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환 기자= 수비수 박동혁(37, 전 울산현대)이 제 2의 인생을 위해 ‘축구 여행’을 하고 있다. 선수 시절에 놓쳤던 것들을 다시 주워 담기 위해 떠난 일종의 연수다. 지도자로서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축구 연수를 통해 자신의 지도 철학을 정리하고 있다.

박동혁은 4월 1일부터 일본을 거쳐 독일로 이동하며 두 달 가까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 중이다. 특히 5월에는 독일에 머물며 1부와 2부 리그를 두루 지켜봤다. 친분이 있는 한국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견문을 넓히고 있다.

박동혁은 25일 ‘풋볼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 도중에 시간을 내서 유럽 축구를 직접 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은퇴 후에야 유럽의 축구 문화를 느꼈다는 게 안타깝다. 젋을 때 유럽을 알았더라면 되든 안 되든 도전을 해봤을 텐데…. 이제라도 오게 돼서 다행이다(웃음). 많은 걸 보고 들은 뒤 돌아가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열린 경기에서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레버쿠젠 미드필더 시몬 롤페스의 마지막 홈경기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느꼈다. 불과 2개월 전인 지난 3월 울산과 전남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박동혁은 “후반 교체 아웃되는 롤페스를 향해 수 만 명의 팬들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봤다. 나도 은퇴식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감정이 남달랐다”며 “한국에서 이렇게 멋진 은퇴식을 하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는가. 국내에서는 좋은 활약을 하고도 조용히 사라져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동료들이 많다. 이 문화는 K리그가 꼭 배워야할 문화 같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박동혁처럼 은퇴식을 치르며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수가 많지 않다. 방출 통보를 받은 뒤 쓸쓸히 은퇴하는 선수가 부기지수다. 롤페스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 아쉬움을 느낀 건 안타깝게 떠난 K리그 동료들을 생각났기 때문이다.


박동혁은 독일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자신의 현역 시절 포지션과 같은 홍정호(26, 아우크스부르크)와는 속내까지 이야기를 했다. 23일 열린 묀헨글라드바흐와 아우크스부르크 경기를 지켜본 박동혁은 “정호가 많이 안정감을 찾았더라. 내가 본 경기에서도 정호가 좋은 활약을 했다”며 “대화를 나눠보니 본인도 올 시즌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후배다”고 했다.

마인츠05의 박주호(28)와도 친분이 있어 구자철과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박동혁은 “주호와 자철이는 이미 적응을 완벽하게 했더라. 후배들지만 부럽고 보기 좋았다. 내가 조언을 하기에는 이미 뛰어난 후배들이다”며 웃었다.

수비수 출신 박동혁이 본 분데스리가의 수비는 어땠을까? 그는 “TV로 보던 것보다 템포가 훨씬 빨랐다. 수비 라인도 K리그보다 더 끌어 올려서 중앙선 부근에서 경기를 하더라”면서도 “K리그에서 잘하는 수비수들이 충분히 도전 해볼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 기술적으로는 크게 모자람이 없다. 경기 템포를 따라갈 능력만 갖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동혁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찾아가 주변 환경부터 경기장 내부까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를 준비하면서 경기장에 오다보니 경기 내용 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동혁은 “경기 시작 전에 그라운드에 나오는 모습부터 몸을 푸는 순서까지 자세히 보게 되더라. 앞으로는 내가 직접 가르쳐야할 부분이기 때문에 경기날이 아닌 날에는 일부 팀의 훈련에 참관을 했다. 시간이 맞으면 2부 리그도 보러 다녔다. 일본부터 시작해 두 달간 참 많은 공부를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동혁은 6월 초 귀국해 K리그를 관전하며 지도자 수업을 이어간다. 그는 “준비된 지도자가 결국 성공하지 않겠는가. 나는 아직 준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보고 배워야할 게 많다. 2달간 일본과 유럽에서 보고 들어온 걸 잘 정리해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 박동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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