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현역 시절 바르셀로나 공격축구의 상징적 존재였던 로날드 쿠만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쿠만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던져버리고 바르셀로나의 제안을 수락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상황은 녹록지 않다.

쿠만에게는 세 가지 얼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르셀로나의 전설적 선수 출신이며 ‘드림 팀’을 직접 겪었다는 점이다. 쿠만은 1989년부터 6시즌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는데, 고(故) 요한 크루이프 감독의 드림 팀에서 핵심 선수였다. 공격적인 팀 철학에 걸맞게 6시즌 동안 무려 88골이나 터뜨린 센터백이었다. 축구 역사상 가장 공격력이 좋은 센터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바르셀로나가 펩 과르디올라, 루이스 엔리케 등 전설적 선수 출신 감독을 선임할 때마다 성적이 좋았다는 건 쿠만에게 기대를 걸게 하는 요소다.

두 번째는 네덜란드 출신이면서도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 성향이다. 쿠만은 아약스와 바르셀로나를 모두 거치며 토털풋볼을 깊이 체득했지만 감독이 된 뒤 조금 더 실리적인 모습을 보였다. 쿠만은 아약스와 PSV에인트호번을 모두 네덜란드에레디비시 정상으로 이끈 바 있지만 한 번도 최다득점팀은 아니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의 사우샘프턴을 성공적으로 이끌던 시기에도 리그 최강을 다투는 저실점에 비해 득점이 다소 부족해 6~7위에 머물렀다.

세 번째는 유일한 라리가 경력인 2007/2008시즌 발렌시아에서 보인 독불장군식 행보다. 당시 쿠만은 중소리그를 평정한 감독으로서 큰 기대를 받았으나, 발렌시아에 부임하자마자사사건건 논란을 일으켰다. 다비드 알벨다, 산티아고 카니자레스, 미겔 앙굴로 등의 간판 스타들을 내쳤다. 보유한 선수들의 포지션을 복잡하게 바꿨으나 대부분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실패했고, 방어적인 인터뷰 태도가 비판을 더 키웠다. 결국 리그성적 11승 9무 14패를 남기고 경질됐다.

부임 후 나오는 전망도 위 세 가지 얼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르카’는 쿠만 감독이 유망주를 적극 기용할 거라며 ‘토털풋볼’의 후계자다운 선수 기용을 기대했다. 쿠만 감독은 최근 비중이 쪼그라든 유소년팀 ‘라 마시아’ 출신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고 공언했다. 부임 직후 B팀(2군)의 가르시아 피미엔타 감독과 면담을 요청해 유망주 파악에 나섰다. 이미 1군에 올라가 있는 유망주 윙어 안수 파티, 미드필더 리키 푸치를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리빌딩도 중요한 과제다. 부임이 공식 발표된 뒤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과 식사를 하며 선수단 구성에 대해 상의했다. 바르셀로나가 지칠 선수는 리오넬 메시,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 클레망 랑글레, 프렝키 더용, 넬손 세메두, 우스만 뎀벨레, 앙투안 그리즈만 7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잠재적인 방출 대상이다. 특히 노장인 수아레스, 세르지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 이반 라키티치, 아르투로 비달, 이반 라키티치, 심지어 수비의 중심 제라르 피케까지 내보낼 거라는 설이 있다.

메시가 남은 계약기간 1년을 채운 뒤 바르셀로나를 떠날 거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쿠만 감독은 부임 직후 메시를 어떻게 잔류시킬 거냐는 질문을 받았고, 애매하게 대답해야 했다. 문제는 메시를 남기고 나머지 노장 선수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메시의 파트너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숙청 대상’으로 꼽히지만, 수아레스 역시 1년 뒤 자유계약으로 떠나고 싶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잔혹한 여름을 보내야 한다면 발렌시아 시절 보인 과격한 리빌딩 역시 단점이 아니라 추진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바르셀로나는 구단 역사상 1, 2, 3위 이적료를 최근 3년 사이에 지출했는데 필레페 쿠티뉴(바이에른뮌헨 임대)와 뎀벨레는 사실상 실패작이고, 그리즈만 역시 한 시즌 활약상은 기대 이하였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까지 겹치며 이적 자금이 과거처럼 충분하지 못하다. 선수단의 화려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과감한 리빌딩을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쿠만 감독은 여기에 잘 맞는 리더십의 소유자일 수도 있다.

이미 바르셀로나 선수단은 토털풋볼을 화려하게 구현할 만한 수준에서 멀어져 있다. 아무리 많은 노장을 쳐낸다 해도 모두 방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선수단 전체의 에너지가 떨어진 채 새 시즌을 맞아야 하고, 토털풋볼의 기본 조건인 체력이 부족하다. 새 시즌 바르셀로나는 좀 더 실리적인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쿠만 감독의 수비 조련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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