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2 죽음의 B조 그 두 번째 경기인 독일과 포르투갈의 맞대결에는 낯익은 인물 한 명이 등장했다. 현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명인 ‘스페셜원’ 주제 무리뉴였다. 레알 마드리드를 리그 우승으로 이끈 뒤 휴가를 보내고 있는 무리뉴 감독은 조국 포르투갈을 응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까지 넘어왔다. 중계카메라는 VIP박스 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는 무리뉴 감독을 수시로 잡았다. 그의 앞에서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인 호날두, 페페, 코엔트랑(이상 포르투갈), 외질, 케디라(이상 독일)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무리뉴가 포르투갈의 A매치에 모습을 보인 적은 드물다. 특히 이날 경기에 등장한 것은 의외였다. 사실 무리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포르투갈 대표팀의 임시 감독직을 권유 받아왔다. 포르투갈 축구협회는 히카르두 카르발류, 보싱와 등 베테랑 선수들과 잦은 마찰을 벌인 파올로 벤투 감독에 대한 여론의 성화에 못 이겨 무리뉴에게 대회 기간 동안에만 잠시 대표팀을 이끌어줄 것을 타진했었다. 다소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포르투갈이 최악의 조에 속했고 감독으로서 무리뉴의 역량은 현재 세계 최고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무리뉴는 포르투갈 축구협회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FC포르투, 첼시, 인터 밀란을 거쳐 레알 마드리드에 오기까지 근 10여년 간 no.1 감독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정작 자국 대표팀에 대해서는 매몰차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무리뉴는 자신의 진심을 담은 절절한 편지를 써 자신의 거부 의사가 조국에 대한 무관심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유로2012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 보이며 자신 역시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경기 전 그는 포르투갈 TV방송에 출연하며 경기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도 전했다.

무리뉴의 옆에는 포르투갈의 에이스, 호날두의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응원하는 한 소년이 있었다. 바로 무리뉴 감독의 아들인 주카였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무리뉴 감독은 열렬한 축구팬인 아들 주카를 이번 여행에 데리고 갔다. 아버지의 뛰어난 용모를 닮아 벌써부터 미소년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이며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은 호날두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과거 무리뉴가 인터 밀란 감독일 때는 아드리아누의 팬을 자처한 전력도 있다. 아이들에 대한 무리뉴 감독의 사랑은 특별하기로 소문났다. 과거 첼시 시절에는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프로레슬링장에 간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동영상 참조)

주카는 축구 선수로도 활약 중이다. 그의 포지션은 골키퍼. 할아버지인 주제 마누엘 무리뉴 펠릭스 역시 명골키퍼로 이름 날린 축구인이었다. 지도자로서는 최고지만 선수로서는 큰 재능이 없었던 아버지와 달리 주카는 소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엔 첼시 유스팀에서 뛰었고 첼시 측은 잉글랜드에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로 건너온 뒤로는 지네딘 지단의 아들 엔조가 뛰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위성팀 카니야스 유스팀에서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포르투갈은 무리뉴 부자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골 결정력 부족으로 독일에 0-1로 패했다. 덴마크를 상대로 8강 진출을 위한 승리에 도전하는 포르투갈의 두번째 경기를 무리뉴 부자도 또 다시 응원에 나설 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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