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울산현대의 주전 원톱은 주니오에서 주민규로 바뀌어가고 있다. 주민규는 새 별명 ‘울산의 주멘’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울산으로 이적한 주민규는 최근 간판 공격수 주니오 대신 선발로 뛰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컨디션이 늦게 올라 고생했으나 4월 상주상무를 상대로 치른 첫 선발 경기에서 울산 데뷔골을 넣었다. 그리고 최근 아예 주니오를 밀어내고 주전으로 자리를 잡을 기세다. 특히 최근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 대구FC전에 연속으로 선발 출장했다. 제주전에서는 1골 1도움을 올렸고, 대구 상대로 날린 중거리슛이 골대와 조현우 골키퍼를 연달아 맞고 들어가며 자책골을 유도했다. K리그1에서 4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16일 전북현대와 K리그1 선두를 놓고 치르는 일전 역시 주민규의 선발 기용 가능성이 높다. 주민규와 14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많이 뛰니까 슈팅 감각이 살아나더라고요

“시즌 초반에 경기당 10분씩 뛸 때는 제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었죠. 그럴 때 마음은 ‘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였어요. 지금은 선발로도 뛰고, 후반 막판에 투입되더라도 제 역할은 슛을 하나라도 더 하는 거라는 점을 알아요. 이제 동료들의 스타일도 많이 알았고요.”

 

조현우의 자책골, 끝날 때까지 내 골인 줄

“제 골로 기록된 줄 알았어요. (조)현우에게 맞고 들어가는 과정이 잘 안 보였거든요. 전반전이 끝났을 때 (김)인성이 형이 다가와서 묻더라고요. 제가 넣은 것 맞느냐고. 그래야 자기 어시스트도 올라가니까요. 저는 ‘당연히 내 골이지 그럼 뭐야?’라고 대답했어요. 마침 현우가 뒤따라오기에 맞고 들어갔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 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경기 끝나고 나서 자책골이라는 걸 듣게 됐어요.

단순한 한 골이 아니라 홈에서 넣은 첫 득점일 뻔 했거든요. 그래서 더 아쉬웠어요. 제가 울산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포함 5골을 넣었는데 모두 원정 득점이에요. 홈 팬들 앞에서도 골 넣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주니오가 못해서 제가 뛰는 것 아닙니다

“주니오 몸 좋은데요? 지금도 좋은 선수예요. 울산에서 제일 골을 많이 넣은 선수이기도 하고요. 작년에 너무 잘해버려서 기대치가 높은 것 같은데 실제 훈련이나 경기에서 미흡하다는 느낌은 없어요. 저희 둘은 누가 먼저 뛰든 서로 응원해주고 있어요. 제일 잘 맞는 동료도 주니오예요. 주위에서는 우리 둘의 스타일이 안 맞는다느니, 투톱을 쓰면 안 된다느니 하지만 저흰 잘 맞아요. 잘 통하지도 않는 말로 열심히 의사소통도 하고. 우리 둘 다 볼 키핑을 많이 하는 편이라 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요. 앞으로 더 긍정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김도훈 감독님이 직접 가르쳐 주셨어요

“공격수로서, K리그 100골 이상을 기록한 감독님 밑에서 뛴다는 건 좋은 일이죠. 이적하자마자 제가 대놓고 말씀드렸어요. 좀 가르쳐달라고. 동계훈련 때 저에게 수비수 역할을 시키면서 직접 시범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팔을 잘 써야 된다’ ‘크로스가 올라오면 이렇게 빠져나가야 된다’ 등 진짜 노하우들을요. 요즘엔 경기 준비하느라 시범까지 보여주시긴 힘들지만 도움 되는 조언을 많이 해 주세요.”

 

밑바닥부터 여기까지 올라왔잖아요

“글쎄요. 전 뒤를 돌아보지 않아요.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니까 돌아볼 겨를이 없어요. 아직 뿌듯하지 않아요. ‘울산의 공격수’ 하면 주민규가 생각날 정도가 되면 뿌듯할 것 같아요. 일단 이번 시즌에 10골은 넘겨야 하지 않을까요.”

주멘이라는 별명이 좋긴 한데

“팬들이 울산의 주멘이라고 불러주실 때가 있어요. 팀에서도 그 별명을 밀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 ‘#주멘’이라고 태그도 쓰고. 원래 박주영 선수의 별명인데 너무 잘 하는 분이라, 저는 짝퉁 주멘 정도 해야 될 것 같아요.”

 

관심병 걸린 사람은 아니지만

“유튜브는 일단 KBK(김보경의 유튜브 채널)가 자리 잡고 있어서 저는 낄 수 없고요. 골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좀 고민해봤어요. (신)진호 형이 그러더라고요. ‘너는 골을 많이 넣었는데, 임팩트가 없어서 기억이 안 난다. 세리머니라도 하나 만들어라.’ 그땐 웃으며 넘어갔는데 진짜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도 세리머니를 해 보려고요. 원조 주멘 따라하는 건 아니고. 저도 신앙심이 있는 사람인데, 고양HiFC 시절에 몇 번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가 기독교 색채가 강한 팀에서 너무 티내는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서울이랜드FC도 기독교 색채가 있어서 그런 세리머니는 안 했죠. 상주상무에 갔더니, 김태완 감독님이 교회를 엄청 열심히 나가시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기독교인이라는 티를 안 냈어요. 같이 교회가면 ‘김태완 라인’ 타려고 일부러 하는 것 같잖아요. 휴가 나갔을 때만 여자친구와 함께 교회 갔어요.

울산에 왔더니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요. 마음 편히 예배도 열심히 나가고, 기도 세리머니도 해 보려고요.”

 

전북전, 무조건 이겨야죠

“당연히 제가 골 넣으면 더 좋죠(주민규는 7월에 전북을 상대로 골을 넣고 경기 MVP를 수상한 바 있다. 당시 결과는 1-1이었다). 하지만 우승이 달린 경기니까, 누가 골을 넣든 하나가 돼서 잘 해내고 싶어요. 모든 선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거예요.”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현대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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