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전진이 가져온 효과, 코바 2골 1도움

[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치타라서 그런지 장시간은 못 뛰나? 짧은 시간이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전에 굉장히 많이 뛰었다.” 

윤정환 울산현대 감독은 그 동안 기자회견 자리에서 경직된 모습만 보였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짧았다. 윤 감독은 수원삼성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016’ 11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처음으로 농담을 꺼내며 웃었다. 김태환이 후반 15분경 일찌감치 교체된 이유에 대해 웃으면서 설명했다.

여유를 부릴 만 했다. 울산의 4-2 완승. 10라운드까지 7골 밖에 넣지 못했던 울산은 수원을 상대로 4골을 폭발시켰다. 울산은 무려 3년 만에 수원을 잡았다. 윤 감독은 부임 후 수원전 첫 번째 승리였다. 

윤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명확하다. 선수 시절 천재적인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했지만, 감독이 된 후로는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공격을 펼친다.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한다. 수원삼성은 윤 감독의 스타일과 상반되는 팀이다. 수비 라인부터 빌드업을 전개해 중원에서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골로 가는 길을 찾는다.

#김태환의 전진, 김승준의 이동, 정동호의 투입

윤 감독은 수원과의 경기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수비 균형을 유지한 채 역습 공격을 정교하게 다듬했다. 라이트백으로 후진 배치했던 주장 김태환을 다시 윙으로 올렸다. 측면에서 뛰던 김승준은 이정협과 함께 투톱으로 세웠다. 쳐진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폭 넓은 움직임을 가져갔다. 김태환의 뒤에는 지난해 국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던 정동호가 리이트백 포지션을 맡았다.

본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측면을 무너트리던 윙어 김태환은 부지런히 전방 압박을 가하고, 볼을 소유하기 보다는 간결하게 넘겨주며 역습 공격의 속도를 살렸다. 전통적 윙어보다 풀백이 윙어로 나섰을 때 경기 균형을 잡아주는 효과를 냈다. 이는 세비야가 리버풀과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활용한 '더블 풀백' 전략과 유사했다. 

김태환은 후반 15분 교체됐다. 전반전에 너무 많이 뛰면서 근육에 무리가 왔다. 윤 감독이 치타에 관한 농담을 한 이유는 그래서였다. 김태환 본인도 “수원에 3년 간 못 이겨서 자극을 받았다. 내가 한 발 더 뛰면 동료들도 자극 받아서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뛰었다”고 설명했다. 

윙어에서 중앙 공격 지역으로 이동한 김승준은 공을 이어 받으면 잡아 두기 보다 원터치 패스로 속도를 살려 줬다. 정동호 역시 공격 전환 상황에서 지체 없이 전진했다. 두 명의 풀백이 자리한 듯한 수비적 효과, 윙어가 세 명인 듯한 공격적 효과를 냈다.

김승준은 측면에서 뛸 때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능력을 끌어냈다. 무엇보다 김태환과 합이 좋았다. 김태환은 “라이트백으로 설 때 윙으로 뛴 김승준과 많이 맞춰왔기에 호흡이 잘 맞아 들어 간 것 같다”고 했다. 더블 풀백이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울산의 득점은 모두 측면에서 시작됐다. 전반 초반부터 측면을 타고 빠르게 이어진 역습 공격으로 수원 수비의 빈틈을 공략했다. 전반 10분 김태환의 크로스 패스가 정승현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전반 28분에는 김태환의 크로스 패스에 이은 코바의 슈팅이 골키퍼 노동건의 선방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후반 9분 얻은 페널티킥도 레프트백 이기제가 깊숙이 찔러준 전진 크로스를 받으려던 이정협을 수원 미드필더 오장은이 밀면서 얻었다. 후반 13분에는 김태환이 우측면에서 길게 찔러준 전환 패스를 이정협이 이어 받아 왼쪽 문전 지역으로 침투한 코바에게 연결해 세 번째 골을 넣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코바가 개인 드리블로 왼쪽 측면을 무너트린 뒤 김승준의 쐐기골을 도왔다.

#오른쪽이 살아나니 왼쪽의 코바가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태환을 중심으로 김승준, 정동호가 좋은 시너지를 낸 것은 반대편에 자리한 코바의 득점 기회로 연결됐다. 스트라이커 이정협은 자신이 득점 기회를 갖기 보다 좌우 측면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득점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공헌을 했다. 

코바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모두 단호하게 성공시켰다. 2골 1도움을 기록한 코바는 후반 41분 시도한 슈팅이 골대를 때리지 않았다면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 있었다. 윤 감독은 “잠잠하다가 오늘 한 번 터졌다. 여태까지 골을 못 넣어서 의기소침했는데 오늘 득점과 도움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더욱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냈다. 

울산의 역습 공격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단단한 수비도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하성민과 구본상이 포백을 잘 보호했다. 풀백의 전진 상황 이후에도 배후 공간이 비는 일이 없었다. 베테랑 김치곤의 부상 이탈 속에 이재성과 정승현은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울산의 후반 초반 실점은 정승현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발생했다.  

올 시즌 전남, 광주, 인천 등 하위권 팀을 상대로만 승리를 챙겼던 울산은 2라운드 전북전 무승부 이후 수원삼성을 격파하며 정규리그 1차 라운드를 4승 3무 4패라는 균형잡인 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이날 효과를 본 김태환 전진 전략에 대해 윤 감독은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쓸 것"이라고 했다. 본래 자리로 돌아가 최고 활약을 한 김태환은 어느 위치든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모법 답안을 말했다. 

팀당 11경기씩을 치른 K리그클래식은 6월 초 A매치 데이 기간 휴식기를 가진 뒤 재개된다. 여름에는 이적 시장도 문을 연다. 울산은 단숨에 리그 5위로 뛰어올랐다. 윤 감독은 향후 팀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가 부상 선수가 의외로 많다. 두 선수 정도가 돌아올 예정이고, 이 둘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선수 보강도 할 생각이다. 구체적인 것은 (윤곽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 지난해 수원 원정 경기에서 윤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떠났었다. 이날은 환한 웃음 속에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래픽=한준 기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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