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소속팀 ‘청년 가장’ 신세인 손흥민과 황의조가 고생을 통해 한층 성장하면,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에는 도움이 된다.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 있는 베이스캠프에서 훈련 중이다. 14일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4차전을 갖는다. 아부다비로 복귀한 뒤 19일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 공격의 붙박이 주전인 손흥민과 황의조는 27세 동갑내기이자 최근 유럽 ‘5대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 중인 한국의 둘뿐인 공격 자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럽 경험이 많은 손흥민은 이번 시즌 기량이 만개해 8골 3도움(컵대회 포함)을 올리며 토트넘홋스퍼를 이끌고 있다. 이번 시즌 처음 유럽으로 진출한 황의조는 적응기 없이 보르도의 13경기 중 11경기에 선발 출장해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골과 도움 수치만 좋은 것이 아니라, 소속팀 공격전술이 잘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골을 ‘만들어’ 넣어야 한다는 것도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으며 플레이메이커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리 알리, 새로 영입된 지오바니 로셀소와 탕귀 은돔벨레까지 동반 부진을 겪었다.

손흥민은 좋은 패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했다. 기존에는 측면 돌파와 득점 등 수동적인 역할을 하며 공격의 마침표만 찍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아예 공격을 조립하고 공을 운반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일취월장한 수비 가담 능력 역시 여전하다.

황의조는 소속팀 보르도에서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2선에 배치돼 드리블을 통한 속공 전개, 패스 연계 등 여러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황의조가 보르도에서 넣은 3골 모두 중거리 슛을 징도로 2선 플레이의 비중이 높아졌다.

손흥민과 황의조의 멀티 포지션 수행 능력이 더욱 발전하는 건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을 소화할 때 도움이 될 요소다. 벤투 감독은 모든 선수가 경기 상황에 맞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길 원한다. 공격수는 최전방에서 득점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2선으로 내려가야 공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내려가야 한다. 그럴 때 다른 선수가 최전방을 채우고 득점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황의조가 보르도에서 어떤 포지션을 소화하든 대표팀에서는 스트라이커라도 단언한 바 있다. 황의조의 2선 경험이 쌓이면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육각형’ 공격수에 더 가까워지고, 대표팀 공격 전술이 더 매끄럽게 작동하는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반면 소속팀에서 큰 짐을 짊어지면서 가중되는 신체적, 정신적 피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황의조는 올해 전반기를 감바오사카에서 보내다 보르도 이적 후 휴식을 거의 갖지 못하고 곧장 2019/2020시즌을 시작했다. 감바오사카 마지막 경기와 보르도 첫 경기의 간격이 한달도 채 안 됐다. 게다가 매 경기 공수 양면에서 폭발적인 운동량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의 경우 소집 직전 일주일 동안 열린 토트넘의 3경기를 모두 선발로 소화했고, 그중 한 경기는 세르비아 원정이었던데다 퇴장 당한 뒤 징계가 경감되는 등 감정 소모도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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