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더운 한여름엔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먹어라?

올 여름, 바르사가 한국으로 온다. 내한 경기를 치르는 건 아니다. 바르사는 여름을 앞두고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문자 그대로 시장(市場)이다. 국내 편의점 업체인 GS25(GS리테일)와 손잡고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식품, 그리고 칫솔과 양말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양말과 같은 생필품은 출시된 상태고, 식품류는 4월 말부터 차례로 시장에 나올 것이다. GS25는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바르사와 첼시,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GS25와 손을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GS25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이윤이 없으면 움직일 수 있다. 바르사 등 유럽 명문 축구 클럽과의 제휴 실무를 담당한 GS리테일의 공승준 차장은 “유명 축구팀의 건강하고 활동적인 이미지와 식품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유럽 쪽에서 아시아 마케팅과 라이선싱을 담당하는 이들도 같은 생각이다. 한국인으로 나이키 유럽 본부에서 아시아 & 북미지역 마케팅 총괄 디렉터로 일하는 손성빈 과장은 “유럽에서는 이미 라이선스 제품 시장이 크다.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메가 스토어에 가면 팀 로고가 박힌 생활 용품들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바르사 제휴 용품들은 이미 소비자 깊숙이 파고들 준비를 마쳤다. 바르사의 로고와 선수들이 새겨진 '구구콘'과 '브라보콘', '빠삐코'가 4월 내로 출시될 예정이고, 프랭크 램파드와 존 테리 등이 새겨진 '누가바'도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 찾을 수 있다. 에너지 음료를 컵에 담아 먹을 수 있는 ‘아이스원컵’도 대기 중이다.

해외 유명 구단의 한국 공략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K리그 구단들의 인식전환을 바라기 때문이다. 최근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구단의 자생력이 도마에 올랐다. 해외 구단들의 움직임을 보며 돌파구를 얻을 필요가 있다. 앞선 이들의 움직임을 배우는 건 결코 표절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 끝에 한 모방은 제2의 창조가 될 수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K리그 구단들의 자생력은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할 정도다. 계량할 수 없는 광고 효과를 제외하면 얻는 게 없다. 오직 우승에만 혈안이 돼있다. 축구단의 가장 큰 존재 의미가 승리와 우승컵 획득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큰 의미에서는 그것 역시 작은 성과다. 자립할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오래 달리기 어렵다.

라이선스 제품의 개발과 판매는 K리그 구단들에게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충성도 있는 팬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단이 팬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양쪽에 모두 신경 써야 완벽한 토착화를 이룰 수 있다. 토착화에 성공하지 못한 팀은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들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바르사와 첼시처럼 기존 제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기존 제품들을 생산해 납품하는 하청 공장과 자체 개발 브랜드 PB(Private Brand)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축구 경기는 많아야 1주일에 두 번 밖에 관람할 수 없다. 하지만 축구가 생활의 영역에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팀과 팬, 소비자가 더욱 밀착될 수 있다.

축구팬 입장에서 보면, 바르사 브라보콘과 첼시 누가바의 등장은 즐거운 일이다. ‘FC서울 상어바’, ‘수원 삼성 더블바’ 그리고 ‘제주유나이티드 한라봉바’가 경기장 근처에서 팔리면 더 재미있고 축하할 일이 아닐까? 머지 않아 편의점 혹은 시장에서 바르사, 맨유와 K리그 팀들이 대결하는 날을 기다린다. 축구팀은 축구만 하는 사업체가 아니다. 조금씩 지평을 넓혀야 한다.

::: 류청은 '팔방미인은 쪽박 찬다'는 속설에 개의치 않고, 두리번거리기를 즐기는 기자다. '발롱도르'는 축구와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객관은 하나의 신화"라는 명제를 기본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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