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스페인라리가 11경기 출전, 유럽대항전 5경기 출전, 코파델레이 1경기 출전’

이강인의 2019/2020시즌 성적표다. 유럽의 각 리그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3분의 2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멈춰섰다. 이번 시즌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를 돌아봤을 때 2019/2020시즌은 발렌시아 잔류를 선택한 이강인에게 참 아쉬운 시간이 됐다. 발렌시아 유니폼을 입고 총 17경기에 나섰는데, 그중 선발 출전은 4경기에 그쳤다.

이강인은 지난해 여름 이적을 고민했지만, 자신을 미래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는 구단의 입장을 확인한 뒤 발렌시아 잔류를 선택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라리가 3라운드 마요르카전에서 짧게나마 몸을 푼 이강인은 9월 한 달간 출전 시간을 서서히 늘려갔다. 마요르카전을 시작으로, 이 기간에 5경기 연속 출전 기회도 얻었다.

감독 교체가 결정적 변수였다. 발렌시아는 유망주 기용에 인색했던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9월 초에 경질되고,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이강인에겐 희소식이었다. 셀라데스 감독은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있어 토랄 감독과 달리 어린 선수 기용에 거부감이 없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강인은 셀라데스 감독의 첫 경기였던 바르셀로나전에서 23분을 소화하며 출전 시간을 늘렸다. 셀라데스 감독 부임 직후 4경기(바르셀로나, 첼시, 레가네스, 헤타페)에 모두 출전했는데, 헤타페전에서는 라리가 첫 선발 출전도 이뤘다.

헤타페전은 이강인에게 올 시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경기에서 이강인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라리가 데뷔골을 기록했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뽐내며 나머지 두 골에도 관여했다. 셀라데스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으면서 이대로 청신호를 켜는 듯했다.

하지만 10월 이후 악재의 연속이었다. 이강인은 10월 28일 아틀레티코마드리드전에서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됐는데, 산티아고 아리아스에게 위험한 백태클을 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강인이 프로 데뷔 후 기록한 첫 퇴장으로, 당시 이강인은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사과하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잔부상에 시달렸다. 11월 허벅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던 이강인은 1월이 돼서야 복귀했지만 온전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결국 3월 초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스페인 현지 매체는 발렌시아 잔류가 좋은 선택이 되지 못했다면서 이강인이 올 시즌 잘못된 선택을 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강인은 19세로 아직 어린 나이다. 라리가 중위권 팀인 발렌시아에서 주전을 꿰차기엔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한다면 정체된다. 나이를 핑계로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강인은 지난달 CIES가 발표한 미래가치가 있는 50명의 선수에 포함됐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평가는 아니었다. 비교 대상이 됐던 구보 다케후사가 4,120만 유로(약 558억 원)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이강인은 2,190만 유로(약 296억 원)에 그치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기 출전 유무에 따라 어린 선수들의 가치 평가가 벌써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강인 측도 위기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강인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대로 발렌시아 구단과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이강인은 자신이 발렌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재확인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출발은 좋았지만 셀라데스 감독의 계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이강인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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