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악셀 비첼 “중국에서 뛰지만 대표팀 탈락은 없다”

2017-06-01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톈진(중국)] 김정용 기자= 악셀 비첼은 올해 1월 이적 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선수 중 하나였다. 벨기에 대표 미드필더인 비첼은 러시아 강호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 소속이었고, 유벤투스의 오랜 구애 끝에 마침내 이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유벤투스는 지난해부터 비첼 영입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러시아를 떠난 비첼은 남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의 행선지는 텐진췐젠이었다. 알려진 연봉이 200억 원 수준이었다. 비첼은 솔직했다. 이적을 결정한 뒤 “가족의 미래를 위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며 가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뒤 만난 비첼은 톈진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 공격수 알레산드리 파투, 수비수 권경원 등 각국에서 모인 동료들과 함께 활약 중이다. 비첼은 톈진 생활에 본인과 가족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의 화두는 벨기에 대표팀이었다. 지난달 28일 톈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비첼은 “곧 발표될 벨기에 대표팀 명단에 내 이름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행에도 불구하고 기량 저하는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 비첼의 말대로였다. 6월에 체코, 에스토니아를 상대할 벨기에 명단에 비첼이 포함돼 있었다. 스타만 모인 벨기에에서 유럽파가 아닌 선수는 비첼까지 둘뿐이다.

세계 최고를 바라보는 벨기에 대표팀에서도 최고 미드필더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곱슬머리에 둘러싸인 푸른 눈 속에서 엿보였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어제(5월 27일) 톈진테다와 가진 더비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당신에게도 특별한 승리였나, 아니면 그저 승점 3점일 뿐이었나?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테다와 가진 경기는 더비였고, 특히 이 도시에서 처음 열린 더비였으니까. 우리 팀은 그동안 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더비에서도 득점 기회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세 골을 넣었다. 이 점 역시 특별했다.

- 당신은 골과 어시스트가 많지 않고, 드리블이 화려한 선수도 아니다. 팀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혼자 힘으로 공격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골에 대한 압박은 없나?

그런 건 없다. 나는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아니고 말하자면 플레이메이커다. 내 스타일을 스스로 잘 알고, 스스로 존중한다. 내가 가진 장점이 뭔지 알기 때문에 그걸 발휘해 팀에 기여하고 싶다.

 

- 아시아로 온 유명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3월 명단에 들었다. 이번엔 어떨까?

곧 공식 발표가 나겠지만 이번에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으로 온 뒤 대표팀에 머무르지 못하는 선수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내 경우, 어떤 리그에서 뛰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 유럽 어디든 상관없다. 적응하고, 좋은 플레이를 하고, 계속 노력하면 어디서든 대표팀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울리뉴(2015년 6월부터 광저우헝다 소속)의 경우를 생각해주길 바란다.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 뛰고 있지만 브라질 대표팀에 계속 뽑힌다. 나도 그렇게 할 거다. 대표팀은 내게 소중하고, 내가 매일 노력하는 원동력이다.

 

- 벨기에 대표팀은 계속 발전 중이다. 계속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유독 클 것 같은데

뭐, 우린 아주 좋은 팀이고 알다시피 스타플레이어가 많다. 내 생각에 우리보다 나은 대표팀은 서넛 정도 있는 것 같다. 브라질, 스페인, 독일, 아마도 이탈리아까지? (그 다음이 벨기에인가?) 그렇다. 그리고 벨기에가 있다. 나는 이런 팀의 일부라는 것이 행복하다. 아자르, 더브라위너, 루카쿠 같은 놀라운 선수들과 함께니까. 그러나 아직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음 월드컵에선 더 강해야 한다. 선수들이 더 팀으로 뭉쳐야 한다. 때론 선수들은 이기적일 수 있다. (잠시 생각한 뒤) 아, 물론 지금도 우린 하나로 뭉쳐 있다. 내 말은 아직 성과가 없는 게 사실이고, 더 잘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 특히 당신 포지션에는 경쟁이 심하다. 월드 클래스도 많고. 당신, 그리고...

나잉골란, 뎀벨레, 펠라이니, 틸레망스. 맞는 말이다. 물론 나 자신을 믿는다. 우리 팀은 주전 경쟁이 심하고 그중 누굴 쓸지 감독이 결정한다. 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줘 선발 11명 안에 들기 위해 노력할 거다. 내 능력에 대한 자신이 있다.

 

 

- 능력을 유지하려면 훈련도 중요하다. 제니트에 비해 이 팀의 훈련 프로그램이 떨어지는 건 없나?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다들 유럽 출신이긴 한데.

유럽과 똑같다. 아주 강하게 훈련한다. 특히 칸나바로와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난 운 좋은 사람이다. 신체적으로 아주 강한 상태를 유지해준다. 몸만 보면 우리가 슈퍼리그 최고 팀인 것 같다. 선수들 모두 훈련에 만족한다.

 

- 한국인 동료 권경원에 대해 평가를 해 준다면?

처음 만났을 때, 유럽에서 뛴 적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충분히 유럽에서 경쟁할 만한 수준인데. (그렇게 생각하나?) 내가 보기엔 그렇다. 이번 시즌엔 출장 제한(경기 명단에 외국인 선수가 기존 5명에서 올해 3명으로 축소) 때문에 많이 못 뛰고 있지만, 경기에 나오면 우리 후방이 더 안전해지는 걸 느낀다. 수비를 잘 조율해주기 때문이다. 그게 그의 능력이다. 상대 공격수를 강하게 다룰 줄 알고, 왼발 롱 패스도 좋다. 단점? 뭐, 왼발잡이니까 굳이 말하자면 오른발 정도가 있지 않을까. 친구로서도 아주 괜찮은 녀석이다.

 

- 한국에선 슈퍼리그로 이적한 선수에 대한 걱정이 있다. 국가대표 수비수가 중국 리그에 가면 실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음, 한국 리그가 얼마나 강한지는 잘 모르지만 그것과 별개로 어느 리그에 있든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본인만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중국에 왔다고 바로 수준이 떨어진다면 나와 파울리뉴가 어떻게 대표팀에 가겠나? 오히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뛰며 나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지금 목표는 뭔가? 췐젠이 최근 상승세를 탔지만 아직 중위권이다.

가능하다면 다음 시즌엔 리그 우승을 하고 싶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도 나가고 싶고. 이번 시즌은 좀 어렵긴 하다. 지금 당장은 한 경기씩 치르고 있다. 최선을 다한다면 혹시 모르지. 췐젠도 나중엔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을 거다. 우리 회장은 야심에 차 있고, 이미 좋은 팀이니까. 챔피언스리그에 가면 한국도 가볼 수 있겠다.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다.

 

- 소문대로 월드클래스 공격수를 영입한다면 목표 달성이 더 쉽겠지. 오바메양이라든가.

온다면야. 회장이 영입을 추진중이더라. 온다면 아주 환영이다.

- 어제 경기장에서 딸을 봤는데, 관중들이 함께 사진 찍고 싶어서 난리도 아니었다. 엄청난 스타더라. 당신을 많이 닮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둘째도 왔더라. 가족들에게 톈진 생활은 어떤가?

조용하고 괜찮은 도시다. 상하이나 베이징과는 다르지만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유럽처럼 쇼핑할 수도 있고. 우리 가족은 나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한다. 이 도시에 대해서도 만족하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