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게티이미지코리아
백승호.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미드필더 백승호(24)가 전북현대에 입단했지만 수원삼성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하필 2021시즌 K리그 상반기 선수 등록 마감일(3월 31일) 직후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7라운드 4월 3일 대진이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였다. 수원 팬들은 수원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유소년 시절 수원의 지원 속에 스페인 유학을 진행했고,  국내 복귀 시 수원으로 온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전북에 입단한 것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백승호는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FC 바르셀로나 B팀과 프로 계약을 맺었고, 유소년 시절에도 5년 장기 계약을 맺는 큰 기대를 받았다. 2010년 매탄중학교(2010년 9월 창단 예정이던 수원 삼성 U-15 팀) 입학 후 스페인 축구 유학을 떠난 백승호가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과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시점은 2011년 7월 6일이다. 그리고 이 장기 계약이 백승호의 수원 삼성 복귀 합의서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수원 구단 측은 줄곧 1차 합의서의 내용대로 백승호가 3년 간 바르셀로나 유학 후 매탄고등학교(수원 삼성 U-18) 축구부에 입단하기로 한 약속을 바르셀로나와 5년 계약으로 지키지 못하게 됐으며, 이 계약이 무단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백승호 측이 수원 삼성 구단에 장기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진행해 1차 합의서 내용(바르셀로나 3년 유학 후 매탄고등학교 축구부 로 복귀)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백승호 측은 4월 2일 오후 국내 매니지먼트사 브리온 컴퍼니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를 부인했다. 수원 측은 2013년 작성한 2차 합의서 작성(시기와 이유를 불문하고 K리그를 포함한 국내 복귀 시 수원 삼성으로 돌아온다)의 배경이 백승호 측이 1차 합의서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도 백승호 측의 주장과 다르다. 중요하게 엇갈리는 대목은 바로 1차 합의서를 백승호가 위반했는지 여부다. 

백승호 측의 주장에 따르면 3, 4월께 바르셀로나의 장기 계약 제안을 듣고 수원 삼성에 곧바로 연락을 취했으며, 그로 인해 5, 6월께 수원 삼성 관계자가 바르셀로나를 방문했다. 수원 관계자들은 아직 백승호가 장기 계약을 맺기 전이며 오퍼 단계라는 것을 바르셀로나 관계자와 미팅을 통해 확인했고, 이 과정 이후 장기 계약 체결이 이뤄진 것이라 1차 합의서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당시 수원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이 있는 고위 관계자가 바르셀로나를 방문해 기예르모 아모르 유소년 디렉터, 알베르트 푸이츠 유소년 총괄 코디네이터와 면담을 가진 뒤 장기 계약을 허락했다. 바르셀로나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수원이 백승호의 향후 행보에 따른 연대기여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백승호는 1차 합의서를 위반하지 않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바르셀로나와 장기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서는 수원 측이 당시 복수 언론을 통해서 백승호의 바르셀로나 장기 계약을 알리는 과정에 밝힌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기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수원은 장기 계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기에, 한 쪽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 '마이데일리'의 보도를 보면 수원 구단 관계자가 2011년 7월 6일 "수원삼성 U-15팀인 수원 매탄중에 다니고 있는 백승호가 바르셀로나와 유소년 계약을 맺었다. 만약 계약에 실패할 시 U-18팀인 수원 매탄 고등학교로 가야하지만 계약에 성공해 바르셀로나로 가게 됐다. 바르셀로나에서 제안이 왔고 이에 승낙을 해줬다"며 "한달 전에 바르셀로나에 가서 백승호에 관한 상의를 마쳤었다"고 했다. 당시 '스포탈코리아' 기사, '최용재 칼럼'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수원이 5월 말이나 6월 초에 백승호와 바르셀로나의 계약을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수원 관계자는 "당시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것은 맞지만 잘 생활하는지 보러간 것이었다. 디렉터 등 바르셀로나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백승호의 부모님에게서 3년, 3+2년 등 장기 계약 제안을 맺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장기 계약을 맺으려면 먼저 알려주셔야 한다고 답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수원 측은 5년 장기 계약 체결 사실은 이후 일방적으로 계약이 진행된 이후 구두로 전해들었다며 수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했다.

백승호 측은 "우리가 장기 계약 제안을 받은 것을 알린 이후 수원 삼성 관계자가 온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갑작스레 왜 바르셀로나에 짧은 일정으로 방문했겠나. 직접 바르셀로나 관계자와 미팅도 우리가 잡아서 장기 계약 제안을 받은 것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고 주장했다.

수원은 1차 합의서를 백승호 측이 지키지 않아 2차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수 언론이 보도한 백승호 측의 주장에 따르면, 2013년 3월 수원의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수원 복귀가 난망해진 백승호에게 3억 원의 유학비를 지원한 근거에 대한 감사 문제로 2차 합의서가 작성됐다. 만약 1차 합의서에 문제가 있었다면 2011년 장기 계약 체결 사실을 파악한 즉시 2차 합의서 작성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2년이 지난 시점에 2차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 그 근거라는 주장이다.

복수 매체에서 보도한대로 백승호 측은 2차 합의서 작성 상황에 5년 계약을 맺은 상황에 2년 더 지원을 요청했다. 수원 삼성 측은 지원 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나 제일기획 이관 및 구단 예산 감축, 지원 명분 부족 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최종 통보했다.

수원 삼성 측은 2차 합의서에 추가 지원에 대한 부분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2차 합의서를 작성한 이유는 1차 합의서에 명시된 3년 간 지원 기간이 끝난 이후 1차 합의서를 위반한 상황에 대한 후속 해결을 '국내 복귀 시 시기와 방법을 불문하고 수원 삼성으로 복귀'하는 2차 합의서 작성으로 매듭짓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백승호 측은 추가 요청한 2억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2차 합의서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2차 합의서의 문건도 간인, 직인 등이 빠진 초안 단계라 지원 여부가 확정된 후 정식으로 다시 2차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전북 현대에 공식 입단한 백승호. 사진=전북 현대 제공.
전북 현대에 공식 입단한 백승호. 사진=전북 현대 제공.

2차 합의서의 작성 배경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합의서의 존재는 분명하다. ‘백승호 배신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백승호가 전북현대행을 추진한 과정에 수원에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양 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백승호 측에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수원 직원이지만, 당시 전북과 구체적인 계약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고, 합의서 사실을 인지한 뒤 백승호 측이 수원과 우선 협상을 원했지만 수원 측이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 관계자는 백승호 측의 연락이 왔고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으나 그 배경에 대해선 국내 복귀를 추진하며 이미 전북과 상당 부분 협상을 진척한 것에 대해 감정이 골이 깊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승호 측은 수원과 2차 합의서 존재를 인지한 뒤 다름슈타트 측에도 알렸고, 전북 현대와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기에 수원 삼성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려 했으나 수원 삼성이 내내 백승호 측과 다름슈타트 측에 영입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제안도 하지 않아 전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양 측이 주장에 대한 ‘증거’를 기자들에게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가리기는 어렵다.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경우에나 제대로 시비를 가릴 수 있게 됐다. 수원 삼성은 스페인 유학 지원금 3억 원과 법정이자 1억 2000만 원, 손해 배상액 10억 원 등 14억 2000만원을 백승호 측에 합의 가이드 라인으로 제시했다.

백승호 측은 합의대로 수원이 아닌 전북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귀책이 있는 건 아니며, 지원을 받았음에도 결과적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 지원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것이 적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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