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조금 이르지만,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한가위가 축구계에도 찾아왔다. A매치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그리고 K리그 일정이 계속되기 때문에 선수들에 완벽한 휴식은 없다. 물론 팬들은 추석연휴에도 이어지는 축구공의 향연에 기쁘다. 그래도 한가위는 한가위! ‘풋볼리스트’는 모두가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한가위를 즐길 수 있는 기사를 준비했다

잘하면 선수 덕이고, 못하는 감독 탓이다. 대한민국 4~50대 남성 중에서 모발에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이들은 아마 K리그 클래식 감독일 것이다. 탈모와 변색이 잦은 일이다. 긴장이 주식인 이들이지만, 한가위 하루쯤은 푹 쉬어도 되지 않을까? ‘풋볼리스트’가 감독들의 마음을 단번에 풀어줄 약주를 추천한다.

봉동 이장 최강희 전북 감독에 권하는 막걸리 한 사발 / 김정용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대제 싫다, 이장이라고 불러달라", "봉동 말고 다른 곳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곤 한다. 국가대표 감독을 오가며 겪은 고생, 그 기간 동안 전북이 겪은 혼란을 끝내고 전북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전북의 객관적 전력은 K리그 최강이다. 봉동에 집중하고 싶다는 최 감독처럼 선수들 모두 매 경기에 최상의 집중력으로 임한다면 1위를 쭉 지킬 수 있다. 시즌 중에 막걸리를 퍼마실 수는 없겠지만, 힘든 농사일 후 새참 삼아 들이키는 막걸리처럼 봉동다운 노력과 재충전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고민 많은 황선홍 포항 감독에겐 천안도솔연미주 / 김동환 기자
K리그에서 가장 깊은 전통을 가진 팀. 포항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에게는 역사 깊은 술을 권한다. 무려 80년, 3대가 이어온 양조장에서 빚은 '천안도솔 연미주' 한 잔을 추석에 기울이길 바란다. 요즘 S모 백화점에 마련된 전통주 코너에서 ‘핫’한 아이템이다. 고려시대부터 전해온 생쌀 발효 기법을 재현해 현대적 전통주 제조기법과 융합했다. 쌀을 찌지 않고 누룩과 함께 자연 그대로 발효했다. 포항 유소년팀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아직 생쌀에 불과하다. 발효가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필요한 건 즉시 전력이다. 그렇다고 지금 영입을 할 수는 없다. 현재 보유한 스쿼드의 컨디션을 잘 활용하고 감독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천안도솔 연미주’는 쌀 고유 영양분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7가지 영양분으로 그 기능을 다스렸다. 부디 황 감독 마음과 포항의 성적도 다스릴 수 있길…

서정원 수원 감독에 보내는 맥주 한잔 / 한준 기자
축구와 어울리는 술이 많지만, 그래도 여전한 스테디 셀러는 ‘치맥(치킨+맥주)’이다. 수원삼성은 올 시즌 한국 프로 스포츠 구단 전체를 통틀어 최다 평균 관중을 모으고 있는 축구 수도다. 경기당 2만 명의 관중을 모으고 있는 수원에서의 맥주 한잔에 축구 공이 빠지면 섭섭하다. 올해 새로 출시된 ‘볼비어’에는 축구 공이 새겨져 있다. 현역 생활을 마치고도 입에 술 한잔 대지 않고 있는 서정원 수원 감독도 탐낼 만한 캔맥주가 나왔다. 도수도 높지 않아 취할 염려도 없다. 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빅버드의 신바람 축구를 즐기기 위한 최고의 파트너다.

차출로 가슴 아픈 하석주 전남 감독은 복분자 / 김환 기자
전남은 핵심 선수 3명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보냈다. 안용우, 이종호, 김영욱이 그 주인공. 특히 안용우와 이종호는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이다. 그래서 씁쓸하다. 그렇다고 제자들을 팀에 잡아놓을 수도 없지 않나. 그래서 쓰린 속을 달래면서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복분자를 추천한다. 전남의 9월은 혹독할 전망이다. 핵심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남은 선수들이 힘을 내야 한다.

맘 고생이 심한 박경훈 제주 감독에겐 달콤하지만 독한 포트와인 / 류청 기자
최근 서울과의 경기에서 만난 박경훈 감독은 눈에 보일 정도로 수척해져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전력보강을 많이 했는데, 계속해서 선두경쟁으로 뛰어들 기회를 놓치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약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좋은 경기와 팬들의 기쁨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좋은 경기력은 언젠가 빛을 볼 것이다. 한가위에 달지만 독한 포트와인을 한 잔 하고 편하게 쉬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호평을 받고 있는 DOW’S 포트와인을 추천한다.

’혁명’ 중인 조민국 울산 감독에겐 묵직한 감홍로를 / 한준 기자
조민국 울산 감독은 올 시즌 새로 부임하면서 그 동안 성공 방정식으로 통했던 철퇴를 버렸다. 패스 축구로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패배가 많았다. 비난과 비판 사이에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팬들의 조바심에도 선수들은 믿음을 잃지 않고 있다. 긴 안목으로 내년을 보고 준비하고 있다. 흔들림 없는 정진을 위한 울산의 속풀이주로 감홍로를 추천한다. 조선의 3대 명주로 알려진 감홍로는 알코올 40도의 묵직한 술이다. 감(甘)은 단맛을, 홍(紅)은 붉은색을, 로(露)는 증류된 술이 이슬처럼 맺힌다는 뜻으로 미각, 시각, 후각을 만족시키는 명인의 술이다.

비상 중인 독수리 최용수 서울 감독에겐 버니니 / 김환 기자
FC서울은 시즌 초반 부진을 완벽하게 털어낸 모습이다.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4강에 올랐다. 리그에서도 7위에 머물러 있으나 최근 4경기 3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다. 이럴 땐 약간 쉬어가면서 축배를 들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그래서 버니니를 추천한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데다가 알콜 도수 5%로 강하지도 않다. 가볍게 승리의 기쁨을 느끼는 것에 최고인 술이다.

위기를 넘긴 김봉길 인천 감독은 강력한 바카디 / 정다워 기자
김봉길 감독은 요새 기분이 좋다. 전반기엔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다고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래도 여유롭게 추석을 보낼 수는 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과음해 숙취로 고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 감독에게 바카디를 추천한다. 다른 주류들에 비해 뒤끝이 적다는 평가다. 기분 좋게 취하기엔 바카디만한 술이 없다.

선수들의 전역으로 속 쓰린 박항서 상주 감독에겐 화이트 와인! / 정다워 기자
강등권 싸움하랴 선수들 전역시키랴, 박항서 감독은 고민거리가 너무 많다. 이럴 땐 은은한 향이 나는 화이트와인을 추천한다. 호주 브라운 브라더스 레이트 하비스트 오렌지 뮈스캣 앤 플로라는 꿀향이 은은하게 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이다. 머리 속이 복잡하겠지만 화이트와인 한 잔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시길.

감독을 교체한 성남과 신임 김학범 감독에겐 블러디메리 / 김정용 기자
성남FC의 최근 행보를 술 마시는 사람에 빗대 말하자면 이미 만취상태다. 감독 대행이 바뀌고 구단 안팎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강등을 면하려면 지금이라도 혼란을 끝내고 맑은 정신으로 시즌 막판을 보내야 한다. 블러디메리는 토마토 주스와 보드카를 섞어 만드는 영국식 해장술이다. 복잡한 머리는 블러디메리로 날리고 잔류를 위해 노력할 때다.

좋은 날을 기다리는 윤성호 부산 감독에겐 좋은데이
윤성효 감독은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부산의 상황을 보면 '금주가' 윤성효 감독도 술이 고파질 것이다. 최근 10경기에서 1승3무6패를 거두며 좀처럼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윤성효 감독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모양이다. 팀이 다시 승리할 때까지는 선수들을 질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에게도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담아 경남 지역의 대표 소주인 좋은데이를 추천한다. 일반 소주보다 순하기 때문에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윤성효 감독에게도 부담이 덜 할 것이다.

꼴지 탈출 노리는 바비치 경남 감독대행에겐 고향 근처서 나는 크로아티아 와인
바비치 대행은 자나깨나 팀 성적이 걱정이다. 탈꼴지를 하기도 했지만, 추석연휴를 앞두고 12위에 내려 앉아 있다. 사람이 힘이 들면 고향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준비한 게 세르비아와 인접한 크로아티에서 나는 와인이다. 진판델의 아버지라 불리는 플라바츠 말리로 만든 와인 한잔이면 바비치 감독대행의 향수병과 고민이 조금이나마 날아갈 것이다.

정리= 류청 기자
그래픽= 조수정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