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사실, 서평이라기보단 지극히 사적인 소회다. 책을 받아든 순간, 만감이 교차한 탓이다. 그러니 이 글은 아무래도 책보단 작가에 대한 리뷰에 가까울 것 같다. 하지만 책은 곧 저자의 영혼을 담는 그릇 아니던가. 그러니 이 글도 결국엔 그가 쓴 책에 관한 이야기다. 어쨌거나.

내가 류청을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여름이다. 흑빛 얼굴에 날렵한 몸매를 가진 20대 청년이던 그는, 정장이 어색한듯 굳은 자세로 걸어들어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자리가 그에겐 생애 첫 면접 시험이었다. 당시 면접관으로 앉아 딱딱한 질문을 던지던 내가, 그에겐 꽤나 불편한 상대였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류청에 대한 기억은 그리 또렷하지 않다. 아마도 적당히 어리숙하면서도, 적당히 총명했을거라고 짐작한다.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남자들이 대개가 그러하듯.

류청은 꽤 세심한 남자다. (좋게 말해) 배려심, (삐딱하게 말하면) 째째함(미안)이 절묘하게 배합된 태도를 가졌달까. 첫 인상은 상남자 같다고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그런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뭐, 나 역시 마찬가지 같은데, 이른바 '남자답다'는 말에 그리 가까운 부류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이건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그를 한 마디로 말하면, 엉덩이가 가벼운 남자다. 기본적으로 활동적인 사람이어서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디론가 늘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에 그렇다. 필요할 땐 의자 깊숙이 앉아 여러 시간 일을 파고드는 (엉덩이) 묵직한 남자지만, 적어도 본인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아마도 스스로를 바람처럼 가벼운 자유인이라 여기는 것 같다. 때로는 여행가나 한량이 꿈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낯선 공간에 대한 욕심이 크다. 물론, 어디론가 떠나는 것 자체에 매료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 그가 건네준 이 책에는 내가 아는 '류청'의 대개가 꾹꾹 눌러 담겼다. 정경을 찍는 따뜻한 시선, 장식이 없는 문체, 발냄새가 나는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부지런함까지, 이 책이야말로 진짜 류청이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다. 모르긴해도, 그래서 아마도 그에게는 이제껏 자신이 했던 여러 작업들 가운데 가장 애착을 갖는 결과물일것 같다. 사진에 대한 애정, 도시와 여행에 관한 갈망, 축구에 대한 의무감, 그리고 자신이 지향하는 삶에 대한 희구가 두루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책 제목이 너무 전략적이란 생각이 들어 아쉽긴 하지만 - 나는 류청이 '공부'라는 단어와 그리 어울리는 사람은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해도 책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까진 아니다. 도시와 축구에 두루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이 책은 후회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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