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패기 넘치는 발언을 초 단위로 쏟아내도 건방져 보이지 않는 마성의 소유자; 포항스틸러스의 송민규는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중 어디 선발되고 싶냐고 묻자 “기왕이면 벤투 감독님”이라고 했다. 한국 선수라면 보통 ‘어느 팀이든 영광’이라고 답하기 마련인데.

송민규와 10일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K리그 라이브 토크 프로그램 ‘크크크’에 목소리 출연한 송민규는 꿈이 컸다. 영플레이어상을 넘어 올해 최고의 11명에 선정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이제 남의 라인 서지 않는다. 내 라인을 만들어야지.” 형들에게 잘 하기로 유명한 송민규. 어느 선배의 ‘라인’을 타냐고 물었더니, 25세 양태렬과 친하다고 한다. 딱히 양태렬 라인을 탈 만큼 유명한 선수는 아니지 않냐고 물었더니 송민규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상대팀 풀백이 누구든 일단 뚫고 보냐고? 맞다. 신경 안 쓴다.” 송민규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활약상이 더 눈에 띈다. 스스로 분석한 상승세의 원천은 자신감이다. 이제 자신감이 많이 붙어 플레이에 여유가 생겼고, 원래 특징이었던 저돌성 역시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올해 목표는 시즌 베스트일레븐이다. 형들이 목표는 높게 잡으라고 해서. 그리고 영플레이어상도 포함이다.” 송민규는 개막 전 ‘미리보는 영플레이어’ 모의투표에서 조규성(전북), 오세훈(상주)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지금은 단연 0선위 후보다. 송민규는 그보다 좀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본다고 했다.

“불러주신다면 팀 벤투에 가고 싶다. 물론 팀 김학범에 뽑히는 것도 다 영광스런 자린데 그래도 기왕 뽑힌다면 벤투 감독님께 뽑히는 게 더 기쁠 것 같아서.” 오는 9월 순수 국내파로 구성된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서로 격돌한다.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겐 태극마크를 달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각급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송민규도 첫 발탁 기회를 잡았다. 기왕이면 더 높은 대표팀에서 불러주면 좋겠다며, 송민규는 패기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부터 플레이까지 형들 영상을 많이 찾아본다. 축구 동영상 보는 걸 좋아한다. (김)승대 형 것을 많이 봤는데… 지금은 승대 형의 과거 영상을 많이 본다.” 지난해까지 함께 뛴 김승대. 송민규가 주로 참고하는 선배 중 하나다. 그러나 올해 김승대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조금 짧지 않냐고 했더니 돌아온 재치 만점 답변.

“나는 TKL토너먼트 이후로 피파온라인을 안 한다.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때 조금 한 뒤 게임을 안 했다. 구단에서 나가라 해서 나갔을 뿐이다.” 송민규는 올해 초 K리그가 주최한 각 팀 선수들의 축구게임 대회 ‘TKL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그런데 사실은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승할 생각보다는 그저 울산을 잡을 생각만 하고 부담 없이 나갔는데, 어쩌다보니 우승했다고.

“라커룸 음악 담당이다. 혼자 있을 땐 지드래곤의 ‘블랙’을 듣는데, 라커룸에서는 오마이걸 노래도 틀고, 영탁의 ‘찐이야’도 틀고. (김)광석이 형이 장나라 씨 노래 틀라고 해서 ‘스위트 드림’도 튼다.”

“세리머니 적당히 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승모 형이 좀 더 하라고 부추기더라. 그런데 야유가 들리다가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그 순간 무서웠다.” 전북 원정에서 골을 넣고 유독 세리머니가 길었던 사연. 전북 팬들이 야유를 보내자 송민규는 정중하게 인사하며 양해를 구했고, 전북 팬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송민규는 “인사하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번주 경기를 보면 머리가 바뀌어 있을 거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려고 머리를 새로 했다.” 송민규의 머리색에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팬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화려한 머리를 할 때도 있고, 자신의 축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분한 머리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번 시즌 차분한 머리로 뛰던 송민규는 15라운드 경기 후 다시 머리색을 뺐다. 구체적인 색은 경기 중계를 통해 확인해달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팬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동해안 더비에서 승부욕이 더 생긴다. 전반기 동해안 더비 결과는 쩜쩜쩜… 이었는데, 이번 주말 대결에서 느낌표로 바꿀 것이다. 나도 느낌표, 팀도 느낌표.” 포항은 15라운드 울산 원정을 앞두고 있다. ‘동해안 더비’다. 이 경기에 집착하는 송민규에겐 어느 때보다도 승리가 절실하다. 올해 첫 동해안 더비에서는 0-4로 대패했다. 이번엔 갚아주겠다는 것이 송민규의 각오다.

▲ 송민규 : 포항의 21세 윙어. 프로 3년차다. 충주험멜 유소년팀에서 성장했으나 팀이 해체된 뒤 입단테스트를 통해 포항에 합류했다. 지난해 2골 3도움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 15라운드까지 6골 2도움을 몰아치며 리그 정상급 윙어로 떠올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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