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박동혁 충남아산시민축구단 감독은 작년에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했다. 충남아산이 사실상 올해 창단팀이나 마찬가지라서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충남아산은 작년 하반기 전역한 선수들을 마지막으로 의경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올해부터 시민구단으로 전환됐다. 이명주, 주세종, 안현범 등 스타 선수들이 떠난 자리를 한정된 예산으로 채워야 한다.

박 감독은 ‘풋볼리스트’와 가진 통화에서 선수 수급을 위해 작년에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입한 선수는 전원 제 눈으로 확인했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영입 안 했어요. 그렇게 뽑은 친구들 중 22세 미만이 11명이고 25세 미만으로 넓히면 25명 정도 돼요. 앞으로 2년 동안 잘 육성해서 더 높은 순위에 도전하기 위한 선수단이죠. 이 팀을 만들기 위해 다른 팀 경기를 엄청나게 보러 다녔어요. 작년에 하루도 쉰 적이 없죠. 그리고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 관심있는 선수가 포함된 팀을 불러서 겸사겸사 테스트 식으로 했고. 지난 겨울 30명 정도로 추려서 2주일 정도 입단 테스트 비슷한 걸 했어요. 여러 번에 걸쳐 검증했죠.”

모든 선수를 신예 위주로 영입해서는 전력 하락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경험 많은 선수들도 일부 영입했다. 그 중에는 의경 선수로서 아산에서 뛰다가 이번에 재영입된 선수들도 있다.

박세직, 김종국, 정다훤이 자신이 군복무한 곳으로 돌아온 선수들이다. 물론 의경 선수들은 일반 사병에 비해 편한 군생활을 하지만, 그래도 의경 시절 ‘사역’ 장소로 다시 돌아온다는 건 뜻밖이다. ‘부대가 있던 쪽은 죽어도 밟지 않는다’고 맹세하는 사람들과는 반대다. 특히 박세직은 박 감독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의경으로서 함께 한 시간이 즐거웠던 모양이죠. 저와 함께 하면서 많이 성장한 선수도 있고요. 정다훤과 김종국은 제가 연락했을 때 바로 오겠다고 대답해 준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저로선 고맙고, 또 영입 후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이런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줄 것 같아요. 사실 경찰청 전역한 친구 중에서 오고 싶다고 한 선수가 더 있었어요. 어느 선수는 진짜로 임대 오고 싶다고 했고요. 그런데 연봉을 감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네 몸값은 못 맞춰준다’라는 농담은 선수들과 연락할 때마자 자주 하죠.”

박 감독 말대로 아산을 거쳐 간 스타 선수들은 이제 없다. 전술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주세종이 미드필더로 뛰면서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공을 배급하고, 이명주가 중원에서 최전방까지 침투해 득점에 가담하는 등 아산은 스타 선수들의 기량을 잘 살린 고급 전술을 써 왔다.

“제가 추구하는 축구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했죠. 동계 훈련 때 점유율을 많이 갖는 축구, 측면에서는 빠른 축구를 요구했어요. 잘 안 되긴 했지만. 그런데 잘 안 된 이유는 선수들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몇몇 주축 선수들의 부상 때문이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본의 아니게 준비할 시간이 더 생겨서 기본 전술도 가다듬고, 그것 한 가지만 쓸 순 없으니 여러가지로 더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K리그2가 올해 어느 때보다 상향평준화 되어 있다며 아산이 당장 승격에 도전하는 건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레 겁먹은 게 아니라 도전이 기대된다는 말투였다. “2부 수준이 작년과 달라졌어요. 경남FC 예산이 K리그1이었던 작년 그대로인 것 같고, 선수들도 다 남았죠. 제주유나이티드도 작년만큼 썼고. 대전하나시티즌은 하나은행의 스폰서를 받으면서 재정이 탄탄해졌죠. FC안양은 조규성, 팔라시오스 내보내면서 비싼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죠.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돼요. 그 속에서 우리 팀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일지 빨리 알아보고 싶어요.”

박 감독은 K리그의 대표적인 젊은 감독 중 한 명으로서, 41세 ‘이동국 친구’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젊은 감독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요소라고 했다. “설기현 경남 감독은 친하죠. 저와 청소년 대표, 올림픽 대표를 같이 했잖아요. 성균관대 감독 시절에도 저희와 연습경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수원FC 맡게 된 김도균 감독, 성남FC의 김남일 감독까지. 새로 온 감독들은 다 관계가 괜찮아요. 요즘엔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요.”

그중 특히 꺾고 싶은 건 김도균 감독이다. “수원FC의 김 감독은 이번에 처음 프로로 왔는데, 지고 싶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워낙 가까운 사이인데 후배로서 괴롭힘을 많이 당해서. 감독으로는 제가 선배니까 꼭 이기고 싶네요.”

박 감독은 K리그의 재개를 고대하면서,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축구팬들이 다시 축구장에서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축구 붐이 다시 일도록 열심히 준비할테니 빨리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겼다.

글= 김정용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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