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바이에른뮌헨과 FC바르셀로나간의 세기의 맞대결을 보고도 느낀 점이 ‘오심’ 뿐이라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할 것 같다.

경기를 지켜본 결과, 24일 바이에른의 4-0으로 끝난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주심의 오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차근차근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바이에른측에선 바르셀로나의 계속된 핸들링 파울을 언급한다. 그런데 전반 초반 바이에른 선수의 슈팅이 헤라르드 피케의 손에 맞은 장면에서 페널티킥을 불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핸드볼 파울을 평가할 때 가장 집중적으로 살피는 것은 공을 향한 손의 움직임(공이 손으로 향했느냐, 또는 손이 공을 향했느냐의 문제)과 상대 선수와 공 사이의 거리다. 가까운 지점에서 상대 선수가 슈팅 또는 패스 한 공이 손에 맞았다고 해서 무조건 파울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피케가 자기방어를 위해 손을 뻗었다고 보는 게 옳다. 다른 핸들링 파울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바이에른의 세 번째 골 장면 중 아르연 로번이 슛하는 과정에서 토마스 뮐러가 바르셀로나 수비수 호르디 알바의 진로를 방해(차징)한 것은 파울을 불 수 있는 상황이다. 알바가 방해를 받지 않고 뒤쫓아 갔다면 로번의 각을 더 좁혀 슈팅을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고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스페인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선제골과 두 번째 골은 오심이라고 볼 수 없다.

첫 번째 골장면에서 바이에른의 단테는 문전 앞에서 점프 후 헤딩을 하고 난 다음 다니 아우베스의 어깨를 건드렸다. 어깨를 짚거나 밀면서 뜨지 않았기에 파울과는 전혀 무관하다.

마리오 고메스의 두 번째 골은 헤딩 패스한 뮐러의 발이 있는 지점이 제2 최종 수비수와 동일선 또는 그에 미치지 못하여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뮐러가 헤딩하는 순간, 아우베스는 뒤로 넘어졌고, 고메스는 수비벽 뒤에 있다가 앞으로 몸을 움직여 골을 성공시켰다.

그래도 고개를 갸웃할 팬들을 위해 보충설명을 하자면, UEFA 대항전에는 보통 26대 이상의 카메라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다. 만약 오프사이드였다면 늘 그랬듯이 일직선상에서 오프사이드 장면을 수차례 반복해서 보여줬을 것이다. 오프사이드로 의심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하이라이트만을 틀어주고 경기를 재개했다.

경기를 마치고 스페인 언론에서 “0-2로 끝났어야 할 경기”였다는 기사를 봤는데 스페인 팀을 옹호하기 위해 쓴 기사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날 주심을 본 헝가리 출신의 빅토르 카사이는 FIFA 월드컵 무대(2010 남아공 월드컵)를 밟은 주심이다. 냉철한 평가를 통해 선발됐다는 증거다. 거기에 지금 FIFA와 UEFA 심판 위원장이 스페인 사람인데 행여나 스페인 클럽에 대놓고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심판 입장에서 볼 때 큰 별탈없이 끝난 경기였다.

구술=권종철 FIFA 심판감독관 겸 AFC 심판 강사
정리=윤진만 기자

::: 권종철 국제축구연맹 심판관은 선수만큼 유명한 심판이었다. K리그를 넘어 FIFA 국제심판으로 유수의 대회에서 명판정으로 이름을 알렸다. <권종철의 호크아이>는 논란이 된 판정을 그의 경험과 지식으로 재조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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