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9/2020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주제 무리뉴 토트넘홋스퍼 감독은 손흥민이 ‘푸스카스상 후보 확정 골’을 터뜨린 뒤 박지성을 언급했다.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이 박지성에 대해 말한 것을 떠올렸다. 아마 문화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들(한국인)은 지도하기 좋다. 손흥민은 환상적이다.”

최근 활약의 겉모습만 보면 손흥민과 박지성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선수처럼 보인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강팀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쓸 때나, 다른 득점원들을 보조해 줄 때 빛이 나는 ‘특급 조연’이었다. 반면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가장 돋보이는 주연이다.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번리와 가진 16라운드 홈 경기에서 70m를 혼자 질주해 엄청난 골을 터뜨렸다. 폭발적인 돌파로는 축구 역사상 손에 꼽히는 선수 호나우두와 비견된 장면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칭찬하면서 박지성과 호나우두를 차례로 거론했다. 박지성처럼 지도하기 쉽고 호나우두처럼 폭발력을 가진 선수가 손흥민이라고 이야기한 셈이다.

손흥민의 기록은 무리뉴 감독이 이야기한 ‘문화적인 측면’이 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5경기 모두 선발 출장(4경기 풀타임)해 2골 5도움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공격 포인트가 없었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전(1-2 패)에서 ‘후스코어드닷컴’의 평점 기준 7.3점을 받았는데, 득점자 델리 알리와 같은 점수다. 이 평점은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각종 세부지표를 통해 산출된다. 손흥민이 빌드업, 패스 연계, 수비 가담 등 다방면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는 걸 의미한다.

손흥민은 한때 득점력만 돋보이는 선수라고 묘사될 때도 있었지만,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전술 소화 능력이 향상됐다. 지난 2018/2019시즌부터는 측면과 중앙, 공격적인 역할과 수비적인 역할을 가리지 않고 감독의 요구를 실현시킬 수 있는 선수가 됐다. 경기 중 수시로 ‘수비형 윙어’와 ‘측면에 배치된 스트라이커’ 사이에서 역할이 오가도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제 몫을 해냈다.

현대축구는 선발 멤버 11명 모두 빌드업과 수비 조직에 가담하는 것을 요구한다. 수비 부담을 주지 않아야 역량이 발휘되는 선수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선수만으로 수비 조직을 짜야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공수 양면에서 고른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소중하다. 토트넘 공격진에서 두 명 몫을 하는 대표적인 선수가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다.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손흥민은 2골 5도움, 케인은 5골 1도움으로 득점 생산력을 유지하면서도 때로는 윙백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수비가담까지 소화하고 있다.

손흥민은 대선배 박지성처럼 감독의 요구를 충실하게 소화하는 면모에 팀 공격을 이끄는 득점력을 겸비한 선수로 성장했다. 2012/2013시즌 처음으로 빅 리그 10골 이상(당시 함부르크)을 기록하며 이미 득점력을 장착했고, 이후 6년에 걸쳐 서서히 팀 플레이 능력을 향상시킨 결과다. 지금 손흥민은 ‘아시아형 슈퍼스타’의 가장 진보한 형태가 됐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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