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은 평양 원정에서 원하는 대로 경기 운영을 하지 못해 고전했다.

15일 오후 5시 30분부터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북한이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경기를 갖고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사전에 약 4만 관중 입장이 예고된 것과 달리 무관중 경기였고 생중계도 없었다. 북측은 조선중앙TV의 녹화영상을 저화질 파일로 DVD에 담아 한국 선수단에 전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 영상을 취재진 대상으로 공개했다. 하이라이트는 축구협회 공식 채널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게 올려 둘 예정이다.

한국은 경기 초반 유독 당황했다. 평생 경험하기 힘든 북한에서의 경기인데다 무관중, 인조잔디 등 생소한 요소 투성이였다. 북한은 킥오프 직후부터 한국 진영으로 롱 패스를 띄운 뒤 체격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몸싸움으로 부딪치는 축구를 했다. 북한의 전통적인 축구 전략 그대로지만 홈 구장이다보니 그 격렬함이 훨씬 심했다. 초반부터 두 팀의 신경전까지 벌어지면서 한국은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북한의 무차별적인 압박으로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국이 경기를 풀어가기 시작한 건 전반 20분 즈음부터였다. 황인범이 공을 받으면서 퍼스트 터치와 동시에 속임 동작을 써서 압박에서 빠져나갔고, 왼발 중거리슛을 날린 것이 빗나갔다. 이때부터 좌우 측면을 활용한 한국 공격에 탄력이 붙었다. 특히 이재성과 김문환의 오른쪽 연계 플레이가 여러 번 통했다. 주로 왼쪽에서 활동한 북한 미드필더 리영직은 전반 30분 빠져나가는 김문환에게 백태클을 했다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은 한결 원활하게 돌아간 빌드업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슛은 날리기 어려워했다. 오히려 전반 종료 직전 정일관의 슛을 김승규가 선방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박광룡이 날린 슛은 한국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한국은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한층 주도적인 경기를 했으나 수비 배후 공간을 몇 번 내줄 뻔했다. 후반 10분 김영권, 후반 17분 김민재가 받은 경고 모두 북한의 속공을 저지하다 나왔다. 한국이 공격 일변도로 나가기 어려워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전반전의 4-4-2 포메이션에서 후반전에 4-3-3 포메이션으로 전환했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희찬을 오른쪽 윙어로 투입해 봤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한국은 공격진이 집중견제에 막히자 풀백까지 북한 진영으로 끌어올려 공세를 강화했다. 레프트백 김진수의 강슛을 맞고 북한 선수가 쓰러졌고,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라이트백 김문환의 슛이 선방에 막혔다. 거칠고 생소한 환경에서 벌어진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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