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도, 삼촌도, 친구들도 모두 걱정스럽게 물었다.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괜찮겠어?”
나는 씩씩하게 답했다. “살아서 돌아올게”

사실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가려고 했다. 그런데 휴가를 연기하며 친구와 일정이 꼬여버리고 말았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굴레에 갇혀있는 친구에게 무작정 일정을 바꾸자고 떼쓸 수 없었기에 그냥 쿨하게 혼자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다. 대학교 3학년때 혼자 순천으로 2박3일 간 여행을 갔었고 그때 이후로 나는 무엇인가를 혼자 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순천 여행이 꽤나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5일 간의 휴가 중 3박4일간 제주도로 떠나기로 마음먹고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나는 의외로(?) 계획적이고 틀에 박힌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여행을 가는 경우 여행지, 이동루트, 먹거리, 숙소 등을 모두 꼼꼼히 확인한 후 떠나지만 이번 제주도 여행은 딱히 계획이 없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게스트 하우스와 렌터카 예약만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보통 제주도 여행을 하는 경우 동쪽 방향 혹은 서쪽 방향으로 이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무계획 여행자였던 탓에 일정이 그리 매끄럽지는 못했다. 때문에 서쪽->동쪽->남쪽을 거쳐 북쪽으로 나오는 요상한 모양새가 됐다. 그래도 한가지 목적은 확실했다.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자!

매일 자기 전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침대에 엎드려 노트북을 키고 옆 침대의 언니들과 정보를 주고 받으며 짜인 내 여행루트는 이러했다.


여행기간: 10월20일~23일
제주공항도착->망고레이->협재해수욕장->쓰담쓰담 게스트하우스(1일차)
오설록->한림공원->사려니숲길->섭지코지->수상한소금밭 게스트하우스(2일차)
서연의 집(건축학개론 촬영지)->올레7길->산방산게스트하우스(3일차)
성산일출봉->월정리(->봉쉡망고주스먹기)->해안도로드라이브->제주공항(4일차)

루트가 매끄럽지 못해 운전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나는 그 시간조차 행복했다. 혼자서는 처음 해본 운전을 그것도 제주도의 도로 위에서 하고 있다는 일탈감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가끔씩 도로 옆에 말 농장이나 드넓은 초원 혹은 옥빛 바다가 펼쳐질 때에는 차를 세우고 멍하니 풍광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3박4일간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사려니 숲길과 올레7코스다. 사려니 숲길은 제주도를 사랑하는 한 선배의 강추로 가게 됐는데 예쁘게 정돈된 숲길이 ‘정화’라는 내 여행 목적과 가장 부합했다. 오전에 비가 내린 탓에 땅이 좀 질긴 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번뇌(?)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려니 숲길이 그 자체로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주었다면 올레 7길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통해 나를 정화시켜 주었다. 외돌개에서 월평리까지 제주의 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는 올레7코스는 올레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총 거리는 14.2km로 난이도는 ‘중’ 정도다. 나는 잠시 멈춰 점심을 먹은 시간을 포함해 총 4시간 반이 걸렸다.

올레길을 걷는 내내 제주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 편안함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물론 걸은지 세 시간 정도가 경과한 후에는 그냥 코스 완주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발을 움직이는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순간순간의 자연 경관들이 나의 정신을 확 깨우곤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처음의 공언대로 살아서 돌아왔다. 생각보다 훨씬 제주도는 안전했다. 이 ‘안전’이라는 표현해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첫 번째로는 도로 제한속도가 거의 60-70정도이고 렌트 차량들이 대다수라 다들 조심히 운전을 하는 경향이 컸음을 의미한다. 또한 혼자 온 여행객들이 굉장히 많아 혼자 다니는데 크게 위험하거나 무섭지 않았다는 것이다.

늘 만나는 사람들, 늘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하다. 새로운 장소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까지. 3박4일 간의 제주도 여행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글=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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