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1997년생이 주축이 돼 올림픽을 준비해온 김학범호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4일(한국시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 7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개막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IOC는 2021년 여름을 넘기지 않겠단 생각이다.

IOC가 옳은 결정을 내렸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했을 때, 오는 7월에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연령 제한이 걸려있는 축구대표팀은 난감한 입장이 됐다. 만 23세 이하로 선수단을 꾸려야 하는데, 현 규정이 유지된다면 1997년생은 내년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

1997년생 선수들이 현재 김학범호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지난 1월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해서 열린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그러나 1997년생이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한 23명 중 11명이나 된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에는 타격이 없다. 최전방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조규성(1998년)과 오세훈(1999년)이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7년생이 내년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 스트라이커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영향을 받게 된다. 새 판짜기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현재 김학범호는 이동경과 이동준, 김대원, 정승원 등 2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들 다수가 1997년생이다. 강윤성, 정태욱, 이유현 등 수비수를 비롯해 미드필더 김진규, 김동현, 여기에 골키퍼 송범근까지 해당된다. 챔피언십에서 MVP를 수상하며 중원의 핵심으로 떠오른 원두재를 비롯해, 챔피언십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본선 발탁 가능성이 열려있던 백승호도 1997년생이다.

각 포지션에 걸쳐 전력 손실이 크다. 심지어 챔피언십 대회에서 한국이 기록한 10골 중 무려 6골이 1997년생 선수들(이동준, 이동경, 김대원, 정태욱)의 발끝에서 나왔다. 김학범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한축구협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협회는 26일 국제축구연맹(FIFA)과 IOC에 공식 서신을 전달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예선을 치르고 준비해 온 선수들이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대회가 연기되며 본선에 참가 할 수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 개최 시기만 조정된 만큼 본선 진출을 달성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본선 무대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시길 요청한다”며 1997년생 선수들의 도쿄올림픽 참가 허용을 요구했다.

호주축구협회의 제임스 존슨 회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FIFA와 논의를 통해 도쿄 올림픽의 출전 자격을 24세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고도 나이 제한 때문에 내년으로 미뤄진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선수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스페인 U23 대표팀은 현 규정으로도 내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12명이나 되는 등 각 대표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FIFA의 결정을 섣불리 예측할 수가 없다.

김학범 감독은 예상치 못한 변수 등장에 당황할 법도 하지만 “참가 연령 등 대회 연기에 따른 규정이 정리되는 것을 차분히 기다리고 향후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일단 FIFA의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리겠단 뜻을 밝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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