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이 지네딘 지단 레알마드리드 감독과의 가위바위보에서 두 번 연속 승리했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수를 내면서, 동시에 상대의 약점을 찔렀다.

8일(한국시간) 영국의 맨체스터에 위치한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을 치른 맨시티가 레알에 2-1로 승리했다. 앞선 1차전에서도 2-1로 승리했던 맨시티가 2전 전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앞선 1차전 당시 맨시티는 부진하던 흐름에도 불구하고 레알 원정 승리를 따낸 바 있다. 당시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평생 싫어할 것만 같던 4-4-2 포메이션 기반의 역습축구를 들고 나와 레알의 허를 찔렀다. 이 맞춤 전술로 원정 승리를 따냈다.

홈에서 레알을 맞이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4-3-1-2에 가까운 새로운 변칙 전술을 꺼냈다. 공격 조합은 가브리엘 제주스, 라힘 스털링, 필 포든이었다. 보통은 제주스가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되고 스털링과 포든이 윙어를 맡는다. 이날 특징은 제주스가 왼쪽, 스털링이 오른쪽에서 윙어와 공격수 역할을 번갈아 했다는 것이다. 그 뒤에서 포든이 변칙 투톱과 미드필더 사이를 이었다.

이 선수배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역대 최강팀 중 하나로 꼽히는 2010/2011시즌 바르셀로나와 빼닮았다. 당시 리오넬 메시를 ‘가짜 9번’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중앙에 배치하고, 다비드 비야와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좌우에 선 조합이 대성공을 거뒀다. 이번엔 포든이 메시, 제주스가 비야, 스털링이 페드로의 역할을 거의 그대로 수행했다.

파격적인 선수 배치는 전방 압박에서 큰 효과를 냈다. 이날 레알은 수비와 빌드업의 핵심인 세르히오 라모스가 1차전 퇴장에 따른 징계로 결장했다. 라파엘 바란과 에데르 밀리탕의 센터백 조합은 빌드업이 불안하다. 제주스가 라모스를, 스털링이 밀리탕을 각각 전담마크하는 식으로 강한 전방 압박이 가능했다. 실제로 전반 초반에 제주스와 스털링 모두 자기 ‘먹잇감’에게서 실수를 한 번씩 유발했다. 특히 바란의 실수를 틈타 제주스가 공을 따낸 뒤 스털링의 쉬운 선제골을 만들어줬다.

이날 맨시티는 후방부터 차근차근 빌드업하지 않고 에데르손 골키퍼가 곧바로 최전방까지 공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전방으로 재빨리 공을 찔러넣고 경합시키면 바란이나 밀리탕이 그 속도에 잘 대처하지 못했고, 맨시티는 레알 수비진을 혼란시키며 속공을 전개할 수 있었다.

후반 전술 교체에서도 과르디올라 감독이 더 기민했다. 맨시티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제주스를 원톱으로 올려보내 좀 더 평범한 4-3-3에 가깝게 전환했다. 곧 케빈 더브라위너가 한층 전진해 4-2-3-1에 가까워졌다. 더브라위너까지 전방 압박에 합세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의 실수도 유발할 수 있었다. 결국 전방 압박에서 결승골까지 나왔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UCL에서 우승한 건 바로 4-3-1-2 포메이션을 썼던 9년 전이 마지막이다. 이후 지단 감독이 레알을 이끌고 UCL에서 3회나 우승하며 대세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잦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아직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확인시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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