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수원삼성의 ACL 우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수원삼성이 올 시즌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기지는 못했지만 내용은 괜찮았다는 것이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은 감바오사카와 G조 1차전 경기에서는 유스 선수를 중심으로 나서 기대 이상의 경기를 했다고 자평했다. 여론과 언론의 분위기도 그랬다. 걱정 했던 것 보다 플레이가 좋았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팀이라고 입을 모았다. 홈에서 기록한 0-0 무승부는 긍정적으로 평가 됐다.

상하이상강과의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로 졌다. 이 경기에서도 서정원 감독은 “수비 실수로 패해서 너무나 아쉽다. 상대 수비가 잘 막았지만 우리가 충분히 뚫을 수 있었다. 찬스를 더 많은 골로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기지 못했지만 괜찮았던 이유

3차전 멜버른빅토리 원정 경기는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하는 강수를 뒀다. 호주 원정 이후 선수단의 컨디션이 떨어졌던 경험이 있는 서정원 감독의 노림수였다. 득점 없는 무승부를 거둔 것은 실리적 결과였다. 3경기 째 승리가 없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 됐다. 잔여 3경기 중 두 경기가 홈 경기이기에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었다. 

문제는 멜버른과 4차전 경기에서도 이기지 못한 것이다. 1-1 무승부로 수원삼성은 3위에 머물렀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도 멜버른에게 16강 티켓을 내줄 수 있다. 상대 전적에서도 원정 득점 열세다. 서정원 감독은 위기론에 대해 “경기 내용이 좋기 때문에 전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압도한 경기인 것은 사실이다. 득점 직후 집중력 부족으로 실점한 장면 외에 멜버른의 유효 슈팅은 90분 간 한 차례뿐이었다. 반면 수원삼성은 8차례 슈팅을 골문 안으로 보냈다. 총 23개 슈팅으로 융단폭격을 가했다.

지난 경기들도 중원에서 빌드업 과정에나 찬스를 만드는 패턴 등은 좋았다. 4경기에서 3골 만 내준 수비도 김은선, 조성진, 오범석, 정성룡 등이 줄줄이 팀을 떠난 상황 속에 우려한 것보다는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

팀 재정 상황이 좋지 않고, 어린 유소년 선수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상황에서 서정원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경기력은 좋고, 지지 않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가면 더 좋아질 것이다.

#마지막 퍼즐 조각을 갖추지 못한 이유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당장의 결과도 중요하다. 수원삼성은 서정원 감독도 꾸준히 언급한대로 득점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명확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는 배경은 스트라이커 자원 보강의 실패다. 일리안, 카이오와 계약을 해지한 수원삼성은 신인 김건희, 장신 김종민, 브라질 공격수 이고르로 공격진을 새로 구성했다. (조동건은 제대 일정이 늦어져 ACL에 등록하지 못했다. 8강전 이후 등록이 가능하다.) 객관적으로 ACL 우승을 자신할 만한 진용은 아니다.

골은 2선에서 더 많이 터질 수 있다. 염기훈과 산토스가 건재하고, 권창훈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상호와 백지훈 등 베테랑 선수들의 제 몫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승을 노리는 팀에 있어서 최전방 해결사의 존재는 필수요소다. 지금껏 좋은 경기를 하고도 승리를 놓친 배경에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문제가 거듭 거론된다.

수원삼성은 과거 K리그 우승에 기여했던 브라질 공격수 에두 영입에 실패한 뒤 대안을 찾지 못했다. 아시아 쿼터를 포함해 외국인 선수를 두 명 더 데려올 수 있는 상황에 이적 시장을 마감했다. 올 시즌 수원으로 돌아온 수비수 이정수는 “틀 조차 갖추지 못하고 시작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틀을 갖추지 못한 부분에는 공격수 구성이 늦어진 부분도 있다. 김건희는 계약 과정이 지체되면서 동계 훈련에 늦게 합류했다. 몸 상태를 100% 끌어올리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했다. 이고르는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등을 다치더니, 최근에는 치골염을 앓으면서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정수가 예전에 뛰던 시절 수원삼성은 ‘레알 수원’으로 불렸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가 있었고, 국가 대표급 선수도 즐비했다. 다시 그때처럼 ‘선수 사재기’를 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유스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구축하지만, 결과를 낼 수 있는 톱 클래스 선수는 포지션 마다 필요하다. 이 선수들은 유스 선수들이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교과서 역할도 한다.

수원삼성은 포지션 마다 베테랑 선수를 포진시켰지만, 최전방에 마지막 퍼즐조각이 비었다. 축구계에는 “결정력은 비싸다”는 말이 있다. 최근 투자 규모가 줄어든 수원삼성은 비싼 결정력을 사기에 자금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제한된 예산 안에 최적의 선수를 찾아야 한다. 겨울 이적 시장 기간 사장 및 단장이 교체되면서 일 처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야망’ 사라진 것이 진짜 위기

지지도 않았지만, 이기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팬들의 실망감은 높아지고 있다. 2002년 ACL의 전신인 아시아클럽챔피언십 우승 이후 14년 째 수원은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2011년 ACL 4강에 오른 뒤 최근 두 번의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과 16강 탈락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단 내부에서도 우승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지 않고 있다. 우승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빅버드를 방문하면 “우리는 아시아의 챔피언”이라는 응원가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다. 1995년 창단해 단기간에 아시아 축구를 제패한 수원삼성은 글로벌 축구팀이 되겠다는 야망을 보였다. 지금은 그 야망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ACL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 슈퍼리그의 대대적 투자 속에 세계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6년부터는 상금 규모도 커졌다. 우승할 경우 각종 수당을 포함해 50여 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FIFA 클럽월드컵 참가권을 얻어 부가 수익도 상당하다.

리그 우승은 놓치더라도 ACL 티켓은 따내야 한다는 점에 K리그의 많은 팀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ACL 무대에서 K리그 팀들의 행보는 기대치를 밑돈다. 현 시점에서 누구도 수원삼성의 ACL 우승을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수원의 대장’으로 통하는 곽희주는 지난 시즌 전북전 징크스가 지속되자 "우리는 이런 정도의 팀이라 단정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지려고 나가는 경기는 없다. 그러나 꿈꾸지 않는 팀이 꿈을 이룰 리 만무하다. 야망의 불꽃을 다시 지필 모멘텀이 필요하다.

"너의 승리를 보고 싶어"라는 수원삼성 서포터즈의 응원가 가사가 이제 구슬프게 들린다. 수원삼성이 지금 ACL 무대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우승권과 거리가 있고, 이는 어느새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수원삼성은 위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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