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돌아이’ 기질, 줄여서 똘끼. 비속어지만 강현무의 성향을 잘 나타내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 이 단어를 꺼냈더니 강현무가 냉큼 말을 받았다. “아, 인정합니다. 저는 평범한 골키퍼 안 좋아합니다. 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강현무는 K리그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이다. 가까이서 보면 183cm에 불과한 키, 좁은 어깨, 짧은 팔, 심지어 작은 손까지 갖고 있어서 영 골키퍼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의 선방 장면은 고양잇과 동물 같다. 남다른 예측력과 탄력으로 선방을 양산한다. 종잡을 수 없는 성격도 특징이다. 골키퍼의 ‘기행’이 그라운드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라면, 강현무는 그 재미를 전해주는 K리그의 대표 선수다.

강현무는 자신의 특이한 성격을 순순히 인정하는 한편 실력에 대해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자부심을 밝혔다. 보여줄 기회가 없을 뿐, 국가대표팀에 갈 준비도 되어있다고 했다. 경기 중 드리블 돌파를 하고 싶은 욕심만 자제한다면, ‘똘끼’도 얼마든지 표출하고 싶다고 했다. 5일 K리그1 대상 직후 강현무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났습니다. 전시간 전경기 출전상을 받으셨는데, 베스트 골키퍼는 후보에 그쳤네요.
크게 기대하고 오진 않았고 전경기 출전상 받으러 왔고요. 다른 분들 상 받는 거 축하해주러 왔어요. (강현무는 골키퍼 후보 4명에 올랐다. 18.83% 득표로 3위를 기록했다)

- 저기 진한 메이크업의 베스트팀 수상자 강상우 선수 들어오네요.
화장 보고 연예인인줄 알았어요. 얼굴은 아닌데.

- 강현무 선수도 눈썹을 보니 화장하신 것 같은데요?
이건 문신입니다. 미용실 원장님이 추천해줘서 문신했어요. 우리 팀에 있던 (배)슬기 형이 눈썹문신 하고 인생이 잘 풀렸다더라고요. 관상 때문에 한 거죠. 제가 2016년인가 문신했는데 2017년 프로 데뷔했거든요. 효험이 있었던 거죠. 그동안 저만의 비밀로 간직했는데 이제야 비결을 공개하네요.

- 올해 전경기 전시간 출장했고 PK 선방, 어시스트 기록까지 남겼습니다. 만족스러운가요?
항상 매 시즌 목표는 0점대 방어율인데, 올해도 전년도와 비슷한 실점률(27경기 35실점)이었어요. 그 부분이 너무 아쉽고 찝찝해요. 38경기 채웠으면 좋겠어요. 만족스러운 것도 있죠. 키가 작다보니까 공중볼이 약점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왔거든요. 그런데 올해 기록을 보니까 공중볼 관련 수치에서 제가 1등이더라고요. 엄청 좋았어요.

- 이 평가는 신경쓰이나요? 돌아이 기운, 그러니까 ‘똘끼’가 있다는 말.
아, 그건 인정합니다. 저는 평범한 골키퍼 별로 안 좋아합니다. 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 프로 데뷔전에서 머리로 공을 막았던 것도 튀기 위해서?
자신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건데, 그게 똘끼라고들 하더라고요. 근데 전 그 말에 긍정적이에요.

- 올해 똘끼를 잘 보여준 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PK 찰 때? (강현무는 FA컵 4강에서 울산현대를 상대로 승부차기를 벌였다. 화려한 몸동작과 고함을 바탕으로 선방을 펼치기도 했으나, 직접 키커로 나섰을 때 조현우에게 막히는 바람에 승리를 놓쳤다). 흥분했다기보다는 승리를 확신하는 마음을 갖고, 상대 키커의 기를 죽이기 위해 일부러 시끄럽게 군 거죠. (고함을 지르는 걸 넘어서 ‘호우’ 같은 특이한 소리를 냈는데) 훈련할 때는 잘 안 하죠. 장난칠 때는 하던 거고요. 그런데 PK 때 제가 늘 그런 스타일이에요. 이번이 프로 첫 승부차기였기 때문에 이제야 팬들께서 제 스타일을 알게 되신 것 같아요.

- 승부차기 키커를 하고 싶다고 김기동 감독에게 조르셨다면서요? 김 감독이 거절하다 못해서 어쩔 수 없이 6번으로 배치했다고.
저는 무조건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신감 없는 선수에게 미루느니, 제가 차는 게 동료의 부담도 덜어주는 거잖아요. 그날 운이 안 좋았던 것일 수도 있고 실력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결과는 아쉬웠죠. (한가운데로 강하게 차셨는데요) 원래 구석으로 차려고 했는데 차기 전 잔디를 보니까 정확한 킥이 어려울 것 같아서 골대 안으로만 차기로 계획을 바꿨어요. 그랬는데….

- 경기 후 조현우에게 ‘일침’을 받았는데요. “골키퍼는 끝까지 차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도 오늘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했죠.
저는 그 말은 인정 안 해요. 현우 형의 차분한 스타일이 있는 거고, 저도 속으로는 차분해요. 그런데 겉으로까지 차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팬분들이 재밌는 축구를 보러 오시는데 쇼맨십도 있어야죠. 팬이 있어야 저희도 먹고 사니까.

- 좋아하는 골키퍼가 있나요?
해외는 맨체스터시티의 에데르손. 저도 볼 차고 빌드업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그대로 하는 선수라서. 국내는 (신)화용이 형. 키가 비슷하니까 포항에서 함께 있는 동안 많은 영향을 받았죠. 거기에 나만의 무기를 더 끼얹으려 노력했죠. 발밑도 있고, 양발로 다 공을 다룰 수 있다는 점과, 역습할 때의 킥 같은 것들. 킥은 원래 제 장점이었다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잘 찰 자신이 있고.

- 수비 커버 범위도 넓고 빌드업도 잘 한다면, 현재 국가대표팀 스타일에 딱 맞는데요. 뽑히지 않네요?
근데 지금 우리 포항 스타일이 그렇지 않으니까,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못 하고 있죠. 선수는 당연히 감독님 스타일에 맞춰야 경기를 잘 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포항에서는 다른 빌드업보다 킥의 비중이 커요.

- 그렇다면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을 뿐, 대표팀 축구를 소화할 준비가 됐다는 이야기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대표팀 축구 스타일에 맞는 빌드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원래 최순호 감독님 계실 때까지는 그렇게 축구를 했었고.

- 영향 받은 선수로 신화용 선수를 이야기했는데, 튀는 골키퍼라면 대선배 김병지를 빼놓을 수 없죠. 포항 선배이기도 하고.
그 선배님은 ‘정상은 아니셨다’고… 절대 제가 한 말이 아니고 축구하는 분들께 많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나쁜 말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멋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이운재 대 김병지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김병지 선배님이 제 취향입니다. 저도 드리블로 빌드업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사실 작년에 강원FC 상대로 드리블하다가 골도 먹었어요. 큰일 날 뻔했죠. 욕 많이 먹고. 그런 플레이를 계속 하면 선수생활 하는데 도움이 안 되니까 자제하고 있어요. 똘끼 있는 행동 중에서 팀에 도움 되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나눴죠.

- 김병지 선배도 유튜버로 활동 중인데, 스트리머나 유튜버 생각은 없나요?
없어요. 저는 아직 축구장 안에서만 튀고 싶어요.

- 내년에 더 발전하고 싶은 건 있나요?
늘 이야기하던 0점대 실점률을 못 해봤어요. 올해 실점률은 27경기 35실점이에요. 그 기록은 경기 직후에도 보고, 경기 전에도 봐요. ‘오늘만 무실점으로 넘기면 0점대 실점률에 한 발 다가간다’고 혼잣말하며 마음을 잡죠. 그런데 잠시만 방심해도 실점하는 포지션이다 보니 0점대는 쉽지 않아요.

- 남은 꿈은 뭔가요?
경험해 보고 싶은 곳은 일본이에요. 그 축구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포항 레전드로 남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그러려면 잘 해야죠. 조금이라도 못 하면 팀에서 나가야 하는 게 골키퍼니까. 작년에 류원우 형(현재 군복무 중)과 경쟁하면서 매 경기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꼈어요.

▲ 강현무의 시시콜콜한 프로필

절친 : 동네친구 전승윤. 이제 대학 졸업함. / 축구계 절친 : 김문환. 만난 지 약간 오래됐는데 내가 안 만나주는 것임. / 축구선수가 되지 않은 평행우주의 강현무 : UFC 선수. / 좋아하는 격투기 선수 : 론다 로우지. 예쁜데 싸움도 잘 해서. / 소중한 물건 : 팬들에게 받은 응원도구들 / 좋아하는 응원 : 경기 시작할 때 불러주는 내 이름 / 가장 좋아하는 영화 : 퍼펙트맨(2019)

K리그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짜임새 있는 팀, 가장 공격적인 팀, 그리고 국가대표를 배출하지 못하는 팀. 현재 포항스틸러스의 모습이다. '풋볼리스트'는 포항의 주역들을 만나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아울러 국가대표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