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대표팀의 평양 원정 경기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무관중 월드컵 예선’답게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홈 관중들의 응원은 없었지만, 대신 북한 측 관계자들의 거친 함성이 위협적이었다.

15일 오후 5시 30분부터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북한이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경기를 갖고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사전에 약 4만 관중 입장이 예고된 것과 달리 무관중 경기였고 생중계도 없었다. 북측은 조선중앙TV의 녹화영상을 저화질 파일로 DVD에 담아 한국 선수단에 전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 영상을 취재진 대상으로 공개했다. 하이라이트는 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게 올려 둘 예정이다.

월드컵 예선 경기에 꼭 필요한 요소 중 빠진 건 없었다. 양국 국가는 한국의 애국가, 북한의 애국가 순서로 연주됐다. 한국 선수들은 늘 그렇듯 큰 소리로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김민재, 정우영, 김승규가 눈을 감고 특히 큰 소리를 냈다. 벤치에서도 김영민 등 일부 코치는 눈을 감고 큰 소리로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북한 선수들은 자기 자리에 서서 비교적 담담하게 국가를 부르는 편이었다.

경기 전 두 팀 주장인 손흥민, 정일관이 페넌트를 교환하고 주심에게 주의사항을 전달받는 모습 역시 일반적인 A매치 그대로였다. 한국이 선수 교체를 할 때 장내 아나운서는 “대한민국의 선수교체”라고 정상적인 한국의 국명을 불렀다.

경기장을 빙 둘러 광고판도 설치됐다. 가운데 카타르월드컵 예선임을 알리는 광고판이 놓이고 그 좌우에는 주로 한글, 때로는 영어로 된 광고판들이 늘어섰다. 조선황금산무역회사, 푸른하늘(휴대전화), 송악산북새전자기술사, 금강산화장품, 혈궁불로정, 수정천 등의 광고판이었다.

월드컵 예선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관중 없이 진행된 경기라 선수들과 벤치에서 외치는 소리가 중계에 잡혔다. 주로 여러 명이 동시에 고함을 질렀기 때문에 내용을 파악하는 건 어려웠다. 종종 “(리)용직이” “안쪽으로 가 안쪽으로” 등 북한 선수들이 고함치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기 분위기는 거칠었다. 북한 선수들은 원래 축구 스타일대로 롱 패스를 띄워놓은 뒤 일단 몸으로 돌진하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선수들은 초반 약 20분 정도 북한의 경기 운영에 휘둘리다가 점차 주도권을 찾았다.

황인범이 북한 선수에게 한 대 맞아 화제가 된 상황은 전반 6분경 벌어졌다. 김진수의 스로인을 북한 선수가 머리로 받은 뒤 뒤 뜬 공을 향해 나상호가 뛰어올랐다. 나상호에게 밀려 북한 선수가 넘어지자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계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평양 현장에 있었던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때 공을 향해 황인범이 다가갈 때 근처에 잇던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맞았고, 주심에게 항의했다. 이 때문에 두 팀 선수들이 엉키면서 신경전이 커진 상황’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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