윤 감독 사퇴 이후 감독대행직을 수행했던 데니스 이와무라 코치는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5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믿을 만한 외국인 선수는 30경기에서 8골을 기록한 웨슬리뿐인데, 그마저도 최근 컨디션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내내 부진을 겪던 공격수들이 감독 교체 이후에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부산이 최 감독을 선임하며 다짐한 분위기 쇄신이 두 달 사이에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주세종 역시 최근 컨디션이 떨어져 선발 출전이 크게 줄었고, 1차전에서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최 감독은 2차전에서 전반적인 선수 변화와 전술 변화를 예고 했다. 1차전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그간 부진했던 공격수들 역시 그 대상이다.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경기밖에 남지 않았고, 그 경기에 팀의 잔류 또는 강등의 운명이 달려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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