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남FC가 강등되자 구단주가 해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스스로 진단한 팀의 부진 원인과도 맞지 않고, 프로스포츠의 일반적인 행태와도 동떨어진 행보다.

경남FC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8일 오전 경상남도 실국원장회의를 가졌다. 홍 지사는 이 자리에서 “해체”를 거론했다. 당장 해체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특별 감사를 하고서 팀 해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이지만, 프로 스포츠계에서 성적 때문에 해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홍 지사가 밝힌 경남의 부진 이유는 사장, 감독, 코치 등의 리더십 부재였다. 아울러 이들에게 모두 사표를 받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다면 이를 제거하면 되는데, 팀 전체를 해체하는 건 선수들과 말단 스태프 등 구단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모두 해고하는 꼴이다. 스스로 진단한 부진의 원인과 맞지 않는다.

프로스포츠에서 성적 부진은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등되는 팀은 일반적으로 수익과 홍보 효과가 줄어드는 만큼 예산을 줄이고 합리적인 규모를 다시 고민하면 된다. “13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은건 지자체장으로서 심각하게 고려할 만한 일이지만, 자생력을 높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순서다. 챌린지 무대는 지옥이 아니다. 그곳에 가면 팀을 전체적으로 리빌딩하기도 쉬워진다.

프로 구단의 운영 주체가 투자할 자금이 없거나 운영 의지를 완전히 잃은 경우 시간을 두고 다른 곳의 인수를 기다리기도 한다. 성남일화를 성남시가 인수해 탄생한 성남FC가 좋은 예다. 통일그룹이 성남일화를 포기한다는 보도가 2013년 5월에 나오기 시작했고, 성남시가 인수하기로 가닥이 잡힌 건 약 5개월 뒤였다. 운영을 포기하더라도 팀을 없애기보단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통이다.

시즌 초부터 홍 지사는 경남 운영을 탐탁찮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고, 최근 해체를 암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적으며 운영할 뜻이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경남을 포기한다면 성남의 예처럼 충격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구단이 강등되자마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바로 해체를 언급하는 건 시도민구단에 세금이 투입되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처사다.

해체는 대상 기관이 개선하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문제를 품고 있거나 존재 자체가 불필요할 때 고려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러나 경남은 오히려 시도민구단 중 가능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관중 집중도가 높은 전용구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홍 지사가 부임하기 전 2009년과 2010년 돌풍을 일으킨 예가 있고, 2012년엔 스플릿 시스템 도입 후 시도민구단 최초로 그룹A에 드는 성과를 냈다. 그만큼 가능성 있는 팀을 단 두 시즌 운영이 잘못됐다고 해체한다면 앞으로 강등될 팀 중 해체하지 않을 팀은 없다.

홍 지사는 “프로는 과정이 필요없다. 결과만이 중요하다”라고 했지만 이 말은 프로 스포츠의 생리와 거꾸로다. 지자체가 시도민구단을 운영하며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달랑 최종 순위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이야기와 홍보 효과다. 이번 시즌 승격하는 대전시티즌과 광주FC는 2부팀이었지만 지자체의 이름을 걸고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며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경남에도 충분히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사진= 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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