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공항] 유지선 기자=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 했다”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을 마치고 평양에서 돌아온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북한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전쟁 같았던 북한 원정을 무사히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경기 하루 전날인 14일 오후 평양으로 간 대표팀은 16일 오후까지 평양에 머물렀다. 이틀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체감은 훨씬 길었다. 입국 직후 취재진 앞에 선 손흥민도 “오랜만에 뵙네요”라는 인사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상당히 고된 원정길이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벤투호는 중국 베이징을 경유한 까닭에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경기 외적으로 신경 쓸 것이 많아 에너지 소모가 컸고, 그라운드 위에서는 북한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로 인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몇몇 선수들은 “이게 축구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는 후문이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최영일 부회장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 했다.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함성을 질러대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경기가 상당히 거칠었다. 북한 선수들이 팔꿈치와 손을 사용하고, 공중볼 싸움을 할 때도 막 밀어붙이더라. 우리 선수들이 부상 없이 경기를 잘 마친 것으로 만족한다”며 안도했다.

특히 후반전은 북한 선수들의 반칙으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심판 때문에 경기가 중단된 적이 많았다”던 벤투 감독은 “상대가 굉장히 거칠었는데, 심판이 그럴 때마다 상황을 바로잡고 선수들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 경기를 중단했다. 후반전은 흐름이 계속 끊겼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선수단을 향한 태도는 냉랭했다. 최영일 부회장은 “(선수단을 향한 북한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싸늘했다. 추웠다, 정말 추웠다”고 눈을 질끈 감으면서 2년 전 여자대표팀이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와 정반대의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벤투호가 묵은 고려호텔은 한국에서 온 스태프와 선수들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고, 선수들의 외출도 불가능했다. 외부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막은 것이다. 호텔 직원들도 꼭 필요한 말 외에는 대화를 삼갔다. 질문을 해도 시선을 피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고생을 많이 해서 잊을 수 없는 원정이었다”고 말한 손흥민은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수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경기가 거칠었다. 심한 욕설도 들었다”고 곱씹으면서 북한과의 다음 맞대결을 기약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만큼 나중에 한국에서 경기할 땐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

한국은 2020년 6월 4일에 북한을 홈으로 불러들여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7차전 경기를 갖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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