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환 / 권태정 기자= 남기일(40) 감독대행은 2014시즌 초 구단을 찾아가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시즌 종료 후에 물러나더라도 끝까지 팀을 이끌고 싶다. 성적에 대해서는 내가 100% 책임지겠다.”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어 달라는 부탁도, 선수를 영입해 달라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저 팀을 끝까지 이끌며 책임지겠다고 했다.

시즌 초부터 승점을 따기 위해 수비적인 전술을 사용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축구를 통해 팀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시즌 초반에는 다양한 선수를 실험하느라 성적은 들쭉날쭉했다. 7월까지 6~8위를 오가면서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특히 충주험멜, 부천FC 등 하위권 팀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감독 경력이 없는 인물이 광주를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다음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다. ‘새로운 감독이 온다’라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더욱이 감독대행이라는 애매한 위치가 그를 더 힘들게 했다.

남 감독대행은 “선수들을 내 스타일에 맞게 바꾸는 과정에 착오가 있었다. 밖에서는 안 좋은 소문까지 돌고 있어 고민이 많았다. 성적 우선으로 할지,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남 감독대행은 고민은 했으나 마음을 비우면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어차피 대행 꼬리표는 뗄 수 없으면 남기일식 축구라도 보여주고 나가자”는 생각으로 선수들을 계속해서 조련했다. “요즘 감독대행이 유행 아닌가?”라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여유를 잃지 않았다.

측면 수비수 이완(30)은 “처음에는 선수들이 남 감독님의 전술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점차 전술이 몸에 익으면서 조직력을 찾아 승격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남 감독대행이 원하는 축구는 공격 중심이다. 광주 경기를 보면 수비보다는 공격하는 장면이 많다. 특히 K리그 챌린지에서는 수비라인을 내려서는 게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역전패도 다섯 차례나 당하기도 했다. 1골을 넣으면 수비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골을 넣으려고 덤볐다.

이종민은 "처음에는 선수들이 어리니까 실수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 팀은 공을 빼앗겼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결국 시즌 막판에는 나름대로 멋진 축구를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남 감독대행의 공격 전술은 승강 플레이오프(PO)에 들어서면서 빛을 발했다. 강원FC-안산경찰축구단-경남FC와 총 4경기를 치르면서 8골을 넣으면서 4위 팀 승격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넣을 수 있을 때 더 넣자’라는 화끈한 공격 전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남 감독대행은 자신의 전략에 고집을 부리면서도 조언을 구하는 데에는 선후배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경남과의 PO를 앞두고서는 비디오 분석보다 조언을 구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광주 출신의 김은선(수원삼성)과 김수범(제주유나이티드)에게 전화를 걸어 경남의 약점에 대해 알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김은선과 김수범은 자신의 일처럼 남 감독대행에게 약점에 대해 설명했다.

남 감독대행은 “경남에 대해선 나보다 선수들이 더 잘 안다. 그래서 옛 제자들에게 전화해서 조언을 구했다.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다. 은선이와 수범이 덕분에 경남을 공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경남은 최근 3경기 비디오만 봤다. 광주가 잘하는 것에만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남 감독대행의 성공은 고집과 해탈의 경계선에 있다. 전술에 대한 고집은 세우면서도 대행 꼬리표를 떼는 데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말을 아끼던 남 감독대행은 PO 1차전을 앞두고 짧고 굵은 출사표를 던졌다. “더 이상 챌린지 팀과 경기를 하기 싫습니다. 그것뿐입니다.” 그리고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남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 취임을 앞두고 있다. 광주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기 후 뒤풀이 자리에서 이미 정식 감독에 대한 내용을 구두로 합의했다. 계약 조건만 정하면 곧바로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 것이다”고 했다. 감독대행이 된지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사진=광주FC 제공

3편에 계속

'인:팩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 표면이 아닌 이면에 대한 취재기록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건 혹은 사실에 대한 성실한 발걸음을 약속한다. <편집자주>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교토행 준비’ 황진성, 튀비즈 경기 결장
마티치 공백, 첼시 패배로 이어진 원리는
[풋볼리스트S] 비공식 어워즈 | ① 강수일-최철순 없는 BEST11은 가라
[히든트랙] 경남 강등, '좌충우돌 2년'의 결과물
[히든트랙] 광주 승격의 비밀, '삼위일체'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