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기대했던 이승우의 ‘축구 쇼’는 없었다. 2일 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15 수원 컨티넨털컵 U-17 국제 축구대회(이하 수원컵)’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 U-17 대표팀은 오는 10월 ‘2015 칠레 U-17 월드컵’ 16강에 오르기 위한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출발은 좋았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이승우가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레프트백 박명수의 예리한 왼발 프리킥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공격수 이상헌이 가장 빨리 흐른 공을 따냈다. 침착한 헤딩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 득점 이후에는 칭찬할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았다. 시차 적응과 장기간 이동으로 인한 피로, 주축 선수가 빠진 와중에도 공격 전개 과정과 압박 및 경기 운영 능력에서 나이지리아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 상대 집중력 부족으로 위기 넘긴 수비진

나이지리아는 전반 8분과 전반 9분 연이어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미드필더 추큐디 아고르의 스루 패스는 한국 수비 라인의 배후를 쉽게 공략했다. 장신 공격수 빅터 오심헨이 문전에서 집중력을 잃으면서 정확한 슈팅을 하지 못한 것이 실점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결국 동점골을 내줬다. 전반 27분 드로인을 이어 받아 문전 우측에서 푼쇼 밤그보예가 감각적인 하프 발리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핸드볼 파울 논란이 있는 상황이었으나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얻은 한국은 공격 전개 과정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 중원을 거친 패스 연결은 둔탁했고, 실수도 많았다. 아직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근 대륙별 대회를 치른 브라질,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와 비교하면 조직력이 부족했다.

공격적으로 좋은 장면도 있었다. 박명수의 오버래핑에 이은 왼발 크로스, 좌우 측면을 오가며 부지런히 상대 수비를 흔들기 위해 노력한 김진야와 장결희의 플레이는 눈에 띄었다. 빠른 타이밍의 움직임과 승부욕으로 무장한 이승우의 활력도 인상적이었다.

■ 명확한 루트 없는 공격진, 이승우 지원-활용도 부족

개인적인 면에서 U-17 대표 선수들은 1년 전 보다 나아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수비 조직을 흔들기 위한 협력 플레이가 부족했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시작해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갔다가, 측면으로 이동하는 등 공격 전 지역을 커버한 이승우는 확실한 파트너를 찾지 못한 모습이다. 함께 선발 출전한 이상헌은 전방에서 자주 고립되면서 전반 43분 교체됐다.

미드필더 차오연이 투입되면서 이승우는 최전방에서 측면과 2선 선수들과 연계를 해야 했다. 서로 패스를 주고 받고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의지가 보였지만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승우의 과감한 드리블 시도가 번번이 차단된 과정에는 동료들이 수비를 유인하거나, 패스를 받기 위해 좋은 위치로 찾아가는 지원이 부족했던 면이 있다.

팀이 이승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이승우의 개인 플레이도 때로 욕심처럼 보이는 상황이 생겼다. 개인 보다는 조직의 문제가 컸다.

양 팀 모두 체력이 떨어진 후반전은 루즈했다. 계획된 패스가 아닌 즉흥적인 시도가 대부분이었다. 상대 수비에 쉽게 걸리고 차단됐다. 미드필더 김정민은 몇 차례 번뜩이는 패스를 보였지만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 팀이 하나로 묶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후반 41분 공격수 유주안이 교체 투입된 이후 개인 능력을 통해 만든 공격 장면 정도가 인상적이었다. 아직 U-17 대표팀에는 공격 상황에서 명확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수비 상황에서의 집중력은 좋았지만, 상대 공격의 개인 능력을 완벽히 봉쇄하기에는 안정감이 부족했다.

■ 한 달 남은 월드컵, 수원컵은 오답 노트

최진철 U-17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 전력을 모두 노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것이 전력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심축이 없는 공격진, 이승우를 활용하지 못하는 동료 공격수들의 문제는 연막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승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남은 시간 조직력을 높여야 한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향상 시켜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결전의 날은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고, 숙제는 산적해 있다.

하루 걸러 경기가 이어지는 수원컵 기간 안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대회는 두터운 오답 노트를 안겨줄 것이다. 드러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남은 한 달간 집중적인 보완 훈련을 가져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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