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류청 기자= 말은 가볍지 않다. 말이 지나가면, 화자가 지닌 입장과 처지가 드러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을 하루 앞둔 31일 공식기자회견에 나선 한국과 중국은 달랐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양 팀 감독과 주장이 한 말이었다. 한국은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고, 중국은 10경기 중 1경기일 뿐이라고 했다.

 

입장 차이에서 온 발언이다. 한국은 조1위로 월드컵 본선 직행을 노린다. 홈에서 치르는 중국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홈에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중국에 승점 3점을 얻지 못하면 다음 발걸음이 어려워진다. 기성용은 “월드컵 가는 데 중요한 경기다. 다른걸 다 떠나서 승점 3점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리에 내용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라면 짧은 준비기간과 같은 악조건도 극복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라며 “중국팀이 어떻게 나오는 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준비한 부분을 어떻게 보여주는 지다. 세계 어떤 팀과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닌 부분을 자신 있게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힌국은 중국과 역대 전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인다. 17승 12무 1패를 거뒀다. ‘2010 EAFF 동아시안컵’에서 한 번 0-3으로 진 게 전부다. 당시 중국 감독은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가오홍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한증을 알고 있다. 이 부분이 중국에 더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다”라며 경계하기도 했다.

중국은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내일 선발명단을 궁금해하는 중국기자들이 들은 대답은 “선발명단을 발표할 때까지 가르쳐줄 수 없다. 미안하다”가 전부였다. 가오홍보 감독은 “한국을 유일하게 꺾어본 감독인데 당시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을 받고 “당시 감독은 허정무였다. 지금과는 전술과 상황이 모두 다르다”라고 답했다.

 

가오홍보 감독은 “한국을 상대로 골을 넣을 방법을 찾았나”는 질문에도 소극적으로 답했다. 그는 “우리는 10경기를 할 것이다. 이번 한 경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승리와 무승부 그리고 패배를 모두 생각해야 한다. 이번 경기도 과정 중 하나”라고 했다. “승리를 바라지 않는 감독은 없지만”, 무리하게 승리를 노리다 큰 손실을 입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한국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무조건 승점 3점만 바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전 승리가 아니라 월드컵 본선 진출이 목표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더 좋은 한국 원정에서 승점 1점만 얻어도 다음 경기에 여유를 지닐 수 있다. 공격적으로 나와 실점을 많이 하는 패배가 가장 두렵다. 실리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준비는 확실히 했다. 중국은 한국전을 준비하며 24일간 전지훈련했다. 31일 최종엔트리를 꾸리기 전에 25명을 불러 훈련하기도 했다. 한국전이 중요했던 이유도 있지만, 그나마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을 때 발을 많이 맞춰보겠다는 생각이다.

 

말은 현재 상황을 반영할 뿐이다. 경기장에서는 모두 승리를 바라고 뛸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은 중국전 한 경기만 생각하고 뛸 수 있고, 중국은 한국전을 치르면서 복잡한 계산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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