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수원JS컵 1차전, 한국 1-1 브라질

[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안익수 감독이 브라질과의 경기에 내세운 수비 라인은 생소했다. 레프트백 포지션을 두고 경합할 것으로 예상한 신찬우(19, 연세대)와 우찬양(19, 포항스틸러스)이 동시에 나섰다. 신찬우는 왼쪽 측면에, 우찬양은 이상민(18, 숭실대)의 센터백 파트너로 섰다. 우측면에 이유현(19, 단국대)이 배치됐다. 우찬양은 본 포지션이 풀백이지만 183센티미터로 큰 편이다. 센터백으로 가면 작지만 188센터미티로 큰 이상민과 보조를 맞추기엔 무리가 없었다.

안익수 감독이 준비한 수비는 고정적이지 않았다. 현대 축구는 본래 변화무쌍한 위치 변화를 기본으로 하지만, 경기 내내 포백을 기반으로 스리백과 파이브백으로의 변화 과정에 활발하고 매끄러웠다. 중앙 미드필더 박한빈(19, 대구FC)이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파이브백을 이루거나, 신찬우 혹은 이유현이 중앙으로 당겨 들어와 스리백을 형성해 상대 공격에 유연하게 대응했다.

안익수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의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 개인 능력 열세에 있는 한국의 승리 방정식은 ‘수비’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안익수호가 원하는 창의성은 상대 공격 패턴에 대응하는 수비 전형을 선수들이 경기 중 스스로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 실점에서 흔들리지 않은 안익수호 ‘질식수비’

한국은 18일 밤 브라질을 상대한 ‘2016 수원JS컵 U-19 국체 청소년 축구대회’ 첫 경기에서 3분 만에 실점했다. 수비 실수가 겹치면서 에반드로에게 최후방 저지선을 쉽게 내줬다. 브라질의 9번은 골키퍼 송범근(19, 고려대)과의 일대일 상황을 쉽게 마무리했다. 이른 실점에도 한국 U-19 대표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본래 준비한 경기 계획을 밀고 나갔다. 실점 상황 이후 브라질은 별 다른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보는 이들에겐 지루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대체로 공은 브라질이 쥐고 경기했다. 기본 전형은 포백 앞에 박한빈과 이승모(18, 포항제철고)가 서는 4-2-3-1 포메이션이지만, 수비 상황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선 한찬희(19, 전남드래곤즈)가 위로 올라가 4-4-2 대형을 이루며 두줄 수비를 형성했다. 상대가 위험 지역으로 들어오면 박한빈이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서 5-3-2 전형으로 상대 후방 빌드업과 2선 활동 공간, 전방 수비수의 숨통을 조였다. 질식 수비의 부활이었다.

공격으로 나설 때는 좌우 측면 공격수가 벌려 올라가며 최소한의 터치로 슈팅을 하려 했다. 거리와 관계 없이 시야가 확보되면 슈팅을 시도했다. 착실히 쌓아 올린 빌드업을 통한 슈팅이 아니다 보미 정확성은 떨어졌다. 묵직함은 있었다. 전반 13분 박한빈의 중거리슛은 골키퍼 까이끼가 놓치면서 득점이 될 뻔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이근호의 득점 상황과 비슷했다. 까이끼는 다시 잡아냈다.

박한빈의 중원 파트너 이승모도 기회가 나면 슈팅했다. 결국 동점골은 중거리슛에서 나왔다. 전반 38분 우측면에서 살아난 볼을 이승모가 단번에 전방으로 침투하던 한찬희에게 패스했고, 한찬희가 지체없이 시도한 중거리슈팅이 좌측 골포스트를 때리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안익수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이 선수들에게 줄 심리적 효과를 기대했고, 내년 대회에서도 승리를 통해 한국 축구의 발전 동량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안정된 수비 뒤의 빠른 역습 공격. 이기는 축구를 위한 패턴이 명확했다. 

이미 프로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가 대부분인 브라질 U-19 대표팀은 기술과 피지컬에서 한국에 앞선 모습이었으나 장거리 비행의 여독 때문인지 전반 중반부터 몸놀림이 둔해졌다. 한국의 역습 공격이 빈번해졌다. 좌우 풀백이 무리해서 오버래핑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배후 커버와 중간 연결에만 집중했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제한된 인원으로 슈팅 기회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수비 축은 박한빈, 공격 축은 한찬희

안익수 감독이 만들고 있는 팀의 중심축은 박한빈과 한찬희다. 수비에서는 박한빈의 역할이 크다. 전반 40분 브라질 공격수 에반드로의 문전 침투 상황에 마지막 태클로 위기를 차단했다. 포백 앞의 리베로로 수비 전형 변화의 열쇠가 된 선수였다.

공격 지역에서는 한찬희가 활로를 열었다. 좌우 측면 공격수가 올라서 스리톱이 되면 배후에서 킬러 패스를 찔러주고, 측면으로 넓게 벌리면 자신이 원톱 뒤 혹은 옆으로 이동해 스트라이커 역할을 한다. 역습 과정의 기점이자, 중간 기지, 혹은 마침표가 될 수 있다. 전방 압박도 부지런히 수행한다. 전술적으로 역할이 많은 선수다. 

요약하자면 박한빈이 잘 막고, 한찬희가 잘 넣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축을 중심으로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이 기계적으로 맞아 들었다. 조직적인 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었다. 다만 상대가 힘과 기술, 속력을 통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대처 능력, 개인적인 실책이 유발되며 위험한 장면이 나왔다. 공격 상황에서는 마무리 패스 및 슈팅 과정의 세밀함에 아쉬움이 있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안익수 감독은 이승모를 빼고 임민혁(19, FC서울)을 투입했다. 이승모는 본래 수비수 출신으로 공격 전개력 보다 안정된 수비를 위한 배치였다. 공격 전개 패스 능력이 좋은 임민혁이 들어가면서 빌드업 과정이 더 매끄러워 졌다. 대신 한찬희가 중원 수비에 가담하는 빈도가 늘었다. 수비적인 이승모를 벤치로 불렀지만 전반전의 균형을 유지했다.

후반 23분에 박한빈이 빠지고 김건웅(19, 울산현대)이 들어갔다. 경기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찬희는 이후 김건웅 옆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깝게 움직였고, 임민혁이 스리톱 뒤에 섰다. 김건웅은 박한빈이 그랬던 것처럼 센터백 사이 공간을 적절히 커버했다. 

선수가 바뀌어도 안익수호는 단단했다. 후반 37분에는 4명의 선수를 대거 바꿨는데, 최익진 윤종규 등 풀백 자원이 좌우 측면 미드필더 포지션에 배치되어 더 견고한 수비를 구축했다. 브라질은 한국의 수비 조직에 갇혀 삼바 리듬을 살리지 못했다. 초반 3분 이후 내내 그랬다.

브라질도 수비적으로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전에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한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질 수비를 흔들만한 상황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팬의 입장에서 후반전 시간은 꽤 더디게 흘렀을 것이다. 수비적으로는 실점 과정의 실수를 제외하고는 박수를 받을 만 했으나 공격적으로는 아쉬움이 컸다. 1-1 무승부는 공평한 결과였다. 

그래픽=한준 기자
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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