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나상호가 7번째 경기에서 마침내 국가대표다운 위력을 보여줬다. 절정에 오른 킥 감각으로 2골을 넣었을 뿐 아니라 경기 내내 인천유나이티드 수비 사이를 파고들며 균열을 만들었다.

9일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5라운드를 가진 성남일화가 인천에 2-0 승리를 거뒀다. 성남이 2골 이상 넣고 승리한 건 시즌 개막전이었던 광주FC전 이후 처음이다.

나상호의 오른발에서 두 골이 모두 터졌다. 후반 12분 나상호가 강하지 않지만 정확한 프리킥 슛을 골문 구석으로 깔끔하게 차 넣었다. 후반 42분에는 동료가 힘겨운 헤딩 경합 끝에 떨어뜨려 준 공을 나상호가 잡았다. 인천 수비수들을 앞에 둔 나상호는 짧은 스텝으로 갑자기 감아차는 고난이도 오른발 킥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나상호는 일본 FC도쿄에서 성남으로 임대됐다. 성남은 외국인 공격수 영입에 쓸 수도 있는 자금을 나상호 반 년치 연봉에 투자하며 큰 기대를 걸었다.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 일찌감치 국내에 들어와 있던 나상호는 성남 선수단과 오래 발을 맞추며 충분한 적응 기간을 가졌다.

그럼에도 초반 활약상은 아쉬웠다. 경기력 측면에서는 호평을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슛이나 마지막 패스가 잘 나오지 않았다. 시즌 초 성남 상승세의 주역이었던 공격수 양동현은 전술 변화로 인해 빠졌고, 유망주 홍시후는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나상호의 득점 생산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2018년 K리그2 득점왕(당시 광주)이었던 결정력이 좀처럼 발휘되지 않아 고민인 상태였다.

나상호는 경기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초반에 고생했다”며 “오늘 골 넣어 지금은 100%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골과 도움이 없어 스스로 부담에 시달렸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쯤 되면 골이 나올 거란 예감이 들었다. "경기를 차근차근 치르면서 슛 개수도 늘어나고 경기력도 올라오고 있었다. 이쯤 되면 터져야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오늘은 되지 않더라도 많이 때리려 했다. 그라운드에 물기도 있어서 일단 많이 때리려 했다."

A대표팀은 9월 소집된다. 올림픽대표팀과 갖는 두 차례 자체 평가전이다. 나상호는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의 애제자로 유명하다. "축구선수라면 당연히 욕심이 있다. 욕심이 생긴다. 좋지 않은 시선이 있다하더라도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나 자신과 싸워서 이긴다면 그 자리에 가서 내 자신의 것만 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현재부터 잘 하고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 보여주는 게 첫 번째다"라는 말에는 축구팬들의 회의적인 시선을 알고 있지만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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