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016 리우올림픽’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본선에 나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대표팀 아래를 받치는 하부구조가 열악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7일 일본 오사카에서 벌어진 중국과의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패했다. 한국은 2무 2패로 남은 베트남과의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탈락했다. 한국을 이긴 중국과 호주가 리우로 가는 티켓을 잡았다. 지난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일본도 탈락했다. 한국은 선전했지만 북한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탈락했다.

올림픽 진출은 꿈이었다. 아시아지역에서 올림픽에 갈 수 있는 팀은 두 개에 불과하다.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던 여자 대표선수들이 “16강보다 올림픽 본선 가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 것은 엄살이 아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6개 팀 중에 FIFA랭킹이 다섯 번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베트남을 압도할 수 있는 정도였다. 물론 최강팀인 호주를 잡을 수 있는 상대로 분류한 전력분석은 확실히 문제였다.

올림픽 탈락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지난해 월드컵 전부터 지적된 하부구조의 부실이다. 여자축구 관계자들은 지난해 월드컵 16강의 기쁨 속에서도 “이제 뛸 선수가 없는 게 정말 큰 문제”라고 했다. 한국 여자축구는 황금기다. 지소연, 전가을, 조소현으로부터 막내 이금민, 여민지, 이소담까지 좋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문제는 막내 여민지 이후 세대다. WK리그는 아직 문제 없지만, 대학팀들의 사정은 좋지 않다. “유니폼 입고, 축구화만 신으면 대학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고려대가 여자축구팀을 창단하며 새바람을 일으킨 것을 제외하면 좋은 소식이 없다. 고대는 이미 창단 첫 해인 지난해 1학년을 데리고 ‘2015 추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과 ‘2015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다. 고대는 이미 대학축구에 상대가 없다. 20명의 선수를 선발했는데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19세 이하 여자대표팀 선수다. 다른 대학들은 선수를 선발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문제는 이런 환경에서는 고대가 실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자축구 저변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더 있다. 한국은 2010년에 ‘여자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세계대회 우승은 처음이었다. 당시 주축이 여민지, 이소담, 이금민이다. 그런데 다음해인 2011년에 벌어진 아시아 17세 이하 대회 예선전에서 탈락했다. 대회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였다. 한국 여자축구의 저변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 세대가 지금 프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그 밑 세대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대길 KBSN해설위원은 “초등학교 여자팀이 17개 정도 된다. 그런데 실제로 지난해 대회에 참가한 팀은 13개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서도 후보선수를 넉넉하게 보유한 팀은 많지 않다”라며 “월드컵이나 이번 올림픽 예선을 통해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저변확대와 구조개혁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도 여자축구 꿈나무들을 키워내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예선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본선에 진출한 중국은 대대적으로 변화를 꿈꾸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쑨원을 앞세워 강팀으로 군림하다 긴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저변을 확대하며 프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별 리그를 통합해서 1.2부 각각 8팀으로 리그를 꾸렸다. 게다가 남자 슈퍼리그와 같이 좋은 선수들을 끌어오려고 한다. 이미 한국 선수들 가운데서도 중국리그의 러브콜을 받은 이들이 있을 정도다.

리우 올림픽 도전은 끝났어도 대회는 계속된다.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다음에도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 여자축구 황금세대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WK리그와 대표팀을 떠받칠 수 있는 단단한 하부구조를 만드는데 더 신경 써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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