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야구장 같은 분위기다.”

새로운 관중 문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서울이랜드FC가 창단 첫 경기를 가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5’ 2라운드가 서울이랜드와 FC안양의 1-1 무승부로 끝났다. 전반 37분 김재성이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4분 김선민이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전부터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이목을 끈 서울이랜드는 기존 축구장 분위기와 다른 모습을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앞서 공개한대로 5천여 석에 불과한 일반석, 스카이박스와 테이블석 개념의 S, N석은 높은 관중 점유율을 보였다.

이날 4,342명이 입장해 경기장 대부분을 채웠다. 구단은 85%가 유료 관중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자리가 빼곡하게 찼다는 사실 자체가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프타임엔 이동식 먹거리 뒤로 긴 줄이 섰다. 이벤트에 대한 호응도도 높았다.

서울이랜드의 구상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서울이랜드는 종합운동장역에서 경기장까지 가는 약 300m 거리의 길도 이벤트화했다. 7번 출구 앞에서 마칭밴드가 공연하며 사람들을 모은 뒤 경기장 입구까지 행진하는 방식이다. 이런 모습에 익숙치 않은 관중들은 마칭밴드를 무시하고 바로 입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대한 종합운동장 안에 가변석으로 최대한 작고 밀폐된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본부석, 기자석, VIP석, 벤치 등이 배치된 W석이 그라운드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라운드 한쪽 면이 육상 트랙과 인접해 있어 몰입도가 떨어졌다. 권성진 서울이랜드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중계 카메라의 앵글을 가리기 때문에 그라운드 옆에 붙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몇 가지 문제는 있었지만 분위기는 대체로 흥겨웠다. 부천FC 경기를 자주 찾았다는 축구팬 전인석(27) 씨는 서울이랜드 머플러를 두르고 “집이 잠실이다. 서울 연고 팀이 새로 생겼고, 창단 첫 경기라길래 보러 왔다. 잘 준비한 것 같다. 경기장과 관중석의 거리도 가깝고, 손님도 많고, 먹거리도 잘 준비돼 있다”고 했다. 첫 경기라 미숙한 점은 없다고 했다.

관중이 본 서울이랜드의 특징은 ‘야구 분위기’다. 특히 양쪽 골대 뒤에 컨테이너로 설치한 스위트박스가 야구장에서 익숙해진 느낌을 풍겼다. 전인석 씨는 “이런 야구장에 가까운 분위기도 요즘 관중들에겐 어필할 수 있다. 테이블 석이나 VIP석을 보면 축구장보다 야구장에 가까워 보이는데, 잘 준비했다고 본다”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했다.

경기 종료 후 김영광은 “이 정도로 가까운 경기장은 세계에서도 최초일 것 같다. 바로 뒤 관중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까지 다 들렸다”며 경기장 분위기에 만족을 표했다. 스위트박스 위 옥상에 마련된 스탠딩 라운지는 거기 선 관중들에게 탁월한 시야와 함께 탁 트인 청량감도 제공했다.

독특한 경기장 구조는 가끔 기존 K리그 문화와 삐걱거리기도 했다. 약 150명 정도 찾은 FC안양 서포터는 원정팬에게 할당된 자리를 가득 채우고 압도적인 응원을 진행했다. “안양”을 외치는 소리가 관중석 분위기를 압도했다.

별도의 서포터를 꾸리지 않은 서울이랜드는 모든 관중이 같은 호흡으로 응원하고 즐기는 문화를 지향한다. 아직 제대로 된 응원가도 없는 상황이라 안양 서포터의 조직적인 응원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조원희는 “구단에서 서포터를 조직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응원을 기대한다. 오늘 찾아주신 팬들에겐 응원 소리와 별개로 감사한다”고 했다.

경기 후 마틴 레니 감독은 한국어로 된 응원가를 잘 이해하지 못한 듯 어느 쪽 응원가든 경기장 분위기가 뜨거워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팬들이 노래에 익숙해지고 응원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K리그 챌린지 경기를 많이 봤지만 오늘 응원 소리는 일반적인 경기보다 높았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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