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9년 만의 남북대결은 생중계뿐 아니라 녹화중계 역시 무산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하이라이트 편집본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15일 오후 5시 30분부터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한국과 북한이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경기를 갖고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사전에 약 4만 관중 입장이 예고된 것과 달리 무관중 경기였고 생중계도 없었다. 북측은 조선중앙TV의 녹화영상을 저화질 파일로 DVD에 담아 한국 선수단에 전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이 영상을 취재진 대상으로 공개했다.

축구협회는 영상 상영 도중 중계가 무산된 배경을 밝혔다. 애초 한국의 지상파 방송 3사는 조총련계 에이전시를 통해 북한과 생중계 계약을 했다. 그러나 생중계가 불가하다는 북한 입장을 받은 뒤 녹화방송을 하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방송사를 통해 전달받은 북측 입장은 ‘녹화방송을 위한 방송물을 대표팀 통해 전달하겠으니 방송국에 전달해주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DVD를 하나 받아 가져왔다.

그런데 문제는 경기 영상이 중계를 위한 방송사 전달용인지, 관례대로 원정팀에 제공되는 경기 기록 영상인지를 알 수 없었다. 경기 전 매니저 미팅을 통해 한국은 북한 측에 분석 등을 위한 경기 영상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으로 DVD 재생이 가능한 노트북을 가져가 입국하자마자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용도가 불명확한것 뿐 아니라 화질 역시 문제였다. HD가 아닌 SD급 화질이고 화면 배율도 4:3인데다 여러 번 복사도 화질이 저하된 상태였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방송사 대표로 영상을 확인한 KBS 관계자가 방송용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KBS가 17일 아침 먼저 녹화중계를 취소했다.

축구협회는 현재 보관중인 DVD를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팬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활용하기로 했다. 활용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어 북한, 아시아축구연맹, 국제축구연맹에 모두 문의해 둔 상태지만 전례로 볼 때 북한의 답이 늦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일단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다. 방송사가 보도용으로 쓸 수 있는 영상 역시 마련 중이다.

특히 축구협회 출입기자들에게 전체 영상을 공개하는 건 ‘억측을 막기 위해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대해 팬들과 몇몇 매체가 추측했는데, 그 중 억측에 가까운 것도 있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출입기자들과 함께 영상 내용을 확인하는 의도가 있다’며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싶다고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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