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수원삼성이 염기훈(32)을 잡았다. 셀링클럽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5시즌, 수원삼성 팬들은 계속해서 팀의 핵심 선수가 이탈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시즌 시작과 함께 전 시즌 주장이었던 베테랑 미드필더 김두현이 성남FC로 이적했다.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는 한창 좋은 활약을 하던 공격수 정대세가 시미즈에스펄스로 이적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구단 예산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주장 염기훈마저도 중동 이적설에 휘말렸다. 염기훈도 올해 말로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많은 팬들이 염기훈도 떠나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보였다. 실제로 염기훈을 향한 아시아 재벌 클럽의 제안은 줄을 이었다.

수원은 염기훈 붙잡기를 오래 끌지 않았다. K리그 구단들은 통상적으로 시즌 종료 후 재계약을 논의하는 데, 수원은 9월 10일 전격적으로 염기훈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구단은 보도 자료를 통해 "2018년 12월31일까지 3년 4개월간 계약을 연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염기훈은 지난 7월 '풋볼리스트'와 인터뷰 당시 수원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던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조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중동의 제안은 분명 연봉 액수 측면에서 K리그의 시장 상황을 압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염기훈은 돈만 보고 미래를 결정할 생각이 없었다. 이전 소속팀에서의 이적 과정에서 매번 불편한 이별을 해야 했던 것은 염기훈의 경력에 상처가 됐다. 스스로도 그 점에 대한 후회가 깊었다.

"전북에서도, 울산에서도, 어떻게 보면 내 실수도 있었고, 구단이나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이적할 때 마다 안 좋게 헤어졌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는 너무 후회가 된다. 왜 이렇게 안 좋게 헤어졌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지난 일이지만 꼭 그렇게 헤어졌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염기훈은 새로 정착한 수원에서만큼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 찾아온 제안을 모두 뿌리친 것도 시즌 도중에 팀을 떠나는 것은 다시금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수원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한다. 차범근 감독님이 계실 때 수원에 왔는데, 당시 피로골절 중인데도 받아줬다. 또, 팬들이 저에게 보여준 응원들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마지막 팀이 수원이고 싶다. 마지막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팀에서도 팬들과 안 좋게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후회스러운 일을 또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염기훈은 한 가정의 가장이다. 만 32세의 염기훈은 축구 선수로 황혼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하고, 프로 선수로 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마음 만 가지고 더 안 좋은 조건의 계약을 할 수는 없다. 염기훈은 "수원에서 은퇴도 하고 싶고, 이곳에서 지도자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구단의 생각도 있기 때문에 다 내 바람대로만 될 수는 없다. 구단과 잘 얘기를 해봐야 한다"며 물음표를 달았었다.

수원은 염기훈의 물음표에 느낌표로 답했다. 염기훈은 만 3년 추가 계약으로 만 35세까지 계약을 보장 받았다. 연장 계약 기간에 4개월이 추가된 것은 9월부터 새로운 계약 조건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당장 9월부터 향상된 연봉을 지급 받게 된다.

30대 이상의 노장 선수에 대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1~2년 단위의 단기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리호승 수원 사무국장은 "해외에서 받은 제안이 워낙 크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연봉도 당연히 현재 액수보다 인상은 되었지만 3년이라는 시간을 더 안정적으로 뛸 수 있고, 선수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했다"고 했다.

염기훈의 축구 인생은 9개월여 만에 반전을 맞았다. 2015시즌을 시작하며 진행했전 재계약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스페인 전훈지 합류가 늦어질 정도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전년도 받던 연봉을 크게 깎았다. 이번 계약에서는 상향된 연봉 조건으로 새 계약을 맺었다. 해외의 거액 제안과 단순 계산으로 비교한 것은 아니다. 염기훈에게 관심을 보인 곳은 중동, 중국, 일본 등 다채로웠다. 올해말 계약이 끝나는 염기훈이 돈을 생각했다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연말에 자유 계약으로 새 팀을 고를 수 있다. 훨씬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염기훈이 좋은 조건 때문에 남은 것은 아니다. 수원이 성의를 갖고 준비한 조건에 결정을 내렸다. 스스로도 수원을 떠난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원은 은퇴 후 지도자 연수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수원도 염기훈과 팬들의 열망에 레전드에 합당한 대우로 응답했다.

리 국장은 "설령 나이가 들어서 기량이 조금 하락할지라도 워낙 성실한 선수이고, 팀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베테랑선수다. 다른 선수들에게 이렇게 열심히 한 선수가 대우를 받는 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며 염기훈과의 전격 재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 수원에 입단한 염기훈은 통산 151경기를 뛰며 34골, 59도움을 기록하는 등 경기당 0.62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2010년 FA컵 결승전 결승골을 넣으며 우승을 이끌었고, 수원 통산 도움 1위(59개)를 기록하고 있다. 수원 선수로는 최초로 K리그 50(골)-5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수원은 염기훈을 수원삼성 명예의 전당에 입성시킬 계획이다.

염기훈은 “너무 사랑하는 수원삼성과 선수 생활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구단에서 많은 배려를 해준 부분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한 재계약을 놓고 고민이 많을 때 수원팬들께서 함께 걱정해주시고 격려를 아껴주지 않으셔서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어렵게 결실을 맺은 재계약인 만큼 더 큰 책임감으로 진정한 수원의 사나이가 될 수 있도록 팀에 헌신하겠다”며 재계약 소감을 밝혔다.

사진=풋볼리스트, 수원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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