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울월드컵경기장] 류청 기자= ‘적응이 도대체 뭐예요?’

FC서울 데뷔전인 ‘2013 AFC챔피언스리그(ACL)’ 장쑤 세인티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린 윤일록은 골을 넣고 이렇게 외치고 싶지 않았을까?

적응이 누구에게나 힘든 과정은 아닌 것 같다. 윤일록은 예열 없이 달아올랐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69분만 소화하고도 2골을 터뜨렸다. 다른 선수들과 ‘틀린 그림 찾기’가 불가능한 정도였다.

최용수 감독은 기존 4-3-3 전술에서 공격 쪽에 숫자를 더 배치하는 4-4-2 혹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는데, 그 중심에 윤일록이 있었다. 윤일록은 데얀-몰리나-에스쿠데로 확장 조합에 한 축을 확실하게 담당했다.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던 윤일록은 전반 32분에 깔끔한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데얀과 하대성으로 패스가 이어지는 순간에 틈을 파고 들었다. 팀 플레이에 완벽하게 녹아 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후반 10분에 보여준 왼발 발리슛은 자신의 기량에 대한 멋진 춤사위였다.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완벽한 자세로 공을 골대 안으로 보냈다. 최용수 감독의 표현처럼 전에는 “결정력이 좋은 친구는 아니”었을 지 몰라도, 이날만큼은 완벽했다. 새로운 가능성까지 열었다.

이적 후 첫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고 홈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나오기는 쉽지 않다. 어느 한 조직에 들어가 바로 완벽한 일원으로 인정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윤일록은 부지런한 움직임과 정갈한 두 방으로 두꺼운 벽을 상당부분 헐어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윤일록과 서울 모두 마찬가지다. 최 감독의 말처럼 “한 경기를 했다고 서울의 전력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다. 윤일록은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반은 더 갔다.

최 감독은 집으로 돌아가 흐뭇한 웃음을 짓지 않았을까? 그는 윤일록을 바로 선발로 내세운 배경을 묻는 질문에 “계속해서 눈여겨봤던 선수”라고 짧게 답했다. 데얀과 몰리나 그리고 에스쿠데로로 이어지는 공격조합에 끼워 넣을 가능성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게 더 기뻤을지도 모른다.

사진= 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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