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창원] 류청 기자= 2005년 창단된 경남FC는 스스로 ‘시도민 구단의 자존심’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하지만 이제는 그 수식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단순히 광주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강등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남은 리그 참여 두 번째 해인 2007년에 4위를 차지하며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창단 감독인 박항서에게 바통을 이어 받은 조광래 감독은 젊은 선수들로 돌풍을 일으키며 ‘경남 유치원’이라는 부러움 섞인 별칭을 받았다. 2012년에는 최진한 감독과 함께 시도민구단으로서는 유일하게 상위스플릿에 오르기도 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기력이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물론 정치적인 상황과 밀접한 시도민구단의 특성상 잡음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안종복 대표이사가 전체적인 지휘를 맡았던 지난 시즌과 올 시즌에는 달랐다. 계속해서 사령탑이 바뀌었다. 지난해 5월 최진한 감독이 자진사퇴로 물러났고, 2011년 인천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9월에는 성적부진에 화가 난 서포터즈가 안 대표이사와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남은 결국 11위를 차지했고, 구단은 페트코비치를 경질하고 이차만 감독을 선임했다.

15년 동안 프로무대를 떠나 있던 이차만 감독 선임에 팬들은 다시 한 번 술렁였었다. 하지만 안 대표이사는 “이 감독은 우리나라 지도자 중에 가장 많은 우승경험을 가지고 있다”라며 팬들을 달랬다. 당시 논란은 경남 출신인 이흥실 전 전북현대 코치가 수석코치로 팀에 합류하며 일정 부분 줄어 들었다.

논란은 선수단 재구성 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안 대표이사는 2013년 9월 서포터즈와의 면담에서 "올 시즌 우리 팀의 선수는 대부분 전임 경영진이 뽑았다. 내가 한 명이라도 제대로 뽑았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폭 변화를 예고 했었다. 결과적으로 2013시즌 팀의 주축이었던 정다훤, 강승조, 윤신영, 조재철 등을 내보내고 상대적으로 신예들로 보강을 했다. 무게감 있는 신입 선수는 조원희(7월 J리그로 이적), 김영광 정도였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쓴 건 아니다. 경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평균 130억 원 정도를 썼다. 창단 첫 해 빼고는 가장 많이 쓴 것"이라고 했다.

이차만 감독과 신예들의 조합은 힘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이차만 감독은 16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8월 10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차만 감독의 사의는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틀 뒤인 12일 걱정스러운 마음에 함안 훈련장을 찾은 팬들이 이차만 감독이 다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일이 커졌다.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분통을 터뜨렸다. 구단은 14일에야 당시 기술고문이었던 브랑코 바비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켰다.

바비치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게 되면서 수석코치였던 이흥실은 2군으로 내려간다. 이차만 감독과 팀을 이끌었던 이흥실 수석코치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해석됐지만, 일각에서는 안 대표이사와 마찰을 빚었던 이흥실 수석코치에 대한 사실상 징계로 받아들였다. 인사는 구단에서 결정할 부분이지만, 성적이 문제였다. 바비치 감독대행이 팀을 맡은 뒤에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경남은 팀의 명운이 달린 광주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헛발질을 했다. 시즌 막판 부진했던 김영광 대신 신예급인 손정현을 투입했다. 손정현은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 전까지 단 6경기를 소화한 경험이 부족한 선수였다. 김영광이 실수가 많다고 지적했던 이들도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손정현을 기용한 것에 의문을 표했다. 손정현의 직접적인 실수는 없었지만, 광주 선수들은 기가 살았다. 결과는 경남의 1-3 패배였다.

2차전에 골문을 맡은 선수는 김영광이었다. 바비치 감독대행은 1차전에 손정현을 기용한 이유를 묻자 “모든 구단에는 정책이 있다. 올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까지 생각해야 한다. 손정현은 재능이 있고, 우리와 5년 계약을 했다. 김영광은 1년 임대로 와 있는 선수다.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강등되면 안 된다고 직접적인 압박을 주는 상황에서 진정한 투자는 잔류가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경남은 2차전에서도 1-1로 비기면서 강등됐다. 2~3 차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놓치면서 잔류 기회를 놓쳤다. 사실 그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숫자였다. 시즌 중 가장 중요한 경기에 1969명의 관중이 찾아 들었다. 광주 원정팬까지 합한 숫자다. 지난해 5961명, 올 시즌 4443명의 평균관중을 모았던 경남이었다. 경남은 2014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최근 흐름에 대한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이다.

강등 되도 축구는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 승격한 광주처럼 체질을 개선하고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강등이 한 순간의 실수에서 나오지 않았음을 자각하고 개선하는 일이다. 다음 시즌에도 앞서 언급했던 실수들이 이어진다면, 경남은 시도민 구단의 자존심이라는 수식어를 다시는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사진= 경남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광주 승격] '대행 신화' 남기일, 윤정환 길 따른다
[승강 PO] 경남 강등과 함께한 '김영광 미스터리'
[풋볼리스트S] 비공식 어워즈 | ① 강수일-최철순 없는 BEST11은 가라
[EPL 포커스] ‘교토행 준비’ 황진성, 튀비즈 경기 결장
도르트문트, 김진수 앞에서 ‘꼴지 탈출’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