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화성] 권태정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소집 첫 날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설렘과 환호, 의지와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한국과 라오스의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경기가 열리는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은 경기 3일 전부터 뜨거웠다. 경기가 열리는 날은 9월 3일이지만, 8월 31일 오후 6시 열린 국가대표팀의 오픈트레이닝데이는 그 전초전이라 할 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가까이서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축구팬들이 모여들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들부터 학교를 마치자마자 교복을 입고 달려온 학생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님들까지 다양했다.

이날 경기장에 가장 먼저 등장해 팬들의 큰 환호를 받은 손흥민(22, 토트넘홋스퍼)이었다. 취재진의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진 선수도, 훈련이 끝난 후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해준 선수도 역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28일 바이엘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깜짝 이적하며 화제를 모았다. 손흥민은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리그고 항상 꿈꿔왔던 리그다. 기분이 매우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손흥민은 30일 에버턴 홈경기에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흥민은 팬들의 큰 환호에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역대 13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탄생에 많은 팬들이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흥민 역시 흥분과 설렘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손흥민은 13일 열리는 선덜랜드전이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 될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새로운 리그와 다른 문화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 서두르기 보다는 단계별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팬들의 기대와 환호에 화끈한 팬 서비스로 화답했다. 훈련을 마치고서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자신을 부르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직접 셀카를 찍어주는 등 마지막까지 친절히 팬들을 대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설렘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NEW COMERS
5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석현준(24, 비토리아FC)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석현준은 오랜만에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대해 “일단 너무나 감사 드린다. 설렌다.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석현준은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서 지난 2014/2015시즌 10골(리그 6골)을 터뜨렸고, 이 활약을 인정받아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석현준은 대표팀 발탁이 결정된 이후 2경기에서 3골을 터트리며 대표팀 복귀를 자축하기도 했다.

소속팀 동료들의 많은 축하를 받으며 왔다는 석현준은 이번 A매치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석현준은 “5년 전 처음으로 대표팀에 왔을 때는 너무 부족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족했음을 더 많이 느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긴 하지만 그간 대표팀에 대한 그리움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석현준이 이번 대표팀에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헌신’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K리그에서의 활약이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진 두 선수에게도 뜻 깊은 자리였다. K리그 클래식 득점 3위(10골)인 황의조(23, 성남FC)는 “영광스런 자리 함께해서 좋다. 나를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가진 것을 다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골키퍼 권순태(31, 전북현대) 역시 “(대표팀이 되는 것은) 어렵다. 진짜 어렵다. 그런 부분들을 알고 있기에 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지도 안다”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으로 뽑은 아마추어 선수, 골키퍼 김동준(21, 연세대)도 있다. 지난 동아시안컵 명단에 올랐던 구성윤(21, 콘사도레삿포로)과 올림픽대표팀에서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선수다. 첫 대표팀 소집을 통해 실력 향상과 동기부여의 기회를 얻었다. 김동준은 “처음에는 올림픽 대표팀이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다가갈 수 없는 뭔가가 느껴진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사랑해요, 태극전사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팬이 있었다.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세살배기 꼬마와 꼬마를 안고 있는 아버지였다. 평소 축구광인 정재헌씨는 마침 일을 쉬는 날을 맞아 아내,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오픈트레이닝데이를 찾게 됐다. 정재헌씨는 “아들(정민솔)도 축구를 좋아한다. 돌잡이 때 축구공을 잡았다. 축구선수로 키울 생각”이라며 웃었다. 축구 사랑이 물씬 풍기는 가족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놓은 환호성을 지르는 여성 팬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SNS 이벤트에 당첨돼 대표팀 선수들 전원과 함께 사진을 찍는 행운을 누린 이들이 있었다. 김다빈, 박수빈, 이현지(향남고 1학년), 이송희, 문민휘(대학생) 양이 그 주인공이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이들의 얼굴에서는 수줍음과 환희가 교차됐고, 다른 여성 팬들에게서는 부러움과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박수빈 양은 “5년 전부터 손흥민 선수 팬이다. 화성이 시골이라 이렇게 선수들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오늘 같이 사진까지 찍어서 너무 기쁘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손흥민 선수가 어깨동무도 해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청용과 김진수의 팬인 이송희 양은 “두 선수가 함께 있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기 전부터 눈물이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울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시 이청용의 팬인 문민휘 양은 “이청용 선수의 착하고 성실한 면이 좋다. 참한 매력이 있다”며 웃었다. 다른 여성 팬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가득 받은 이들은 “SNS를 잘 활용하면 된다. 여러분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가진 자의 여유를 선보이기도 했다.

말.말.말
“축구경기는 1-0으로 이기나 10-0으로 이기나 똑같다. 많은 득점도 하나의 목표이긴 하지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 손흥민(최근 대표팀이 다득점 승리가 없다는 질문에)

“박스 안은 내 세상이다. 누구보다도 더 과감하게 경기하겠다.” - 석현준

“대표팀 전체를 대신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정협이 하루 빨리 쾌차하길 바란다.” - 슈틸리케

“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자리인지 안다. 내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싶다.” - 권순태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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