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 그래도 오해는 풀고 가자!’는 것이 선수들의 아픈 곳을 다시 한 번 건드린 이유다.

높아진 기대의 표현이었을까?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당시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기사에는 전에 없이 많은 악플(악성댓글)이 달렸다. 선수들에게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신기한 동시에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이름이 포털 검색어에 오르고, 기사에 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악플이라는 것도 말이다.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 0-2로 패한 뒤, 포털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표팀의 경기력을 질타하는 내용 혹은 그 외의 것에 대한 욕도 있었다. 경기 후 잠이 오지 않았던 유영아(27, 인천현대제철)은 천여 개의 댓글을 하나하나 모두 읽었다고 했다. “안 보면 마음이 편할 텐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되더라”며 웃었다.

‘악플도 관심이다’는 말로 스스로와 서로를 위로했지만 당사자들이나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스페인과의 3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하자 악플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래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조소현, 김도연, 유영아(이상 27, 인천현대제철)에게 악플에 답글을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세 동갑내기 친구들의 악플에 대한 수다를 들어보자.

선크림 논란
악플 중에서도 대표팀 선수들을 가장 당혹시킨 것은 선크림과 화장에 대한 것이었다. 브라질전에서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고 나온 것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외모에 신경 쓰느라 경기력이 엉망이었다’고 질타했다. ‘야간 경기에 실내 구장인데 선크림이 필요하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악플이었다.
김도연(이하 김) 이런 지적은 처음 받는 것 같아. 세수하고 로션 바르고 하나 더 바르는 건데 그게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조소현(이하 조)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나 늘 일상적으로 해오던 일인데 왜 하필 그 때 그런 얘기가 나온 건지 모르겠어. 실내 조명 때문인지 더 하얗게 나와서 꼭 화장한 것처럼 보였나 봐.
유영아(이하 유) 욕 먹고 나서 우리끼리 얘기 했잖아. 얼굴에만 바르지 말고 목에도 발라야 한다고. 경계가 지니까 더 욕 먹은 거 아니야…(웃음)
화장을 할 줄 몰라서…(웃음)
브라질 선수들이 안하고 나와서 그렇지, 다른 나라 선수들은 화장 많이 하더만. 프랑스에는 아이섀도에 마스카라까지 한 선수도 있더라. 그런 게 화장이지.
우리가 경기를 못해서 그래. 잘 했으면 그런 얘기 안 나왔겠지. 아니면 못생겨서 그렇거나…(웃픔)

경기력 지적
이번 월드컵은 한국여자축구가 12년만에 출전한 월드컵이었다. 그간 늘 아시아에서만 있다가 오랜만에 우물 밖으로 나간 것이다. 더구나 첫 상대가 강팀 브라질이었다. 눈에 띄게 밀리는 경기였다. 특히 김도연은 백패스 실수로 골을 내줘 많은 비난을 받았다.
솔직히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선 인정할 수 밖에 없어. ‘거기서 왜 그랬냐!’고 했는데 사실 나도 모르겠거든.
나도 그래. 못한 거 못했다고 하면 받아들여야지. 브라질전 끝나고는 (전)가을이도 악플을 많이 받았잖아. 가을이는 웃음으로 승화시켰지.
가을이가 나더러 자기한테 고마워하라고 했어. 자기가 골 푼 것 때문에 내 실수 묻혔다고…(웃픔)
대회 전체로 봐도 잘 한 건 아니라고 봐. 내 기대에도 못 미쳤으니까.
맞아. ‘황금세대’라고 불러줬는데 4경기에 1승1무2패니까 냉정히 보면 잘했다고 할 수 없지. 더 잘 했어야 해.

여자축구 환경
또 다른 화두는 여자축구 환경에 대한 것이다. 한국여자축구 환경이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을 들어, 그간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이야기했던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나왔다. 특히 다른 나라의 많은 선수들이 축구선수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 선수들은 전업 축구선수인데도 실력이 월등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른 나라는 생활체육 기반이고 우리는 엘리트체육 기반인데 그걸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거꾸로 생각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면 투잡을 하고 싶지. 선수 생명이 길지도 않은데 축구에만 매달려 있는 것 보다는.
우린 거의 다 숙소생활을 하잖아. 하루에 두세 시간의 운동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나머지 시간들을 나름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 우리는 더 좋지.
우리가 연봉 적게 받는 거 아니라고 하는데, 광고로나 다른 직업으로 부수적인 수익을 얻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랑 차이가 나지. 투잡 정말 하고 싶은데, 나는?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없으면 하면 안 되는 거야? 더 나서서 할 순 없는 건가? 일본이나 중국은 하고 있잖아.
우리가 말하는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오해가 있으니까 ‘징징댄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 같아. 우리가 원하는 건 저변 확대잖아.
앞으로도 축구가 하고 싶은 여자 아이들은 계속 존재할 거고, 여자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체육활동을 즐기면서 선수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거지.
월드컵 끝나고 나서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TF팀을 만들었잖아. 그게 ‘반짝’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그래픽=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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